1995년 봄 스탠퍼드대. 예비대학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캠퍼스 소개를 받고 있던 한 무리에서 선배로 보이는 사람과 예비대학생이 열띤 언쟁을 벌인 것이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이들은 ‘래리세르게이’라 불릴 정도로 붙어 다니는 친구가 됐다. 그 무렵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만든 벤처기업 넷스케이프가 창업한 지 16개월 만에 상장하며 승승장구하는 등 근처 실리콘밸리에선 월스트리트를 흔드는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세르게이와 래리는 함께 인터넷을 연구하던 중 형편없는 검색 결과만 잔뜩 나오는 것에 불만을 품고 ‘방대한 인터넷의 바다를 효율적으로 검색하는 엄청난 규모의 검색엔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1998년 검색 엔진의 규모만큼 큰 수 ‘구글플렉스’에서 ‘구글’만 따와 ‘Google.com’이란 도메인을 등록한 이후에야 그 수의 이름이 ‘구골플렉스’였음을 알았지만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고 검색이 핵심기능인 포털 사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정한 그들의 모토는 ‘Don’t be evil(사악해지지 말자)’. 포털 사이트가 성공한다면 엄청난 규모의 사용자 정보를 쥐게 될 터인데 절대로 악한 마음을 품지 않겠다는 스물다섯 두 청년의 신념이었다. 이로움을 선사해야 한다는 신념을 구글은 결과로 보여줬다. 검색 포털 사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인 ‘검색으로 얻고자 하는 결과에 빠르게 접근’에 충실한 구글에 사람들은 주목했다.
사용자를 향한 시선
구글은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올바로 보여주기 위해 ‘페이지랭크(PageRank)’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페이지랭크는 특정 사이트가 다른 사이트에 많이 참조될수록 유용한 정보로 간주돼 검색 결과에 우선 노출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신뢰도가 높고 우수한 정보가 많은 사이트에 가중치가 부여된다. 순위를 조작하며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사악한 행동을 원천 차단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에 가장 근접한 정보를 보여주는 알고리즘이다.
구글을 사용하며 기대 이상의 검색 결과를 얻은 이용자들은 지인들에게 구글을 알리기 시작했다. 초기 구글의 성공은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춘 뛰어난 검색엔진의 기능과 결과에 만족한 이들이 퍼뜨린 입소문 때문이었다.
더 많은 사람이 구글을 이용하며 ‘검색’은 ‘구글’, ‘구글’은 곧 ‘검색’이란 인식이 자리 잡았고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google’이란 단어는 ‘검색하다’란 의미로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검색서비스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검색서비스에 이어진 구글의 다른 서비스들도 사용자를 향했다. 지메일(Gmail), 구글 맵스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한 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사용자 정보를 수집·분석해 다시 서비스에 반영함으로써 가장 빨리 적절한 정보가 있는 곳으로 도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구글의 목표였다. 빼곡한 정보로 들어찬 다른 포털 사이트의 홈 화면과는 다르게 구글의 홈 화면에 로고와 검색 창만 덩그러니 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업계의 표준이 되는 인터넷 세상에서 구글의 연이은 성공은 구글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모든 서비스가 연결돼 구글만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생태계가 만들어졌고 전 세계의 표준이 됐다.
창의성은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졌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 아주 멋들어진 것을 만들었음에도 사용자가 사용할 이유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브랜드의 핵심가치가 가져야 하는 창의성도 다르지 않다. 사용하는 이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이유로 탄생한 핵심 가치는 후에 사용자의 피드백을 통해 변화해가며 그들 곁에서 이로움을 선사한다. 서로 이로움을 나누는 동안 그들은 함께 성장하며 진화해나간다. 사람을 향한 브랜드의 창의성은 브랜드 생명력의 원천인 셈이다.
구글러를 향한 시선
전 세계를 구글 생태계로 만든 구글의 창의성은 구글러(Googler)들의 구글리니스(Googleyness)에서 나온다. 구글러는 구글의 직원을 일컫는 말로 전 세계에서 채용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다. 하지만 직원을 선발하는 가장 첫 번째 기준은 구글러들과 함께 협업이 가능한 인재인가 하는 것. 협업보다 자신의 우수함만을 내세우는 이들은 구글러가 될 수 없다. 구글리니스는 구글러들이 만들어가는 구글만의 독특한 문화를 의미한다. 글로벌 세상에서 벌어지는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에 혜안을 가지고 기술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구글러들의 신념이 만들어낸 문화다.
‘근무 시간의 20%는 딴짓하라’는 것도 구글리니스 중 하나다. 딴짓하는 그 시간에 구글러들은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냈고, 구글은 구글러가 낸 수만 개의 아이디어를 보유하게 됐다. 구글러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그들의 일이 곧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다는 자부심과 함께 사악하지 않은 방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창의력을 뿜어내며 구글리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브랜드를 만드는 이들이 쏟는 애정과 열정은 곧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애정과 열정으로 이어지고 그들의 책임감과 자부심은 브랜드를 이끌어간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브랜드를 만드는 이들에게도 좋은 브랜드라 인정받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전하는 브랜드의 핵심가치는 브랜드를 만드는 이들에게 자부심과 책임감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구글러들이 매년 창의적인 유쾌함으로 사용자에게 장난을 거는 날이 있다. 4월 1일 만우절이면 구글 번역기에서 사투리를 번역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고 구글 맵이 팩맨 게임을 하는 맵으로 변하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 ‘Gmail’이 발표된 날이기도 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장난마저 창의적인 구글의 미래가 어떨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