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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아제르바이잔을 이해하는 네 가지 키워드
이금하 KOTRA 아제르바이잔 바쿠무역관장 2020년 04월호
 

2019년 10월 <배틀트립>을 시작으로 아제르바이잔을 소재로 한 여행 및 예능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수차례 방영되면서 우리 국민의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각 기관·기업별로 아제르바이잔을 CIS(구소련권), 유럽 등 다양한 지역으로 구분한다는 점만 보더라도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인들도 아제르바이잔을 잘 모르지만 아제르바이잔인들에게도 한국이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코리안’이라고 하면 남쪽이냐 북쪽이냐를 묻고 “당신이 쓰는 휴대폰, TV, 자동차가 한국 것”이라고 하면 놀라니 말이다. 지리적·역사적 영향 때문인지 아제르바이잔인들은 한국이 이란만큼 잘살고 국력이 센지도 종종 물어본다.
아제르바이잔은 카스피해 연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러시아, 조지아, 아르메니아, 이란, 터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87% 정도고 인구는 2019년 1천만명을 넘어섰다. 기후는 온대에서부터 건조 아열대, 산지 툰드라까지 9개의 기후대가 있어 각종 견과류에서 열대과일까지 풍부한 농산물 생산을 자랑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어를 공용어로 쓰며 구소련 시절의 영향으로 러시아어가 통용된다. 종교는 이슬람 시아파가 85%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 대통령인 일함 알리예프는 2003년 첫 당선 후 2018년 네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국가 개요만으로 그 나라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상대적으로 소국이지만 잠재력이 있는 아제르바이잔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키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석유·가스 산업으로 국부 축적···최근에는 경제 다변화에 역량 집중
첫째, 아제르바이잔은 석유·가스·광물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축복받은 땅이자 천연자원에 대한 의존율을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현재진행형인 국가다. 아제르바이잔은 1846년 최초로 상업 유전을 개발한 나라로 이후 ‘불의 나라’라는 명칭에 걸맞게 석유·가스 산업을 통해 국부를 축적해왔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알프레드 노벨의 형제인 루드비그와 로베르트도 1872년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해 가능성을 확인하고 석유 시추 회사를 세워 성공한 바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아제르바이잔은 석유·가스 산업이 GDP의 약 38%를, 수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호시절을 구가하던 아제르바이잔은 유가 하락으로 2015년 현지화인 마나트가 약 2배 이상 평가절하되는 등 자원의존형 경제구조에 발목 잡힌 바 있다. 이후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2016년 12월 ‘국가경제와 거시경제 발전전략 로드맵’을 발표하고 단순 자원 수출에서 석유·가스 산업의 다운스트림(downstream)화, 농업·의료제약·관광 산업 발전, 중소기업 육성 등 경제 다변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둘째, 인접국 이란과 마찬가지로 시아파가 주류이나 종교가 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히잡을 쓴 여성도 드물고 이슬람의 아잔(adhan; 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울려 퍼지는 모습을 보기도 어려우며, 식당과 슈퍼에서 주류를 제한하는 모습도 찾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이란 왕조 간 전쟁에서 러시아 측이 승리해 1828년 투르크만차이(Turkmanchai) 조약이 체결되면서 현 아제르바이잔 영토가 러시아 영향력 안에 들어가게 됐다.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현재 이란 영토에 아제르바이잔인이 3천만명 이상 거주하고 있는 등 이란과 친밀한 관계지만 수니파이자 소위 세속 이슬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터키와 정치적·경제적으로 더욱 가까운 사이다.
공공기관에도 기도실이 구비돼 있지 않은 곳이 많으며 종교가 정치·경제를 속박하는 것은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가 아니라는 입장이 강하다. 구소련 시절 이후 아제르바이잔 독립 및 국가재건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헤이다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의 기념관에 ‘아제르바이잔은 모든 종교를 포용하는 국가’라는 문구와 함께 오래된 탈무드, 성경, 코란 등이 전시돼 있는 점이 종교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과 이탈리아 잇는 남부가스회랑 완공 눈앞
셋째, 천연자원 보유국이면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유럽 국가들은 안정적인 가스 공급처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에 대한 기대에서 출발한 남부가스회랑(Southern Gas Corridor) 사업이 단적인 사례다. 이 사업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조지아, 터키, 그리스, 알바니아,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총길이 3,500km의 가스관 건설사업으로 3단계로 추진되고 있다. SCP(South Caucasus Pipeline), TANAP(Trans-Anatolian Natural Gas Pipeline)는 이미 완공됐고, 마지막 TAP(Trans Adriatic Pipeline) 구간은 지난 1월 말 기준 92%의 공정률을 보여 2020년 최종 이탈리아 연결구간의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카스피해 건너편에 위치한 투르크메니스탄도 바쿠(아제르바이잔의 수도)를 통해 가스를 수출하고 있으니 안정적인 정치 상황, 종교 영향력이 미미한 자원 보유국의 이점을 유럽 국가들이 먼저 알아봤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 이란 등으로 가는 주요 도로를 정비해 물류허브로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넷째, 최근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사업가들의 인식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부의 경제 다변화 노력으로 창업, 통관 등이 간편해졌고 투명성이 많이 개선됐다. 세계은행이 2018년 발표한 ‘2019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2019)’에서 종합 25위를 차지했지만 창업은 9위, 소액투자자보호는 2위를 기록한 점이 이를 수치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사업가들도 최고급 생산라인을 도입하면 최고급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 생산을 위한 컨설팅, 노하우 습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석유·가스, 농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산업기반이 취약하지만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한다면 상당한 시간, 노력, 자금이 투입되는 산업 다변화에도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2019년 우리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으로 바쿠 직업훈련원이 완공됐는데,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불시에 방문해 점검하는 등 산업 다변화에 필요한 기술인력 육성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바람의 도시 바쿠’ 정도로 알려져 있던 아제르바이잔에 대해 세밀히 들어가자면 24시간을 얘기해도 부족하지만 우리 기업인들이나 국민들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아제르바이잔을 이해하고 교류한다면 양국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결과들이 도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모두가 합심해서 이겨내고, 한국과 아제르바이잔 언론에 양국의 관광 활성화와 기업 성공사례 소식이 이어질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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