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은 2월 18일을 기점으로 급작스러운 반전을 맞은 코로나19가 모두의 일상을 지배한 지 2주째 되는 날이다. 많은 것이 중단되고 미뤄지고 기약 없어지며 주춤대고 있는 동안, 확진자 숫자와 마스크 판매량만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감염될까 봐, 혹은 전파자가 될까 봐 두려워한다. 특히 회사처럼 여러 사람이 불가피하게 오랜 시간 한 공간에 있어야만 하는 집단의 경우 더욱 민감하다. 마스크를 낀 채로 미팅하고 대화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사무실에서도 하루 종일 마스크를 끼고 일한다(이건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다들 암묵적으로 서로가 퇴근 후에 사람 많은 곳에 가는 일 없이 바로 귀가하기를 바란다. 사실 그건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영역이지만 요즘처럼 퇴근 이후, 출근 이전에 구성원 개개인이 무엇을 하고 어디를 가고 어느 정도로 위생수칙을 지키는지에 따라 다른 사람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시기에는 그게 과연 ‘개인’의 영역이기만 한 건지 혼란스럽다.
우리는 제 살갗으로부터보다 그 너머에 있는 것들로부터 더 많이 보호받는다. 이 대목에서, 몸들의 경계는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 면역도 마찬가지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 - p.35~36
미국의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가 쓴 「면역에 관하여」는 어떻게 면역과 백신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창적인 책이다. 면역과 백신에 관한 문제를 역사적·생물학적·심리적·문학적·사회계급적·국제정치적·경제적·언어학적 맥락에서 고루 깊이 건드리면서, 작가이기 전에 ‘엄마’로서 겪은 일상의 고민과 경험을 담아 현대인이 이 주제와 관련해서 가져야 할 윤리적 태도와 양심적 실천들을 넌지시 제안한다. 기본적으로 백신에 관한 책이지만, 그가 백신을 옹호하고 ‘집단면역’의 중요성을 짚어가는 논증의 과정에는 창궐하는 감염병 앞에 놓인 우리가 귀담아들어야 할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그가 지적했듯이, 그리고 우리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겪고 있듯이 어느 순간 몸들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우리는 늘 서로의 환경이다. “공동체의 집합적 몸”의 일부로서, 타인에게 감염을 전파할 수 있는 위험한 몸으로서, 우리가 어떤 세계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해 코로나19의 한복판에서 다시 읽으니 이 책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원고가 게재될 4월 첫째 주에는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부디 한 달 사이에 기적적으로 사태가 호전돼서 코로나19를 소재로 쓴 이 글의 시의성이 떨어졌으면 정말 좋겠다(원고의 시의성이 떨어질까 봐 걱정한 적은 있어도 떨어지기를 바라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말은 꼭 덧붙이고 싶다. 이 원고의 시의성은 가변적일 수 있어도 이 책, 「면역에 관하여」의 시의성이 빛을 잃을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건 많은 과학자가 지적하고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이런 유의 범유행병이 언제든 또 닥칠 게 분명한 암울한 미래 때문이기도 하지만(“그건 벌어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야. 시기의 문제야.”- p.227), 여기에 실린 글들이 글 자체만으로 영속적인 예술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 뭉클하고 아름다운 책을 꼭 만나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