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 치료약이 없는 전염병의 전파는 경제주체들의 활동을 제약해 각국의 소비 등 내수를 얼어붙게 할 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에 영향을 미쳐 생산활동을 어렵게 하고 국제교역과 인적 교류를 빠르게 위축시키고 있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등의 전염병들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넘어서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도 더 충격이 크다는 분석도 많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의 재정정책(지출 중심)과 금리정책의 역할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재정적자와 금리인하의 정책조합, 위기 때마다 반등 모멘텀 역할
경제위기 시 정부는 피해업종 지원과 수요확대를 위해 확장적 거시정책을 추진한다. 먼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살펴보자. 그간 고도성장을 하던 한국경제는 ①기아 등 30대 재벌 중 6개 기업이 부도에 직면하는 등 기업들의 연쇄부도와 이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 ②금융감독이 미비한 상황에서 외환자유화에 따른 단기외채의 급증, ③경상수지 적자 등 거시정책의 실패가 겹쳐 금융위기에 더해 외환위기를 겪게 됐고, 1997년 12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다.
더블 위기에 대응해 정부는 1998년 4월에 추경 12조4천억원(세입감소 보전 6조8천억원, 세출확대 5조6천억원), 이어서 7월에 추경 15조원(세입감소 보전 8조3천억원, 지출확대 6조7천억원) 등 두 차례에 걸쳐 총 27조4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 재원은 주로 부실채권 정리 등 금융구조조정 지원, 고용안정대책 특별지원, 영세민 지원 등 사회복지 분야 지원,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에 사용됐다.
다만 금리인하 정책은 외자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고이자율 정책을 추진하기로 IMF와 합의함에 따라 사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라 내수가 회복되고 당시 세계경제 호황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한국경제 성장률은 1997년 6.2%, 1998년 –5.1%, 1999년 11.5%로 상승하는 등 빠르게 침체에서 벗어났고, V자 반등을 보였다.
두 번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급속히 전이되고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글로벌 위기를 맞게 된다. 우리나라도 해외자본이 빠르게 이탈하고 각국의 동반침체로 수출이 부진함에 따라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2009년 4월 총 28조4천억원(세입감소 보전 11조2천억원, 지출확대 17조2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지출증가의 주요 내역을 살펴보면, 저소득층 생활안정자금 4조1천억원, 고용유지 및 취업기회 확대 2조8천억원, 중소·수출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 4조5천억원, 지역경제 활성화 3조원, 녹색성장 등 미래 대비 투자 2조3천억원 등이다.
또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5.25%에서 2.0%로 대폭 인하했다. 특히 2008년 10월과 12월에는 각각 1%p, 그리고 2009년 1월과 2월에는 각각 0.5%p를 인하하는 등 과감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G20 등 주요국과의 정책 공조와 함께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금리정책 등에 힘입어 우리 경제성장률은 2008년 2.8%, 2009년 0.7%, 2010년 6.5%로 상승하는 등 여타국보다 빠르게 반등했다.
코로나19 충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넘어설 전망
세 번째는 2015년 메르스 사태다. 당시 완만한 개선세를 보이던 한국경제는 5월에 발생한 메르스 여파 등으로 소비·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위축됐다[소비자심리지수: 2015년 3월 101, 4월 104, 5월 105, 6월 99(2013년 1월 이후 최저)].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5년 7월 총 11조6천억원(세입감소 보전 5조4천억원, 지출확대 6조2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주요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감염병 예방관리와 거점 의료기관, 피해업종(관광, 중소기업, 수출업체 등) 지원 2조5천억원, 서민생활 안정 1조2천억원, 지역경제 활성화 1조7천억원 등이다.
또한 한국은행도 경기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015년 6월 1.75%에서 1.5%로 0.25%p 인하했다. 이러한 확장적 거시경제정책 등으로 경제성장률은 2015년 1분기 2.5%, 2분기 2.0%, 3분기 3.3%, 4분기 3.4%로 상승하는 등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확보했다.
그러면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살펴보자.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경기하방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정부는 2020년 3월 총 11조7천억원(세입감소 보전 8천억원, 지출확대 10조9천억원)에 달하는 추경을 편성했다. 주요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방역체계 고도화 2조4천억원,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3조8천억원, 민생·고용안정 지원 3조8천억원, 지역경제 회복 지원 8천억원 등이다.
또한 한국은행도 3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사상 최초의 0%대 금리인 0.75%로 0.5%p 대폭 인하했다. 아울러 은행들이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채널을 확충하기 위해 공개시장운영(환매조건부 매매, RP) 대상증권(국채, 정부보증채, 통화안정채권, 주택금융공사발행 MBS)에 은행채를 추가했다.
위기 극복, 과감한 거시정책과 스마트한 지출이 관건
위의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위기 시에는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정적자와 금리인하를 함께 활용하는 정책조합(policy mix)을 사용하고, 위기의 크기에 따라 재정적자와 금리인하의 폭이 결정된다. 이번 위기의 충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선다고 평가되고 있는 만큼 추경으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4.1%에 달하게 됐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더 지켜본 뒤 이 이상이 필요할 경우 추가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여전히 한국의 국가채무(GDP 대비 40.1%)가 미국(135.7%), 독일(71.5%), 영국(116.3%), 프랑스(124.2%), 일본(234.2%, 이상 2017년 기준) 등 여타 국가에 비해 양호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재정의 확대만큼 중요한 것이 합리적인 내용의 지출이다. 정부는 IMF의 권고에 따라 먼저 경제주체들이 위기상황에서 일정기간 버틸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할 것이다. 즉 시중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피해업종 대출에 대해 단기적인 신용보증을 제공하며 만기연장 등을 통해 한시적으로 상환부담을 완화할 것이다.
또한 보건용 지출은 재정 여력을 고려하지 않고 과감하게 지원(개인용 보호장구, 검역, 진단검사, 추가적인 병상시설 등)하고, 취약한 가계·기업에 대해서는 적시성(timely), 목표성(targeted), 한시성(temporary)의 3원칙하에 긴급 지원(임금보조금 지급, 현금이전 확대, 세제 감면 등)을 할 것이다. 그리고 향후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해지면 총수요 확대 정책 및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우리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의 노력으로 이 난국은 반드시 극복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