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모바일 대메뉴명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칼럼

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
코로나19 시대 원격진료의 해답을 제시하다
임정욱 TBT 공동대표 2020년 04월호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이다. 중국에 이어 이제는 유럽이 비상이고 이 불길이 미국으로 옮겨 붙었다. 한국은 비교적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콜센터, 교회 등을 통한 집단감염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감염될 위험 때문에 병원에 가기 두렵다는 사람이 많다. 의료진도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의사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진찰을 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가 한국에서도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의사들의 강력한 반대로 그동안 한국에서는 금기시돼왔던 원격진료가 임시조치이긴 하지만 풀린 것이다. 대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지기 시작한 2월 21일에 나온 조치다. 원격진료가 허용되자마자 불과 19일 만에 본격적인 원격진료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내놓은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지 메디히어의 김기환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美 한인 대상으로 원격진료 솔루션 개발…
코로나19 확산 계기로 국내서도 출시

3월 10일 한국에 출시된 메디히어는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해주는 스마트폰 앱이다. 앱을 열면 내과, 소아과, 정형외과, 안과 등 진료과목별로 분류돼 있고 상담 가능한 의사 목록이 나온다. 원하는 의사를 선택해 적당한 진료시간을 정하고 증상을 입력한다. 사진도 첨부해서 올릴 수 있다. 진료비용은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이렇게 진료시간을 예약한 뒤 해당 시간에 앱을 켜고 의사와 화상통화를 통해 진료상담을 받는다. 그리고 의사가 앱에서 미리 지정한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주면 약국에 가서 약을 수령하면 된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원에 갔다가 감염을 우려하는 환자들에게는 특히 편리한 원격진료 솔루션이다.
이 원격진료 솔루션을 만든 창업가는 32세의 김기환 대표다. 원래 의료계 출신은 아니다. 한양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해외마케팅 담당으로 3년간 일했다. 하지만 항상 창업기회를 모색했다. “고교 때부터 창업을 꿈꿔왔습니다. 대기업에 들어간 것도 우선 창업을 위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죠.”
회사에 다니면서도 강남역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마련해두고 친구들과 모여 다양한 사업아이템을 연구했다. 심지어 대왕 꽈배기 사업까지 해봤을 정도다. 여행·교육·의료사업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의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2018년 4월 소액 투자를 받으면서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IT기술로 의사와 환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하자는 미션을 정했습니다. 의료사업은 충분히 시장이 크고 대기업이 선점하지 않아서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규제가 심한 의료시장에서 의미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처음에는 몰랐다. “처음에는 1차 의원 의사 추천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자주 가는 동네의원 의사를 추천해주는 것이죠. 하지만 감기 등 경증질환 환자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상세히 의사정보를 확인해 병원에 가지는 않더라고요.” 시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42개 종합병원의 명의를 소개하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바꿨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의사를 추천해 중개알선 수수료를 받는 것이 금지돼 있어 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웠다.
다시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외국인 환자를 국내에 유치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도 그다지 시장이 크지 않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이런 시행착오 중에 2019년 말 해외에서 사업기회를 모색해볼 기회를 얻게 됐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한 달 반 동안 참가하게 된 것이다. 이때 김 대표는 미국 의료업계 관계자와 잠재 고객 50여명을 부지런히 만났다. 그러면서 한국인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겪는 어려움에 주목했다. “미국은 우선 진료비가 너무 비싸고 의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무보험자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진료예약 자체가 쉽지 않죠. 이민자 입장에서 설사 병원에 가도 언어장벽 때문에 친밀감 있는 서비스를 받기 어렵습니다.”
한편 김 대표는 미국의 원격진료시장이 본인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원격진료에 대한 규제가 없는 미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다양한 회사가 나와 성장 중이다. 그중 선두주자인 텔라닥(Teladoc)은 2015년에 상장했다. 텔라닥의 지난해 매출이 6,700억원, 시가총액이 15조원에 이를 정도로 원격진료시장은 빠르게 확대 중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는 완전히 막혀 있는 원격진료시장에서 이렇게 큰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원격진료가 일반화됐는데도 한인들은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사실 좋은 회사에 다녀 좋은 의료보험에 가입된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에 받기 어렵다. 김 대표는 의료서비스를 잘 받지 못하는 미주 한인들의 문제를 원격진료 솔루션으로 풀 수 있다고 여겼다. “환자와 의사를 IT기술로 효율적으로 연결해준다는 우리 회사 미션의 끝판왕이 사실 원격진료입니다. 한국에서는 규제 때문에 할 수가 없는데 해외에서 기회를 발견한 겁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돌아와 미국의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원격진료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으로 사업방향을 또 바꿨다. 그리고 한 달 반 동안 열심히 개발해 미국시장을 겨냥한 원격진료 앱을 1월 말 미국에서 베타버전으로 내놨다.
그러다 2월에 대구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났고, 김 대표가 출장에서 돌아올 즈음 한국에서 원격진료가 전격 허용됐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터진 것이다. “한국에서 원격진료는 첩첩산중입니다. 한시적으로 풀렸다고 앞으로 잘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이런 원격진료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국내 출시를 결정했습니다.”

8명의 의사들로 첫 서비스 시작…명지병원과의 제휴로 본격적인 성장 기대
밤을 새가며 준비해 3월 10일 국내용 원격진료 앱을 출시했다. 참여할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모든 개원의사 명단을 추려서 1만명이 넘는 의사들에게 팩스와 이메일로 연락을 넣었다. 어렵게 확보한 8명의 의사들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환자 수가 크게 줄어서 의사들 중에도 위기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직접 화상카메라를 달아드리고 원격진료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서비스를 알리자 대형 종합병원인 명지병원에서 제휴하자는 연락이 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원격진료 시스템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고자 메디히어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해보겠다는 것이다. 명지병원의 의사 30명이 메디히어에서 무료로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첫 2주간 약 300건의 원격진료가 이뤄졌는데 명지병원 의사들이 참여한 이후에 더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정부가 원격진료를 장려했으면 합니다.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팬데믹(대유행) 때문에라도 의료진과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증환자는 비대면 원격진료를 이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살아가는 데 원격진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지 모른다. 이제는 메디히어 같은 스타트업이 한국 실정에 맞는 뛰어난 원격진료 서비스를 만들어 국민들을 전염병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느꼈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