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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균형발전 정책에 왕도는 없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2020년 10월호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고 장마와 태풍이 계속되는 와중에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의 근심 걱정이 많아졌다. 그런데 균형발전 정책에 관심 있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이번 의사 파업 사태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된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그 심각성을 잘 드러내는 지표 중 하나가 ‘치료가능 사망률’이다.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았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 비율인 치료가능 사망률이 비수도권,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에서 높다. 가장 낮은 곳은 서울이다. 수도권과 대도시로 병원과 의사가 집중되다 보니 나머지 지역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역 간 의료 격차는 건강 격차로 이어진다. 신생아가 앞으로 몇 살까지 살 것인지 보여주는 기대수명,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는 기간을 보여주는 건강수명 역시 서울이 가장 길다. 서울에서 태어난 아이는 다른 곳에서 태어난 아이보다 평균적으로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건강 수준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비만율 역시 서울이, 서울 중에서도 강남 지역이 가장 낮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이 서울에서 살고 싶어 한다. 서울의 집값이 계속 올라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구 이동과 지역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일자리다. 좋은 일자리가 있는 지역은 사람들이 모이고 발전하며 그렇지 못한 지역은 사람들이 떠나고 쇠퇴한다. 그런데 일자리는 지역발전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지방 병원에선 서울보다 더 높은 보수를 준다고 해도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 선망 받는 직업인 교사도 시골에선 지원자가 부족하다. 의사와 교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좋은 의료와 교육 서비스를  받기는 어렵다. 결국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선 괜찮은 일자리와 살 만한 생활환경을 함께 갖춰야 한다. 그런데 생활환경은 의료·교육뿐 아니라 주거, 교통, 환경, 문화, 여가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돼 한두 가지만 부족해도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주거비용이 높다는 점을 빼고는 사람이 살기 좋은 여건이 다른 지역보다 우월하기 때문이다.
식물의 성장은 토양이 함유한 모든 영양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양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리비히의 최소량 법칙(Liebig’s law of the minimum)’이 있다. 지역발전도 이런 리비히의 법칙이 작동한다. 한 지역의 발전 수준은 그 지역의 가장 부족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어느 지역이든 일자리를 비롯해 생활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여건을 적정 수준까지 갖춰야 한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단기간에 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든지 차별 없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헌법 정신이자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쉽고 빠른 길은 없다. 장기적 관점을 갖고 일자리, 교육, 문화 등 각 영역별 지역 격차를 하나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한다. 이런 일은 그 지역을 잘 알고 소중히 생각하는 지역 주민과 지방정부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실행해야 한다, 지역의 힘만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은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번 의사 파업 사태가 의료 영역에서 나타나는 지역 간 격차 해소의 기회가 되도록, 그래서 균형발전의 난제 하나가 해결되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의료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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