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여성의 삶은 다양한 영역에서 긍정적 방향으로 바뀌었다. 특히 노동시장에서의 변화를 보면 여성고용률은 2019년 51.6%(65세 이상 포함)로 2009년에 비해 3.8%p 상승했으며, 여성취업자 중 임금근로자의 비중 역시 77.9%로 같은 기간 동안 6.7%p 올라갔다. 이와 함께 결혼이나 임신·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여성의 수는 점차 감소하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 지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볼 때 노동시장에서의 변화 수준은 여전히 미흡하다. 예컨대 2019년 70.7%인 남성고용률과 비교해보면 여성고용률은 50% 초반대로 대단히 낮은 데다, 우리나라 여성의 높은 학력수준을 고려할 때 남녀 간 임금격차는 지나치게 크다. 여성 임금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1만6,358원으로 남성 임금근로자(2만3,566원)의 70%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 여성고용의 현재 수준은 OECD 국가 비교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여성고용률은 OECD 국가 평균(2019년 65.3%, 15~64세)에 훨씬 못 미칠 뿐 아니라 성별임금격차는 OECD 국가 가운데서 줄곧 최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삶은 조금씩 나아진다고는 하나 ‘일’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 변화와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 많은 여성은 가정만큼 일에 대한 우선도를 높게 두고 있으며(2019년 49.5%), 가정보다 일에 우선순위를 두는 여성도 34%에 이를 만큼 여성의 삶에서 일의 중요성은 높아졌다. 그러나 맞벌이 가구의 여성은 여전히 가사노동의 1차 책임자로 남성(54분)보다 하루에 2시간 13분 더 많은 가사노동을 하고 있다. 이는 2014년에 비해 고작 6분이 감소한 수준이다.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 10명 중 4명은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양성평등은 사회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가치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경제적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핵심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높은 학력수준과 능력을 갖춘 여성인적자원의 낭비는 사회적으로 대단히 큰 손실이며 국가경쟁력에도 부정적이다. 물론 그동안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노동시장에서 여성참여율을 제고하고 경력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접근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를 통해 각 직종 및 직급에 여성의 참여가 증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력개발과 일가족양립 정책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성별직종분리 및 남녀 간 임금격차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통계지표를 통해 나타난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삶은 그동안의 성과가 여전히 미흡함을 보여준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성고용은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삶을 개선함으로써 양성평등을 실현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도전과제다. 양성평등은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서 인식과 제도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책 전반에서의 성인지적 관점과 성주류화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