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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서의 문장들선물하기 좋은 만화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저자, 에세이스트 2020년 12월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체 연말특집으로 만화책 두 권을 들고 왔다(‘연말맞이 1+1 이벤트’의 느낌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선물하기에 좋은, 그 자체로 이미 선물 같은 책들이다. 올해는 이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으로 만화책 카드 하나를 써버렸기에 잠깐 망설였지만, 이 좋은 책들을 소개하지 않고 넘어가면 아무래도 2020년이 아쉬울 것 같아서 당당히 꺼내보기로 했다.
다드래기 작가의 『안녕 커뮤니티』는 친구에게 “네가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호언장담과 함께 선물받은 책이다. 읽고 나니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똑같은 호언장담을 하게 됐다. 재개발도 비껴간 오래된 동네 문안동에서 절친한 이웃의 고독사로 충격을 받은 60~70대 노인들이 순번을 정해 매일 아침 전화를 걸어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는 고독사 방지 커뮤니티를 결성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노인 문제를 비롯해서 필리핀 이주 여성, 레즈비언 커플, 가정폭력 피해자, 비혼 여성, 가부장제와 단절하고 황혼이혼을 선택하는 여성, 과부, 퇴직자 그리고 빈곤에 시달리는 쪽방촌 식구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보여준다. 이 많은 사람이 한데 어우러지며 알콩달콩 서로를 보듬어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무척 유쾌하고 따뜻하면서도, 결국 저마다의 문제 앞에서는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다 무너져 내리기도 하는 모습들이 무척 현실적이고 쓸쓸했다. 그래, 그런 게 산다는 것이지. 함께이다가도 놀랍도록 혼자인 그런 것. 서사를 밀도 높게 압축하고, 가슴을 깊게 찌르는 순간을 몇 컷으로 포착해내는 다드래기의 힘은, 나를 그 많은 등장인물의 마음속에 집어넣곤 했다. 읽으면서 한 다섯 번쯤 펑펑 울었다.

착한 방법으로 해야 허우? 꼭 착해야 되우? 하루 사는 게 걱정인 사람이 미래를 바꿀 거름이 되고 싶겠수? 나는 죽어도 거름이 되려니 하겠수? -p. 458

수신지 작가의 『곤 GONE』은 내가 올해 주변에 가장 많이 선물하고 다닌 책이다. 특히 지난해 4월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음에도 이 결과를 역행하는 낙태법 개정안이 나온 이 시기에 낙태죄가 현실세계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해왔는지 그리고 작동하고 있는 중인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에 좋은 책이다. 전작 『며느라기』에 이어 이 책 곳곳에도 사람들을 답답함으로 가슴 치게 할 고구마를 정성껏 재배하는 것이야말로 수신지의 힘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답답한 상황들을 인류학적 기록물처럼 그려내어 공감의 탑을 탄탄히 쌓은 뒤 다 같이 고민해봐야 할 지점까지 독자들을 서서히 끌고나가는 힘. 그 밖에도 임신을 둘러싼 제각각의 사정이 있는 여성들의 고민, 아이가 엄마의 성을 물려받는 것에 뒤따르는 사회적 시선, 오직 여성들 사이에서만 돌림노래처럼 돌아가는 돌봄 노동의 무게 등 여성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부드러운 그림으로 날카롭게 건드리고 있다. 시의적절하게 이런 이야기들을 꾸준히 써주는 작가에게 그저 고맙다.

생각해보니 희한하네. 벌은 여자가 받고 성은 남자가 받고? - p.230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모두에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힘겨웠을 2020년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깊고 애틋한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네고 싶다. 한 해를 살아내느라 모두 정말 애쓰셨습니다. 다들 이런 한 해는 처음이었잖아요. 수고 많았어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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