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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UAE, 코로나19 계기로 식량안보 리스크 완화에 총력
안령 KOTRA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무역관 과장 2020년 12월호



필자가 2017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처음 왔을 때 현지 최대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스피니스에서 한국 배를 발견하고 감탄한 기억이 있다. 한국 배 옆에는 스페인에서도 한 철만 난다는 납작 복숭아, 뉴질랜드산 갈라 사과, 태국산 망고도 있었다. UAE는 사막이 전체 국토 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 불모지지만 슈퍼마켓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과일과 채소가 넘쳐난다. UAE가 일찌감치 수입선을 다변화해 놓은 덕에 항공으로 8시간 이상 떨어진 이국의 과일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코로나19로 전 세계 물류 흐름이 마비되고 UAE도 통행 제한을 시행했을 때에는 슈퍼마켓 신선제품 선반이 다 채워지지 못한 채 며칠간 비어 있곤 했다. UAE 정부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식량 공급망 교란 가능성과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최근 UAE 정부는 식량안보특임장관 주도로 현지 농장을 견학하고 중장기 실내농업 진흥 계획을 구상하는 한편 정부 펀드를 중심으로 굵직한 스마트팜 프로젝트들을 지원하고 있다.

UAE 정부의 적극적 농업 지원으로 유럽·북미 기업 현지 진출 증가
UAE를 비롯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식량안보상의 위기를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에도 글로벌 농수산식품 가격 급등으로 기초 농산물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이후 농산물 수입선 다변화, 현지 생산역량 강화, 해외농장 인수 등을 추진했다. 다만 모든 대응책이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전통적인 방식의 농업에는 당연히 많은 양의 농업용수가 필요한데, 수자원이 부족해 담수화로 용수를 조달하는 사막 국가에서 전통 농업을 통한 현지생산 증대 전략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 또한 아프리카 등지에서의 해외농장 인수는 현지 여론 악화와 계약 불이행 사례로 이어졌다. 그래서 유사시에도 계약 이행이 담보되는 선진국 내 해외농장 운영을 늘렸다. 무엇보다 국내에서는 수경재배 등 물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첨단 농업 기술을 활용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UAE는 여름철 최고기온이 48℃에 이르고 연평균 강수량은 42㎜에 불과하다. 경작지도 전체 국토 면적의 0.4%에 불과해 노지재배가 어렵다. 이에 UAE 정부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에 이미 식량안보특임장관직을 신설하고, 2018년에 국가식량안보전략을 수립, 2051년까지 세계식량안보지수(Global Food Security Index) 1위 도달을 목표로 첨단 농업 기술을 활용한 지속 가능 식량생산 체계 구축을 준비해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이니셔티브는 아부다비투자공사(ADIO)가 주도하는 농업기술펀드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3대 중점 지원 분야는 실내 농업 기술, 정밀 농업 및 농업 로봇 기술, 해조류 기반 바이오 연료로, 2019년부터 3년간 약 2억7천만 달러를 지원한다. 선정 기업은 농업 기술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연구개발(R&D) 비용의 총 75%까지 현금지원을 받는다. ADIO는 올해 초 실내 수직농장, 관개 및 종자개량 기술을 보유한 현지 기업 4개사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외국 기업도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지만 현지에 지사와 인력이 나와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
UAE 정부는 지난해 7월 농업 육성을 위해 19개 농산업 분야의 외국인 지분을 최대 100%까지 인정해준다고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이 주요 곡물, 채소 및 과일 등 생산 농장이나 식품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데 좀 더 비즈니스 친화적인 환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UAE 정부의 농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유럽, 북미 등 농업 선진국의 기업이 현지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특히 현지 기업들은 원예 기술로 유명한 네덜란드 기업과 합작해 스마트온실과 시설 운영 노하우를 통째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 아부다비 알아인 지역 온실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퓨어 하베스트(Pure Harvest)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9월엔 실내농장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그로우그룹(GrowGroup IFS)이 현지 투자사와 합작,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엽채류 농장을 아부다비에 건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프랑스,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실내 수직농장 진출사례도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크롭원(CropOne)은 에미레이트 항공과 손잡고 신선 엽채류를 생산해 기내식으로 제공한다. 프랑스 아그리쿨(Agricool)은 두바이 소재 컨테이너 농장에서 베리류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8월 UAE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우수한 농업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기업과의 협력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걸프 지역, 우리 스마트팜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최적의 시장
우리 스마트팜 기업도 중동 사막에서 농업혁명을 앞당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 스마트팜 스타트업 엔씽은 올해 1월부터 아부다비 국방호텔 부지에서 8개 컨테이너 동으로 신선 엽채류 수경재배를 위한 개념검증(PoC)을 진행해왔다. 실내 온도, 습도, 조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자동제어해 로메인 상추 등 현지 수요가 많은 엽채류를 생산하는데, 연말까지 개념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대형 농장 조성을 위한 컨테이너 100개 동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컨테이너 농장에서 재배된 엽채류는 일반 식물보다 두껍고 식감이 좋아 현지 고급 호텔 및 레스토랑에서도 수요가 많으며, 이미 하이퍼마켓 등에 유통되고 있다. 엔씽은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감자 등 전략 작물 재배를 위한 R&D도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우리 농촌진흥청은 건조지역용 벼 품종 ‘아세미’를 UAE 샤자 지역에서 재배하는 데 성공, 지난 6월 1차 수확을 마쳤다. 농촌진흥청은 추가적인 연구와 실험을 바탕으로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2차 수확을 준비 중이다.
우리는 유사 이래 수천 년에 이르는 농업 이력을 갖고 있어 혁신 농업 기술이 발달했다. 관련 스마트팜 기업도 수백 개에 달하고, 많은 스마트팜 기업이 농업 여건이 좋지 않은 혹서지나 혹한지를 제1의 수출 대상 지역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UAE를 비롯한 걸프 지역 산유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사막 기후를 극복하고 연중 재배가 가능한 첨단 농업 기술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데다 산업전기 요율도 낮고 풍부한 외국인 노동력을 바탕으로 인건비도 낮아 우리 스마트팜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최적의 시장이다.
다만 엔씽의 경우처럼 우리 인력이 현지에 나와 농업 기술을 현지화하고, 현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성공적인 현지 안착과 인근 걸프 지역으로의 진출에 매우 중요하다. UAE를 비롯한 걸프 국가에서는 더욱 효율적인 단열을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더불어 많은 스마트팜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수익성 개선, 현지에 적합한 품종 개량을 위한 R&D를 위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UAE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어 선진화된 인프라와 R&D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더욱 많은 우리 스마트팜 기업이 현지에 와서 걸프 사막의 농업혁명을 주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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