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행동을 파악하고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을 ‘행동인터넷(IoB; Internet of Behaviors)’이라고 한다.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서 유래한 신조어다.
사물인터넷이 사물들로 연결된 인터넷을 의미한다면, 행동인터넷은 사람들의 행동으로 연결된 인터넷을 의미한다. 즉 행동인터넷은 행동 데이터를 수집·분석·예측하는 인터넷이며 데이터를 활용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물인터넷과 행동과학의 결합이 가져오는 변화
사물인터넷에서 인터넷에 연결된 장치가 각종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계속 수집하듯이, 행동인터넷에서는 직원·고객 정보와 행동 데이터가 계속 수집된다. 행동인터넷은 코로나19와도 관련이 있다. 이제 직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온을 재고 손을 소독하는 일은 필수적인 의식이 됐고, 그러한 절차를 지키는지 감시하기 위해 카메라, RFID 태그, 각종 센서,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로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물론 데이터 수집의 양적·질적 증가 추세는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감염병 예방이라는 명분으로 민감한 데이터 수집에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이 같은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행동인터넷은 특정 행동을 장려하거나 억제하며 보건위생뿐만 아니라 커머스, 보안, 프로세스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행동인터넷에 적극적인 기업은 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공공 데이터, SNS 콘텐츠, 위치 정보 등 여러 소스에서 데이터를 수집·통합·처리한 후 비즈니스에 반영한다. 이는 기업과 구성원의 관계, 기업과 고객과의 관계,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 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행동인터넷은 ‘행동과학(behavioral science)’이 적용된 사물인터넷이라 할 수 있다. 행동과학은 사회 및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행동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노력으로 감정(emotions), 의사결정(decisions), 동료애(companionship) 등의 심리적 요소와 기술과의 관계를 복합적으로 다룬다. 기술은 인간 행동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데, 한 예로 사용자가 체중 감량을 위해 다이어트 앱을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용자의 신체 상태, 운동량, 식단 등을 고려해 다이어트 앱은 사용자가 원하는 몸무게와 체형을 만들기 위한 행동 수정을 제안한다. 이 같은 개인화를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이 필수다.
행동과학의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인슈어테크(InsurTech; AI, 블록체인, 핀테크 등 IT 기술에 보험산업을 적용한 개념)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운전습관연계보험(UBI; UsageBased Insurance)을 꼽을 수 있다. UBI가 적용된 자동차보험은 차량 속도, 운전 거리, 운전 시간 등을 측정하고 운전습관을 분석해 안전운전 여부를 판단한 후 이를 보험료 산정에 반영한다.
UBI를 통해 보험사는 사고 위험이 적은 고객을 유치해 손해율을 줄일 수 있고, 사용자는 보험료 할인을 받기 위해 특정 네비게이션 앱이나 운행기록자기진단장치(OBD; OnBoard Diagnostics)를 사용하면서 안전운전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안전운전이 늘어나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미국 보험사 올스테이트(Allstate)의 드라이브와이즈(Drivewise), 현대자동차의 블루링크(Bluelink)와 연계된 현대해상화재보험의 UBI 특약, T맵의 운전습관 점수와 연계된 DB손해보험의 UBI 특약 등이 출시된 상태다.
광범위한 행동 패턴 찾아내고 정교한 소비자 타기팅 가능···만성질환 치료, 에너지 관리 등에 활용돼
기업들은 사용자의 행동 및 관심사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 사물인터넷 장치에서 점점 더 많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광범위한 행동 패턴을 찾아내고 정교한 소비자 타기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 행동인터넷에 기반한 스타트업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제나비전(Xena Vision)은 딥러닝 기반의 컴퓨터비전(computer vision) 기술을 통해 활동인식(activity recognition), 감정인식(emotion recognition), 행동분석(behavior analysis)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인간 행동의 다양한 부분을 포착하고 감정 모델을 생성한 후 심층적인 실시간 평가를 한다. 제나비전은 그래픽카드 및 AI 기술로 유명한 엔비디아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엔비디아 인셉션(NVIDIA Inception)’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AI와 행동 알고리즘을 적용해 소비자 선호도에 대한 시간 기반 예측을 제공하는 브레이니파이(Breinify), 에너지 절약을 위한 가정용 스마트 계랑기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준(June), 맞춤형 케어 플랜으로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의 치료를 돕는 힐럼(Healum), 알코올과 마약 등 다양한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기분 모니터링과 맞춤형 권장사항을 제공하는 피벗(Pivot) 등이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이들 기업이 모두 사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언제나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이 실패하고 소수만이 성공한다. 중요한 것은 행동인터넷과 관련된 분명한 IT 트렌드가 존재한다는 점이며, 앞으로 시장이 원하는 기술 및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기업이 트렌드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3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40%, 즉 30억 명의 개별 활동이 디지털 방식으로 추적될 것으로 예측했다. 행동인터넷에서 단지 기술 및 비즈니스 측면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행동인터넷은 기업이 설정한 목표와 내용에 따라 윤리적·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