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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정책의 비용과 편익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0년 12월호


코로나19 충격에 의해 전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여타 국가에서와 같이 우리 정부도 경기침체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방향은 분배개선을 위한 재정의 역할 확대와 맞물리면서 복잡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모든 경제현상이 그렇듯이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고 편익만 존재하는 정책은 없다. 따라서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건설적 논의는 그 비용과 편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에 기초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기대책으로서의 재정지출 확대와 분배개선을 위한 정부의 역할 확대를 분리해 접근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기 위해 바람직하다. 전자는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이며 후자는 경제구조를 변화시키는 장기적 정책이라는 점에서 개념상 다른 차원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했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이는 마치 가장이 불의의 사고로 당분간 일을 할 수 없을 때 일시적으로 빚을 내 가계를 지탱하고 건강이 회복된 이후의 소득으로 빚을 갚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와 거의 같다. 즉 정부의 재무건전성이 일시적으로 훼손되는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경기침체에서 비롯되는 국민의 극심한 고통을 완충하는 편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의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현재의 경기침체가 일시적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일 현재의 어려움이 저출산·고령화 혹은 생산성 정체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채발행 확대에 의존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부양을 추진할 경우에는 그 비용이 편익을 상회할 수 있다. 성장세 둔화에 반복적 재정확대 정책으로 대응했으나 결국 경제는 회복시키지 못한 채 막대한 국가부채만 남기게 된 1990년대의 일본을 대표적 반면교사로 꼽을 수 있다. 코로나 불황이 한없이 지속될 성격은 아니라는 믿음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경제가 회복되는 속도에 맞춰 적자재정의 폭을 축소시켜나가는 것 또한 필요한 정책방향이다. 
이상의 논의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함의는, 단기적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대는 가급적 가역적(可逆的) 부분에 집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일시적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소멸될 경우 그에 맞춰 재정지출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기부양을 위해 일시적 ‘재난지원금’은 바람직할 수 있으나, 지속적인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기본소득’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항구적인 복지정책 확대 혹은 분배개선을 적자재정에 의한 부채증가에 영원히 의존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재정지출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내지 증세가 수반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증세에 의한 소득재분배 정책은 경제활동에 대한 기여와 그에 대한 보상을 괴리시킴으로써 경제주체들의 생산성 제고 유인, 즉 성장동력을 축소시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소득분배의 악화는 사회통합이라는 또 다른 차원의 사회적 가치를 저해한다는 점에서 소득재분배 내지 복지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사실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의 고민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거대담론이라는 점에서 어느 누구도 적정 수준의 소득재분배 정책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따라서 그 비용과 편익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토론하면서 점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장과 분배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즉 편익만 있고 비용은 없는, 그런 재정정책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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