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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의 혁신토크
혁신과 전환의 2020년대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021년 01월호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가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규모, 범위, 복잡성의 4차 산업혁명이 우리가 살고 일하고 공감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예측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축적되면서 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2020년대는 혁신과 전환의 시대가 될 것이고 2025년은 다보스포럼에서 예측한 대로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대전환의 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대전환은 과학자들이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동안 과학기술에 대한 강대국의 대규모 정부투자는 2C라고 불리는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Cold War), 암(Cancer)과의 전쟁에 의해 주도돼왔다. 2차 대전 이후 냉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미국과 소련의 과학기술 투자가 경쟁적으로 이뤄지다가 1990년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바이오·보건 분야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과학기술과 혁신에 대한 대규모 정부투자를 이끄는 2C가 미국의 중국(China)과의 경쟁, 코로나19(Covid-19)로 바뀌고 있다.

2020년대 국가전략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 선도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미·소 냉전이 이념과 핵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미·중 경쟁의 새로운 전쟁터는 반도체, 데이터, 5G 네트워크, AI, 인터넷 표준, 퀀텀 컴퓨팅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 분야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2020년대 국가전략의 핵심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데 둬야 하는 이유다. 만약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신기술에서 뒤처진다면 미·중 경쟁이 한반도에서 충돌하는 지정학적 문제점과 여전히 휴전 중인 남북한 갈등을 극복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역설적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키는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치료제, 진단키트 등을 개발하기 위한 대규모 바이오 기술 투자에도 주목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은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의 예를 들어보자.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개학에 이어 교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온라인 교육이 우리 교육의 주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교수의 1% 미만이 온라인 수업을 활용했지만 이후에는 모든 교수들이 온라인 수업을 전부 혹은 일부 활용하고 있다. 초중등학교에서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온라인 학습이 정규수업으로도 인정되지 못했으나 이제는 당당히 교육의 주요 부분으로 인정받고 있다. 마침내 공교육의 비대면 서비스화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4차 산업혁명 대전환의 중간 과정일 뿐이다. 왜냐하면 온라인 교육에서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는 방식을 고수한다면 이것은 저마다 다른 적성과 흥미를 가진 학생을 대상으로 똑같은 내용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소위 대량생산의 공장형 교육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온라인 교육에 AI 교육을 입히게 되면 AI 개인교사가 모든 아이에게 각자의 역량과 잠재력에 맞춰 학습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AI 개인교사가 교사의 부담을 줄여주면, 교사는 학생의 개별화 학습을 지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멘토링을 통한 사회정서적 학습, 고차원적 역량을 위한 프로젝트 학습 등을 디자인하는 역할로 전환할 수 있다. 수백 년 동안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던 교육의 대전환이 드디어 일어나는 것이다. AI 교육은 근본적으로 온라인 교육의 바탕 위에 실현 가능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의 확대가 교육의 대전환을 크게 앞당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향식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혁신생태계 조성을
그러면 한국이 혁신과 전환의 2020년대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한 주요 정책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올 한 해 동안 ‘이주호의 혁신토크’에서 매달 한 번의 기고를 통해 자세히 논의하고자 한다. 개별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한국이 혁신과 전환을 선도하기 위한 정책 틀로서 혁신생태계의 조성을 제안한다.
혁신생태계란 구체적으로 연구개발(R&D) 및 산업의 혁신과 이에 대응한 규제의 혁신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기존 과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위험·고가치의 R&D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 플랫폼, 상품, 산업은 물론이고 규제의 혁신을 끊임없이 창출하도록 기업가, 연구자, 투자가, 공무원, 시민 등이 지속적으로 경쟁하고 협력하도록 진화하는 체계로 정의한다. 최고의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학기술과 경제·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혁신을 선도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의 혁명적 변화, 혁신생태계 조성을 정책 우선순위의 최고점에 두고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정부·정치 개혁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복지·노동·보건 등 주요 사회 분야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혁신과 전환이 요구된다는 차원에서 사회 분야까지 포함해 혁신생태계를 폭넓게 정의하고자 한다.
과거 한국이 빠른 경제성장을 통해 다른 나라를 추격할 때는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으며 정부의 지원을 받은 재벌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낙수효과가 중요했다. 그러나 개발연대기에 작동했던 정부의 지휘와 통제 및 소수 재벌기업 중심 성장 모델로는 날로 격화되는 글로벌경제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선도자가 될 수 없다. 국내외 환경 변화에 적극적이고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기회로 활용해 고용을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제 기업에 대한 통제와 직접 지원을 과감하게 축소하고 대기업, 중소기업, 금융가, 과학자, 교수, 공무원, 시민사회 등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상향식의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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