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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환경 그리고 미래는
생태계는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2021년 01월호


유명한 생태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1988년 『생물의 다양성』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이 책에서 그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을 이룩했지만 우리 주변의 많은 생명체를 멸종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멸종의 끝에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그는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방법으로 생명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으며, 이것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전자 다양성과 생물종 다양성 그리고 서식지를 다양하게 유지하는 생태계 다양성 보전을 제시했다. 그의 경고는 세계적인 경각심과 호응을 가져와 1992년 각국 정상들이 브라질에 모여 생물 다양성 협약을 결의하고, 유전자 다양성, 종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을 함께 지키자고 약속했다.
이후 생물 다양성 보전이 인류에게 주는 혜택인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2005년 UN에서 발표한 새천년 지구 생태계서비스 평가 이후 각국은 자국의 생태계서비스를 평가하고, 그것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생태계서비스는 크게 생태계 유지의 기본이 되는 광합성과 같은 지원서비스, 식량이나 목재를 제공하는 공급서비스, 수질오염이나 대기오염을 정화하는 조절서비스, 휴양과 관광 등을 제공하는 문화서비스로 구분된다.
생태계서비스는 과거와는 달리 무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 산림과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국립공원, 습지보호지역 등을 지정하는 노력의 결과로 생태계서비스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호지역 지정으로 국민들은 생태계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어서 좋지만, 보호지역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토지이용 제약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다. 이런 문제의 해결방안이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는 자연보호지역 토지를 가진 토지주에게 세금 혜택을 주거나 친환경 농업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보상해주는 제도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와 유사한 제도로 친환경농업직접지불제가 있다. 이 제도는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지었을 경우 농약을 사용하는 일반 농사에 비해 소득이 감소하면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농업소득은 감소하지만 자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에서 차액을 보상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보호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해당 지역 토지주와 지역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2019년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계약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정부가 보호지역 생태계서비스의 보전 및 증진을 위해 토지주 등과 자연환경 유지관리, 경작방식 변경, 화학물
질 사용 감축 등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지원하는 제도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의 취지는 국가가 사유재산을 매입하지 않고 토지주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야생동물 먹이 제공 등과 같이 생물 다양성 증진에 직접 효과가 있는 경우 보상비를 우선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보호지역 사유토지에 대한 적정한 보상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토지 소유만으로 보상이 이뤄질 경우 불로소득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토지주의 불만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세금 감면과 같은 검토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물이나 공기는 무상으로 주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생태계가 주는 혜택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공짜는 없다는 상식이 생태계에도 적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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