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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아나바다
임지영 칼럼니스트 2021년 01월호

 

대한민국은 트렌드 공화국이다. 바이블 격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를 비롯해 연말이면 10여 곳에서 트렌드 리포트가 쏟아져 나온다. 전무후무한 팬데믹이 휩쓸었던 지난 연말 모든 서적이 주목한 트렌드가 있었으니 바로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MZ세대의 ‘아나바다’다.

세컨슈머가 된 모티즌
아나바다. 1997년 IMF 사태를 겪으며 1990년대 그들만의 문화를 구축해나갔던 X세대에게 익숙한 용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고 만든 운동으로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의 준말이다. 그런데 물질적 풍요 속에 나고 자란 MZ세대에게 아나바다가 다시금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펼쳤던 X세대의 그것과는 차별화되는 개념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팬데믹 시대에 화려하게 부활한 아나바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렌드의 주체인 MZ세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한 세대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만큼 최신 트렌드와 함께 남과는 다른 나만의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SNS를 기반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티즌(motizen)’, 즉 모바일 기반의 네티즌이라고 부를 정도다.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익숙한 모티즌들은 타인의 다양한 삶을 간접 체험하고 탐색할 기회가 많은 만큼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나길 원하고 이전까지 살아보지 못했던 색다른 삶을 꿈꾸기도 한다. 날카로운 상상력 연구소의 김용섭 소장이 쓴 『라이프 트렌드』나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에 따르면 MZ세대의 아나바다 소비는 ‘세컨슈머(seconsumer)’로 요약된다. 즉 중고를 사고파는 소비자다. MZ세대에게 중고거래나 중고소비란 리사이클링이나 업사이클링이 아니라 프리사이클링이다. 어떻게 하면 소비를 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결과인 것이다.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같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는 MZ세대에게 즐거운 체험의 장이다. 희소템을 구하기 위한 중고거래가 활발하고, 득템하는 재미만큼 팔아치우는 희열 또한 크게 느낀다.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까닭이다. 코로나19에도 월 거래액 1천억 원을 기록하고 있는 번개장터의 이재후 대표는 “좋은 중고로 유행을 즐긴 후 가격에 맞춰 다시 팔 수 있어 윈윈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MZ세대가 세컨슈머가 된 이유를 설명한다.

널리 이로운 ‘클라우드 소비’와 제로 웨이스트의 삶
MZ세대의 아나바다를 이해하는 데 있어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바로 ‘클라우드 소비’다. 소유보다 경험, 소유보다 공유를 추구하는 이들은 막연한 이상과 꿈에 젖지 않는 만큼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도 상당히 현실적이다. 자신들이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이 아닌, ‘나만의 것’을 위한 기준을 만들어내 삶과 관련된 최적의 만족감을 추구한다.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나 한국에선 아직 일상화되지 않았지만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는 카쉐어링 플랫폼 우버나 리프트, 길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전동 킥보드 공유 플랫폼처럼 ‘공유하는 소비’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일상화되고 있다.
경험의 ‘공유’를 중시여기는 성향에는 환경, 동물권, 윤리, 공정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밀레니얼만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 사라져가는 동네를 트렌디한 공간으로 부활시켜 로컬 생태계를 만들고 즐기는 주체 또한 MZ세대다. 춘천 ‘카페 감자밭’의 감자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지역의 수제맥주를 맛보기 위해 지방 투어를 하는 수고로움이 이들에겐 오히려 즐거움이다.
기성세대에게 먹고사는 문제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었다면 오랜 저성장 시대를 지나야 하는 MZ세대에게는 ‘얼마나 오랫동안 최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즉 ‘괜찮은 일상을 미래에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삶’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만큼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MZ세대의 아나바다 생활이 폐기 자원을 줄이기 위한 ‘제로 웨이스트’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이유다.
코로나19로 인한 인식 전환, 환경에 대해 고조된 관심으로 인해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메시지와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제로 웨이스트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환경부가 실시한 ‘플라스틱 인식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절반은 환경에 민감한 ‘에코워리어’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빠르게 적응해나가고 있는 MZ세대, 외부의 자극을 견디는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고 일상을 단단히 구축하며 SNS와 디지털을 활용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미래는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오늘을 토대로 열리는 시간이다. 저금리 시대의 생존법으로 한없이 소비를 줄이다가도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지갑을 활짝 여는 MZ세대. 이들이 이끌어갈 소비문화가 앞으로 어떤 트렌드를 만들어낼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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