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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쳐쓰기의 기적
세상에 못 쓴 글은 없다
송숙희 글쓰기 코치,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끌리는 단어 혹하는 문장』 저자 2021년 01월호


헤밍웨이는 많은 이가 20세기 최고의 작가로 꼽으며 좋아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 세계가 신음하는 21세기 지금, 사람들은 다시 헤밍웨이를 찾는다. 주인공은 ‘헤밍웨이’ 앱. 이 앱은 길고 복잡한 문장을 짧고 영향력 있게 변환해준다. 딱 헤밍웨이의 문장처럼. 직장에서 쓰는 보고서, 메일 혹은 자기소개서를 전송하기 전에 헤밍웨이 앱으로 ‘내 글이 얼마나 읽기 쉬운가’를 확인해 바꾸는 이가 많다고 한다. 쉬우면서도 간결하고 명료한 글쓰기는 어떤 일을 하든지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제 일하기의 핵심은 장소나 시간대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는가’다. 대세로 자리 잡은 원격근무에는 전화나 화상회의가 유용하지만 스마트 워커들은 여기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다. 서면으로 자료를 공유하며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글쓰기 실력은 소통의 잘잘못을 넘어 유·무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직장이 아니더라도 세상은 온통 온라인 소통으로 돌아간다. 그러기에 글쓰기 능력은 이제 소통기술을 넘어 생존에 필요한 기술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에게 글 잘 쓰기란 여전히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준말)이다. 보고서든 이메일이든 누구도 자신 있게 자신이 쓴 글을 내보이는 사람은 드물다.  대체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언제쯤 글쓰기가 만만해질까?
다시 돌아가서, 헤밍웨이는 퓰리처상을 타기도 했다. 퓰리처상은 언론인에게 주는 상이다. 소설? 신문 기사? 헤밍웨이가 주로 쓴 것은 어떤 글일까? 헤밍웨이는 자신이 쓴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쓰레기 같은 글도 고쳐 쓰면서 좋아진다고 단호하게 말
했다. 실제로 『노인과 바다』는 200번이나 고쳐 썼다고 한다. ‘쓰레기’를 쓰고 ‘쓰레기’를 고쳐 써서 작품이나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은 헤밍웨이뿐 아니라 글쓰기로 먹고사는 이들의 방식이다. 글쓰기가 업(業)인 이들이라 해서 처음부터 ‘잘 쓴 글’만 쓰는 게 아니다. 누구도 처음엔 쓰레기 같은 글을 쓰고, 이것을 고쳐 쓰는 과정을 거쳐 어떤 몹쓸 글도 잘 쓴 글로 바꾼다. 글 잘 쓰기 넘사벽 앞에서 매번 좌절한다면 이것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세상에 못 쓴 글은 없다는 것. 고쳐 쓸 수 있는데, 못 쓴 글이 있을 수 있겠는가?
글을 잘 쓰려면 고쳐쓰기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는 연구는 세계의 저명한 대학에서도 활발하다. 그중 하버드대에서 20년 이상 글쓰기센터를 이끌어온 낸시 소머스 교수는 자신의 논문(「The Novice as Expert: Writing the Freshman Year」)에서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은 문장을 꾸미고 고치는 것에 골몰하는 반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고쳐쓰기 과정을 통해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독자의 개념, 글의 구성과 같은 상위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는 비교를 통해 제대로 된 글 고쳐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쳐쓰기는 잘 읽히는 글을 쓰게 한다. 고쳐쓰기를 하는 이유는 핵심을 빠르게 전달해 원하는 반응을 빠르게 얻어내기 위해서다. 막 쏟아낸 필자의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생각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설득력 있게 변환하는 작업이다. 세상 어떤 글도 몇 번의 고쳐쓰기 과정을 거치면 잘 쓴 글로 바뀐다.
이제부터 글쓰기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영업비결이자 글 잘 쓰는 사람들의 진짜 비법을 알려드리겠다. 그 결과 어떤 글이든 읽고 싶게, 읽기 쉽게 척척 써내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코너의 이름은 ‘글, 고쳐쓰기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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