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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1음반
잔잔하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음악
배순탁 음악평론가,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2021년 01월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라는 가수가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2010년대 이후 그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린 뮤지션은 몇 없다고 보면 된다. 통계가 증명한다. 2006년 데뷔작을 발표한 이래 테일러 스위프트는 대략 2억 장 정도의 앨범을 팔아치웠다. 엄청난 숫자다. 싱글 히트곡도 여럿이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은 총 6개, 톱 10으로 넓히면 무려 28개의 싱글을 올려놨다.
어디 대중적인 인기만일까. 테일러 스위프트는 팝계의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평가받는 그래미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누구는 평생 한 번 타기도 힘든 그래미 ‘올해의 앨범’을 2번이나 수상했고, 이걸 포함해 집으로 가져간 트로피의 개수만 10개에 달한다. 아직 안 끝났다. 7개의 기네스 세계 기록,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1명’, 빌보드 선정 ‘2010년대의 여성’ 등도 테일러 스위프트가 일궈낸 성취다.
그러니까, 그녀는 대중적인 인기와 음악적인 평가 모두에서 남부러울 것이 없는 뮤지션이다. 처음에 컨트리 뮤지션으로 등장할 때 그녀의 포지션은 해당 장르의 새로운 아이돌 정도였다. 단언컨대, 이 당시 테일러 스위프트가 시대를 상징하는 예술가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단 1명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역사는 곧 배반의 역사였다. 그는 주위의 깔보는 시선을 보란 듯이 배반했고, 음악적인 방향을 끊임없이 다르게 가져가면서 스스로의 역사를 배반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12년 발표한 4집 였다. 이미 이전부터 컨트리의 비중을 줄이고, 다른 장르를 섞고 있었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 음반을 통해 팝, 록, 일렉트로닉 등을 본격 흡수하면서 음악적으로 한층 넓은 영토를 그려냈다. 격찬이 뒤따른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미 올해의 앨범을 시작으로 속된 말로 상복이 터져버렸다. 대략 이때부터였던 거 같다. 그녀가 단발성 블록버스터가 아니었음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그랬다. 이후 테일러 스위프트는 작품마다 서로 다른 결의 음악을 추구하면서 거의 예외 없이 찬사를 이끌어냈다. (2017)에서는 일렉트로닉에 방점을 두는가 하면 (2019)에서는 풍성하면서도 몽환적인 신스팝(Synthpop)을 들려주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정말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녀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언제나 최신 음반을 통해서였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그녀는 스스로를 갱신하는 뮤지션이다.
증거를 한번 대볼까. 테일러 스위프트는 2020년 한 해에 무려 2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여름에 나온 와 겨울에 공개된 가 바로 그것이다. 두 앨범의 기조는 비슷하다. 에서 시도한 인디와의 연계를 확장한 버전이 라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테일러 스위프트에 따르면 를 발표한 이후 휴식기를 가졌던 과거와는 달리 “곡 쓰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음반이 하나의 숲이라고 가정하면 ‘숲을 떠나지 않고, 도리어 숲의 더 깊은 곳으로 여행한 결과물’이 바로 인 셈이다. 또 팬데믹으로 인한 격리 상태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어차피 할 거라고는 음악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이것은 내 추측이 아닌 테일러 스위프트 본인피셜이다.
다음처럼 단언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도 안 듣고 2020년 팝계를 논한다면 그건 그냥 사기 치는 것에 불과한 거라고. 이 두 앨범의 성취는 정말이지 굉장하다. 여러 인디 뮤지션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잔잔하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음악을 길어냈다. 뭐랄까. 듣는 이의 마음에 강렬한 인장을 남기는 게 아닌 인상적인 여운을 드리우는 음악이다. 과연, 음악전문지 『롤링 스톤』의 평가 그대로다. 는 ‘뉴 스위프트(New Swift)의 데뷔작’으로 팝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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