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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혁신을 강요한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2021년 01월호


최근 수도권에서 입소문을 타고 조용히 퍼지고 있는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있다. ‘세탁업계의 애플’이라는 별칭을 받은 한 중소기업은 모바일(디지털) 세탁소를 지향한다. 세탁물을 외부에 맡기려면 빨래를 모아 가까운 프랜차이즈점을 방문해 맡기고 2~3일 후에 찾는 번거로움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새로운 서비스는 제공된 박스에 빨래를 담아 문밖에 내놓으면 업체가 자동으로 신호를 감지해 빨래를 수거해가고 12시간 안에 세탁해 다시 배송해준다. 소비자는 앱으로 맡긴 빨래의 진행상황을 알 수 있고 결제도 온라인으로 하기 때문에 한 걸음의 수고나 말 한마디의 번거로움도 요구받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가장 큰 두려움인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도 없다.
코로나 공존시대로 많은 것이 정지된 것처럼 회자된다.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다. 자영업자가 힘들고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수준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무역강국인 한국과 중국은 수출액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은 지난 3분기 수출액이 10% 이상 늘었고, 우리나라도 9월부터 월간 수출액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우리 기업들이 금융위기 때에는 12개월이 지나서야 수출을 플러스로 겨우 돌려놨는데 이번에는 6개월 만에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내수시장이 작은 우리에게 수출이 경제회복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어 다행이다.
그 비결은 앞의 세탁소 사례가 해답을 제공한다. 코로나19가 기업과 개인의 업무 및 생활 패턴을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불붙었던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디지털화가 코로나19로 더욱 가속도를 받는 것이다. 혁신을 통해 앞서나가면 대박이 나고, 그 반대면 자취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요즘 직장인은 일반적인 세탁 프랜차이즈를 이용하기 쉽지 않다. 출근할 때는 문을 열기 전이고 저녁에도 늦게 퇴근하면 문 닫은 세탁소만 쳐다봐야 한다. 주말이면 아예 문을 열지 않는 곳도 많다. 더구나 세탁소 경영자는 사업장을 유지하려면 고정 비용을 들여 최소 1명 이상이 빨래 접수 등을 위해 가게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모든 세탁물을 배송하는 것은 꿈꾸기 힘들다. 디지털 세탁서비스 회사와 천양지차인 셈이다.
코로나19로 우리의 냉장고가 불티나게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2020년 3분기 냉장고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9.1%나 늘어나 6억8천만 달러에 달했다. 외부활동 감소로 경제 중심이 집으로 모아지는 홈이코노미가 부각되면서 식품 및 식재료 보관 수요가 늘기도 했지만, 냉장고가 모바일과 연결돼 조리방법을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음성으로 안내하는 보조셰프 역할(디지털화)까지 담당하는 등 변신을 꾀한 결과로 해석된다. 최근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와 SSD(컴퓨터 저장장치) 수출도 전 세계 디지털화 붐을 타고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혁신을 강요하고 있다는 말까지 회자된다. 원래 10년에 걸쳐 진행될 디지털 혁신을 2~3년 내에 완성해야 비즈니스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주지하다시피 코로나19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 서로 만나 힘을 합하기보다는 흩어지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해법이 디지털화와 맥을 같이한다. 비즈니스 마케팅은 디지털을 통한 비대면이 혁신이며, 공유 플랫폼을 통해 각자의 장소에서 일하고 한류 공연도 만끽하는 시대다. 디지털화는 코로나19가 마무리돼도 산업 경쟁력의 지지대이자 혁신의 툴로 더 중요해질 것이 확실시된다. 비대면(untact)을 넘어 무인화(unmanned)로 가는 기업의 생존전략에 디지털 혁신이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반가운 친구는 아니지만 디지털 혁신에 대한 절실함을 부각시키는 데는 일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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