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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잃어도 되는 사람이 되자
나동현(대도서관) 유튜브 크리에이터 2021년 02월호


유튜버 ‘대도서관’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게 된 지 벌써 11년이 됐다.이제 ‘나동현’이란 본명보다도 대도서관으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하다.이 기회에 지면을 빌려 오랜만에 옛 추억도 떠올려보고,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주는 글이 되길 바라며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들을 말해보려 한다.
2002년경 군대 전역 후 세이클럽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다. 그곳은 개인 라디오 방송으로도 유명했는데, 거기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그럴싸하게 방송 시스템을 운영하는 모습에서 진짜 라디오 방송다운 퀄리티가 느껴졌다. 나도 그곳에서 DJ 활동을 했고,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어느 날 개인방송을 하는 아는 동생이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비었다며 오겠느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그곳은 디지털대성이라는 이러닝(e-learning) 회사였는데 훗날 이 회사가 대성마이맥이 된다. 어쨌든 그곳에서 회사란 게 무엇인지 처음 경험해봤고 기획자와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하고 회의하고 심지어 야근하는 모습까지도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아르바이트였지만 담당 직원이 야근할 때도 끝까지 남아서 도왔다. 야근수당도 따로 없었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그냥 재미있었던 것 같다. 빠르게 회사에 익숙해졌고 회의에서 내 의견을 물어보기도 해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재미에 푹빠졌다. 그러다가 부사장님으로부터 정직원 채용 제안을 받았다. 이것이 내 인생에 있어 첫 번째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후 회사에서 많은 걸 배우면서 기획자의 마인드를 쌓아갔다.
몇 년 후엔 더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투스라는 이러닝 회사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이투스로 이직한 과장님을 찾아뵙고 회사의 이모저모를 물었다. 젊고 괜찮은 회사라고 했다. 당시 이러닝 업계는 지금의 1인 미디어만큼 핫했다.
내가 이투스에 보낸 이력서의 첫 문장은 ‘제가 죄송스럽게도 귀사의 학력 조건에 미달한 고졸 학력이지만, 웹서비스 기획이라면 학력이 중요치 않고 이 분야에서 2년 이상의 경력이 있으므로 이력서를 보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다음엔 이투스 홈페이지에 필요한 서비스 관련 기획서를 써 내려갔다. 다행히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는 연락이 왔다. 생각했던 아이디어와 기획들을 쭉 말씀드렸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이투스는 얼마 후 대기업인 SK커뮤니케이션즈와 합병했다. 이것이 내 두 번째 결정적 순간이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일하던 2010년, 또 한 번의 결정적 순간을 맞았다. 당시 해외에서 ‘SNS’와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었는데 이 중 퍼스널 브랜딩에 강하게 꽂혔다. 그래, 내자신이 브랜드가 되면 내 학력이든 재력이든 외모든 중요치 않다. 그래서 나는 2010년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물론 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을 하게 된 나를 주변에서는 미친놈 보듯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내 판단이 맞다고 생각했고 적어도 굶어 죽을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 걸. 망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될 일이었다.
인생은 어렵지만, 잃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면 의외로 결정적인 순간을 맞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내 신조가 ‘잃어도 되는 사람이 되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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