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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환경 그리고 미래는가장 가까운 나무 친구, 가로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2021년 02월호

 

우리가 가장 접하기 쉬운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가장 친숙하게 접하는 나무는 가로수다. 우리나라의 가로수는 일반적으로 은행나무, 양버즘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등이 있다. 제주도의 상록수나 메타세쿼이아와 같이 특이한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접하는 가로수는 그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다.
가로수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지금부터 약 3,600년 전 이집트에서는 무화과를 가로수로 심었다. 당시 가로수는 그늘에서 길손들이 쉬거나 가난한 나그네들에게 과일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심었다. 동양도 비슷하다. 중국 주나라는 길가에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를 심었다. 당나라는 장안에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 우리나라도 소나무와 능수버들을 가로수로 심었다는 조선시대 기록이 있다. 동서양 모두 문명의 초기 단계부터 경치를 아름답게 하거나 그늘을 제공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과일을 제공하기 위해 가로수를 심었다.
근대의 가로수는 군사 목적으로 심기기도 했다. 전쟁 중에 다리가 부서지거나 건물이 허물어지면 이를 복구하는 데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가 가로수였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평상시에 가로수를 잘 가꿔 전시에 대비했다. 일제강점기에는 공습으로 인해 도시에서 화재가 확산되지 않도록 가로수를 심었다. 이런 목적으로는 주로 은행나무를 심었다. 은행나무는 불이 잘 붙지 않아 소방 목적의 가로수로는 제격이었다. 그런 역사 때문에 우리나라와 일본에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많다.
현대의 가로수는 도시 열섬현상을 저감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미세먼지를 줄여주고 운전자의 눈부심을 막아주는 등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수천 년간 인류 문명은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가로수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시대별로 부여된 그들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 가로수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오래된 가로수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도 근대적인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지 약 150여 년이 지났다. 그런데 우리 도시에는 150년 된 가로수가 거의 없다. 근대에 심긴 가로수가 많이 사라진 것은 6.25 전쟁, 산업화 과정의 도로 확장, 도시인구 증가로 인한 재개발 사업 진행 등으로 가로수를 보전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옛것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전통문화를 보전하려는 움직임은 활발하다. 그러나 오래된 가로수는 아쉽게도 그 대상이 되지 못했다. 물론 과거의 가로수는 속성수가 많아 수명이 짧은 경우도 많았다. 아까시나무나 가중나무 가로수가 대표적이다. 또는 시민의 건강에 문제가 돼 사라진 가로수도 있다. 능수버들이 그렇다. 능수버들은 봄철에 씨앗이 든 하얀 솜털을 날리는데, 이것을 꽃가루라고 오해해 버드나무 가로수가 사라졌다.
오래된 도시와 학교의 품격은 그 공간에 서 있는 나무로부터 느껴진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청주 시내로 들어가다 보면 길가에 아름드리 양버즘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1970년대부터 청주의 명물이었으니 당시 20년생이라고 하면 이제는 족히 70살 이상은 되는 나무들이다. 서울은 600년 된 도시다. 하지만 서울에는 600년 역사를 가진 가로수가 거의 없다. 심지어 100년 이상 된 가로수도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 50년 이상 된 가로수는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간판을 가린다는 등의 이유로 많은 가로수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물론 가로수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다. 하지만 조금 긴 안목으로 가로수를 다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불편하다고 가로수를 자르면 100년 후에도 우리는 100년 이상 된 가로수를 보기 어렵다. 너무 가까이 있는 친구는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무인 가로수도 그래서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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