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모바일 대메뉴명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칼럼

이주호의 혁신토크
대학의 지각변동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021년 02월호


대학이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았다. 2000년까지도 75만 명이었던 한 해 고교 졸업생 수가 2023년에는 40만 명으로 격감하면서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대학의 위기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학이 100년 넘게 거의 유일한 교육 방식이던 대면 교실수업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대학교육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대학, 4차 산업혁명과 AI 교육혁명의 핵심 허브로
그러나 위기는 동시에 기회다. 교육계 틀 밖으로 나와서 사회 전체와 세계로 눈을 돌리면 기회가 보인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4차 산업혁명은 미중 기술전쟁과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가르칠지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AI 교육혁명도 AI 개인교사의 빠른 확산과 코로나19로 많은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리고 있는 추세다. 대학은 이제 4차 산업혁명과 AI 교육혁명을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핵심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이렇게 대학이 4차 산업혁명과 AI 교육혁명의 중심에 설 수 있어야 인구구조의 급변으로 인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만약 우리 대학이 코로나19 이후 AI 교육혁명을 선도하면서 해외유학생 유치를 현재 14만 명에서 30만 명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늘린다면 호주(26만 명)를 따라잡고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세계 3위의 해외유학생 유치 국가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고등교육 수요는 1억6천만 명에서 2030년 4억1천만 명으로 폭증한다는 전망이 있다. 코로나19 이전 영국에서는 해외유학생을 2배 늘려서 100만 유학생 유치로 해외유학생 수 세계 1위인 미국을 따라잡자는 논의가 있었다. 이처럼 인구구조의 변화를 국내로 한정하지 말고 전 세계로 넓혀서 보면 우리 대학의 기회가 드러난다.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으로 인해 빠르게 증가하는 평생학습 수요도 우리 대학에는 좋은 기회다. 이제 학습은 길어야 20대까지 하고 졸업하면 배운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평생 일하는 시간의 3분의 1 정도를 학습에 할애해야 한다고 한다.
평생학습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해외학생을 늘리려면 대학 스스로 ‘파괴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 대학의 파괴적 혁신은 새로운 대상을 개척하면서 완전히 새롭게 가르치는 것이다. 대학이 기존 학생을 가르치던 내용과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확대재생산만으로 평생학습자와 해외학생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을까? 평생학습자와 해외학생에게 통하는 혁신적 교육을 하는 대학이 나오고, 이 대학들이 국내의 기존 학생들에게도 선택받으면서 낡은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들을 추월하는 서열파괴야말로 파괴적 혁신이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내용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강의 중심보다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경험을 디자인해주는 하이터치 방식으로 가야 한다. 대학에서는 많은 수업을 지역의 기업과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주요한 사회문제와 미래과제를 해결하기에는 시대에 뒤처져 있다는 기존의 학과와 학문의 구분을 초월해 학과를 융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가 지질학과와 천문학과를 융합해 ‘지구 및 우주탐사학부(School of Earth and Space Exploration)’를 만들고, 생물학·인류학·사회학·지질학 등의 학자들이 모여서 ‘인간 진화와 사회 변화 학부(School of Human Evolution and Social Change)’를 설립한 것은 유명한 사례다.
우리 대학이 파괴적 혁신에 나서려면 하이터치 방식에 하이테크 방식을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AI 개인교사를 활용해야 한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이미 6만5천 명의 대학생에게 수학을 포함한 12개 기초과목에서 AI 개인교사를 도입하는 한편, 130여 개의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최첨단의 온라인 학습플랫폼을 구축해 17년 만에 4만 명의 학생을 12만 명 규모로 늘렸다. 이 대학이 엘리트 명문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포용적 대학을 목표로 파괴적 혁신에 성공한 배경은 애리조나주가 교육 수준이 낮아서 학력이 낮은 학생들을 잘 교육하기 위해 교육 방식의 과감한 혁신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데 있다. 이것이 엘리트 대학까지도 추월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대학체제의 관료화 극복 시급…학습과 지식창출을 연결하는 혁신에 주력해야
우리나라에서도 입학자원 격감을 극복하고 파괴적 혁신에 성공하는 대학이 나올 수 있을까? 우리 대학은 학생의 80%가 사립대에 다니고 있고 교수 수준이 매우 높아서 파괴적 혁신이 가능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무엇보다 대학체제의 관료화를 극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학의 목표를 조직의 생존보다 경제사회의 변혁과 학생의 성공에 두고, 정부가 정해준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학습과 지식창출을 연결하는 혁신에 주력해야 비로소 관료주의에서 탈피할 수 있다. 교수도 관료화를 거부하고 지식혁신가로 거듭나야 하며, 대학의 재원을 등록금과 정부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제도혁신과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사회 및 산업계로 다원화해야 한다. 지역 대학은 관심을 국가 차원에만 두기보다 지역과 글로벌 차원으로 돌려야 한다.
정부와 사회는 파괴적 혁신이 가능한 대학체제의 구축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거의 틀에 묶여 있는 대학규제체제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대학행정을 영국처럼 아예 교육부에서 분리해 혁신과 과학기술 관련 부서와 융합하는 정부개혁도 검토해야 한다. 국가장학금의 규모도 상당히 커진 상황에서 장학재단들이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는 대학과 교수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학의 파괴적 혁신이 아래로부터 일어날 수 있는 토양과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