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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
자메이크,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화 이끈다
임정욱 TBT 공동대표 2021년 02월호

 

누구나 유튜버가 되는 것을 꿈꾸는 유튜브 전성시대다. 온 국민이 크리에이터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주식투자, 외국어, 여행, 요리 강좌부터 노래, 춤, 세세한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까지 온 국민의 끼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활발히 발산되고 있다.
그런데 유튜브가 글로벌 플랫폼이다 보니 나타난 변화가 있다. 한국어로 만든 동영상에 영어부터 온갖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댓글이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유튜버의 콘텐츠가 전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다국어 자막 덕분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통해 자막을 읽는 것에 전 세계 밀레니얼들이 익숙해지면서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AI와 크라우드소싱으로 24시간 내 동영상 번역·자막 완료
이런 트렌드를 타고 한국 동영상 콘텐츠의 다국어 번역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송국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일반인들도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동영상 번역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유튜브 전문 인공지능(AI) 동영상 번역서비스 ‘자메이크(JAMAKE)’를 내놔 급성장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이번에는 보이스루(Voithru)의 이상헌 대표를 만나봤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촉진하는 숨은 공신이다.
“유튜브는 동영상을 올리자마자 48시간 내에 90%의 트래픽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되도록 빨리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죠. 자메이크는 AI 기술과 크라우드소싱을 활용해 의뢰받은 지 24시간 내에 번역을 완료합니다. 자막의 스마트팩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29세의 이상헌 대표는 AI 엔지니어를 꿈꾸던 학생 창업자다. 연세대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학창시절 앞선 AI 기술을 배우고 싶어 캐나다의 AI 회사에 지원해 8개월 동안 토론토에서 일하고 왔을 정도다.
그러다가 2017년 대학 4학년 당시 청각장애인 친구의 수업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창업을 하게 됐다. 친구를 위해 수업 동영상에 자동으로 자막을 달아주고 필기노트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래서 회사이름도 ‘보이스루’, 목소리가 통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동영상 자막 시스템을 만들다 보니 또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 유튜버의 콘텐츠를 보는 외국인이 늘어났습니다. K팝, K뷰티에서 더 나아가 한국인의 일상생활까지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이런 콘텐츠를 모두 신속하게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번역회사들은 유튜버들이 이용하기에는 접근하기도 어렵고 비용도 너무 비쌌다. 동영상에서 스크립트를 받아 적고 번역한 내용을 다시 동영상에 자막으로 입히는 과정도 기술력이 없는 일반 번역회사 입장에서는 하기 어려웠다. 반면 처음부터 동영상 자막 시스템을 만들던 보이스루 입장에서는 오히려 도전해볼 만한 과제였다. 그래서 AI 동영상 번역서비스인 ‘자메이크’를 시작했다.
“기존 번역회사에 맡기면 한 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번역하는 데 200만 원가량 들고, 시간도 일주일씩 걸립니다. 자메이크는 이 문제를 AI와 크라우드소싱으로 해결했습니다.”
보이스루가 제공하는 자메이크는 AI 자막제작 시스템이다. 번역회사에 전화를 걸거나 미팅을 가질 필요도 없다. 자메이크 홈페이지에서 유튜버가 자신의 동영상 링크를 넣고 번역을 의뢰하면 된다. 그러면 AI 엔진이 영상에서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스크립트를 만들고, 각 음성의 시작점과 끝점에 맞춰 자막을 배치해 싱크를 맞춘다. 이 스크립트는 5분 단위로 잘라져 각 번역자에게 맡겨진다. 보이스루에서 활동하는 약 2천 명의 통번역가 중 해당 작업에 적합한 후보자를 AI가 자동으로 선정해 일을 맡기는 것이다. 그럼 선정된 번역가는 온라인으로 접속해 해당 외국어로 번역한다. 신조어, 고유명사 등이 전체 동영상 내에서 일관되게 일치하는지도 AI 검사를 통해서 확인한다. 타이핑과 번역 단계에서 모두 검수자를 배치해 품질을 높인다. 이렇게 철저히 동영상 번역에 최적화한 시스템으로 여러 작업자가 분업을 하니 빠르게 번역을 완료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을 쓰기 때문에 번역을 의뢰받으면 24시간 안에 완료할 수 있습니다. 또 기존 번역서비스 대비 최대 80%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9개 언어 번역 가능…OTT 콘텐츠 번역에도 뛰어들어
자메이크는 현재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등 9개 언어로 번역이 가능하다. 예전의 콘텐츠 번역서비스가 주로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었다면, 자메이크는 대부분 한국어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글로벌화의 첨병인 셈이다.
외국어에 능한 한국인들은 물론 한국에 들어와서 공부하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외국인들이 자메이크에서 번역가로 활약하고 있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자메이크 번역 시스템은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번역하는 분도 있어요. 한 달에 최대 600만 원까지 수입을 올리는 번역가도 있습니다.”
자메이크의 서비스는 단순히 번역에서 그치지 않는다. 동영상의 구독자 시청률을 분석해서 어떤 언어로 자막을 제공하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자메이크 초창기에 유튜브를 시작한 ‘해그린달’이라는 주부 유튜버가 계십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하시는 분인데요, 처음 만났을 때 구독자 수가 3천 명이었습니다. 다양한 언어로 자막을 제공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구독자 수가 3개월 만에 30만 명, 6개월 만에 100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방문자의 80%가 해외에서 옵니다. 특히 러시아 구독자가 많습니다.” 해그린달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이제 2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러한 자메이크의 성공을 바탕으로 보이스루는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유명 유튜버들의 매니지먼트사라고 할 수 있는 샌드박스, 다이아TV 같은 MCN(Multi Channel Network)과 계약을 맺고 번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클래스101 같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OTT 콘텐츠 번역에도 뛰어들었다. TV드라마나 영화 번역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국내 웹툰의 해외진출을 위한 콘텐츠 번역으로까지 확장 중이다. 또 일본시장에도 진출해 일본 유튜버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이스루는 지난해 4월 드림플러스, 해시드로부터 2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직원도 40명이나 된다. 이 대표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물어봤다.
“한국의 수많은 아마추어 작가가 콘텐츠 생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은 비싼 번역서비스를 써서 콘텐츠를 번역하고 있지만 롱테일 아마추어 작가들은 그런 혜택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자메이크는 이런 한국의 아마추어 작가들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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