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모바일 대메뉴명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칼럼

글, 고쳐쓰기의 기적
주차 브레이크를 풀어라
송숙희 글쓰기 코치,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끌리는 단어 혹하는 문장』 저자 2021년 02월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항공사업 부문인 GE항공의 디지털서비스 사업부에서는 2014년 이후 계약협상 시간이 60%로 줄었다. 계약서 문구 관련 분쟁도 더는 생기지 않았다. 어려운 법률 용어와 만연체투성이 계약서를 쉬운 내용으로 고쳐쓰기 한 덕분이라고 이 회사 법률 고문인 숀 버턴은 증언한다. 보고서든 계약서든 이메일이든 또 SNS 글이든 세상의 모든 잘 쓴 글은 이처럼 고쳐쓰기 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고쳐 쓰는 한 세상에 몹쓸 글은 없다고 믿는다.
반면 글쓰기가 늘 어렵고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글은 처음부터 잘 쓰는 것이라는 오해를 한다. 이 오해는 주차 브레이크처럼 글쓰기를 방해한다. 아무리 엔진이 좋은 자동차도 주차 브레이크가 걸려 있으면 잘 나가지 않는다. 이러한 주차 브레이크에 생각의 발이 묶인 이들은 처음부터 훌륭한 글을 쓰려 한다. 그것도 원샷으로. 머릿속에서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후다닥 쏟아내고는 손을 턴다. 고쳐쓰기란 없다. 그러나 글쓰기가 만만한 이들은 후다닥 쓰고는 두고두고 고쳐 쓴다.
“문을 닫은 채로 쓰고, 문을 연 채로 다시 쓰세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조언이다. 처음 쓰는 글은 아주 형편없을 테니 남이 볼세라 몰래 쓰고, 다 쓴 이후에는 많은 이에게 보여주며 고쳐쓰기 해 완성하라는 것이다.
쉽고 빠르게 핵심을 전달해 원하는 반응을 얻어내는 글을 쓰는 사람들의 글쓰기 프로세스를 소개한다. 당신의 글쓰기를 방해하는 주차 브레이크를 푸는 데 유용할 것이다.

At once, 쓰레기 쓰기
글로 쓰려는 생각이나 의도는 애초에 머릿속에 있고 이대로는 실체를 분간하기 힘들다. 글 잘 쓰기 첫 단계는 이러한 것들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머릿속에 담겨 있던 아이디어, 생각, 의도와 같은 관념들과 미리 수집한 자료를 파일이나 종이에 일단 끄집어낸다. 이 단계에서는 형편없는 쓰레기 같은 초안을 쓴다. 고쳐쓰기 할 거리를 만드는 게 이 단계의 목표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써야 한다. 한 줄 쓰다 멈추고 되돌아보고 고쳐 쓰고 하는 습관은 차가 출발하자마자 브레이크를 자꾸자꾸 밟는 것과 같다. 생각이 달아나고 의욕이 꺾이며 그만 쓰고 싶어진다. 내용이 반복되거나 논리적이지 않다거나 맞춤법이 틀려도 상관없다. 주제와 관련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급적 빠르게 써내 초안을 만든다. 쓰레기에 불과할지라도 초안을 완성해야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게 된다.

Build, 쓸거리 만들기
쏟아낸 쓰레기를 정리하고 정돈해 당초 의도대로 쓸거리를 만드는 단계다. 독자에게 끌어내려는 반응을 확인하며 쏟아낸 쓰레기들을 지우고 바꾸고 고쳐쓰기 한다. 이 단계에서 핵심은 논리정연하게 주제를 정리하는 것이다. 이때 논리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프레임워크(framework)를 활용하면 고쳐쓰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Clearly, 명료하게
앞서 두 단계의 고쳐쓰기로 내용이 정리되면 이제 표현을 다듬는 고쳐쓰기를 한다. 회사나 사회에서 쓰는 모든 글은 핵심을 빠르게 전달해 원하는 반응을 빠르게 얻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간결하고, 적절하고, 확실하고, 명료하게(clearly) 고쳐쓰기를 해야 한다.

무엇을 하든 맨땅에 헤딩이 가장 어렵다. 아무것도 없는 빈 파일이나 인터넷 창은 그 자체로 강요이자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일단 머릿속의 것을 끄집어내 문자로 표현하면 이런 부담에서 벗어나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다. 다음 호부터는 의도한 대로 상대의 반응을 빠르게 얻어내는 고쳐쓰기 핵심 노하우를 하나하나 소개한다. 이제 주차 브레이크를 풀었으니 액셀 페달을 한껏 밟아보자.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