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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쪽빛 바다가 너울대는 섬 통영 욕지도
임운석 여행작가 2021년 02월호

 
통영의 쪽빛 바다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튀어 오르는 청새치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한려해상국립공원 품에 안겼으니 그 모습이야 흠잡을 데 없는 절경이다. 통영에는 41개의 유인도가 있고 그 섬들의 무리를 연화열도라 한다. 욕지도는 그중 가장 큰 섬이다.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욕지도로 떠난다.

지상낙원을 꿈꾸는 욕지도
‘알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섬.’ 문화해설사가 욕지도(欲知島)의 뜻을 풀어 설명한다. 설명을 들었지만 무엇을 알고자 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문화해설사가 설명을 이어간다. 욕지는 극락을 뜻하는 말로 화엄경에 나오는 ‘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欲知蓮花藏頭眉問於世尊)’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래서 욕지도에 이웃한 섬들의 이름 또한 연화도, 두미도, 세존도라 불린다. 이어지는 설명이 가관이다. 욕지도는 연화세계, 즉 지상낙원처럼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섬이란다.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과 견줄 수 있는 선계(仙界)라는 말에 자랑이 좀 과하다 여겼지만, 욕지도 여행을 마치는 순간 그 말은 절대 과한 것이 아니었다.
욕지도는 경상남도 통영 삼덕항에서 배를 타고 50여 분을 달리면 닿는다. 욕지도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차량을 도선하는 편이 좋다. 욕지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기 때문이다. 여의치 않다면 섬을 운행하는 관광버스나 관광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오전 6시 45분, 삼덕항에서 욕지도로 향하는 첫 배가 어스름한 새벽 바다를 가르며 힘차게 출항한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선사하는 선물이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붉게 물들고 이윽고 섬들 사이에서 태양이 솟아오른다. 해수면을 뚫고 치솟는 붉은 태양이 이상세계를 갈구하는 욕지도의 열정을 보는 듯하다.
50분가량 바닷길을 달리지만 다도해를 벗 삼은 터라 지루할 겨를도 없이 욕지도에 닿는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발걸음을 옮긴다. 욕지도 핫스폿,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서다. 모노레일 탑승장에 가기 위해 선창을 지나 골목으로 접어든다. 급경사면이라 몇 걸음만 옮겨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그때마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것을 잊지 말자. 선창의 모습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멀어지면서 드넓게 펼쳐져 꽤 볼만하다.

풍광은 기본 스릴은 덤, 욕지도 모노레일
욕지도 모노레일은 해발 355m 천왕산 대기봉을 오르내리는 왕복 2.1km 순환식 모노레일이다. 알록달록한 모노레일이 무채색 겨울 풍경에 활력을 더한다. 하부 탑승장에서 천왕산 대기봉까지 운행시간은 편도 16분, 평균 시속 2km로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움직인다. 속도는 무척 느리지만 가파른 경사 탓에 몸이 뒤로 쏠린다. 최고 경사는 32도에 가깝다. 구불구불한 곡선을 지난 뒤 모노레일이 암벽 구간에 이르면 안내방송이 나온다. “절대 창문을 열고 얼굴이나 팔을 내밀지 말라!”고. 모노레일이 암벽을 스치듯 위태롭게 지나간다. 아찔하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게다가 덜컹거리기까지 하니 그 이상의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시야가 탁 트이는 구간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쪽빛에 풍덩 빠진 다도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어느덧 모노레일이 상부 탑승장에 닿는다. 잰걸음으로 대기봉 전망대에 오른다. 욕지도와 다도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눈에 담을 수 없어 고개를 좌우로 돌려야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 때마침 느릿느릿 앙증맞은 모노레일이 능선을 오른다. 화룡점정을 찍은 듯 모노레일이 파노라마의 주인공이 된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그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모노레일 덕에 욕지도는 물론이고 다도해를 한눈에 담는 호사를 누린다.
모노레일은 내려올 때가 더 긴장감 넘친다. 몸이 아래로 곤두박질치듯 쏠린다. 제동장치가 파열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탑승객들 모두 숨죽인 채 마른 침을 삼킨다.

 

욕지도는 해안 드라이브를 빼놓을 수 없다. 욕지도의 명소 중 하나인 펠리컨 바위, 출렁다리, 삼여 바위 등 볼거리가 많아서 일주도로를 달리다 보면 차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펠리컨 바위와 출렁다리 구간은 ‘비렁길’ 트레킹 코스로 호젓하게 거닐기 좋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이곳 사투리로 깎아지른 절벽과 해안 데크길이 백미다. 관청마을에서 혼곡마을까지 1.5km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비렁길 중간에 펠리컨 바위와 출렁다리가 있다. 펠리컨 바위는 마치 펠리컨 머리처럼 생겨 사진가들이 이름을 붙였다. 출렁다리가 펠리컨 머리와 몸통을 연결해 오갈 수 있다.
펠리컨 바위를 제대로 보려면 일주도로를 따라 달려 새천년 전망대 앞에 서보자. 누가 봐도 또렷한 펠리컨을 마주할 수 있다. 일주도로를 따라 5분 정도 더 달리면 삼여 전망대에 닿는다. 용왕의 세 딸과 이무기 총각에 얽힌 전설이 깃든 삼여 바위는 바닷물 위로 솟은 3개의 바위로 일명 ‘삼형제 바위’라 불린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바위는 두 개뿐이다. 몇 해 전 태풍에 넘어졌다고 한다. 전설을 삼켜버린 태풍의 위력이 새삼 놀랍다.

욕지도는 예나 지금이나 황금어장
욕지도는 숨 막히는 절경만 자랑하는 게 아니다. 망망대해 태평양과 마주한 섬이다 보니 욕지도 주변은 황금어장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일제가 욕지도를 어업의 전진기지로 삼은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다. 한창 호황일 때는 배를 항구에 대지도 않은 채 선상에서 시장이 섰다고 한다. 이 같은 파시가 열리는 날이면 바다에 밤낮없이 항상 배가 많아서 맞은편 부두까지 배를 밟고 건너갈 정도였다. 지금도 욕지도 자부마을에 가면 파시가 성행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명 ‘좌부랑개’라 불리는 이 마을에는 근대역사문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뱃사람들이 드나들던 술집은 물론이고 고급 요정 명월관을 비롯해 당구장과 목욕탕, 일본인 저택과 가난한 어부들이 생활하던 판잣집, 고등어를 염장한 뒤 보관하는 간독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당시 욕지도에서는 삼치, 갈치, 고등어가 주로 잡혔다. 그중에 고등어가 유명했다. 파시는 1970년대 이후 시들해졌다.
우리나라에서 고등어회를 요즘처럼 쉽게 먹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인데, 그때가 바로 욕지도에서 고등어 양식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욕지도 고등어회는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양식 고등어는 자연산 치어를 잡아 가두리 양식장에서 키워내는데 30cm쯤 자란 녀석들이 가장 맛있다. 흔히 고등어회는 비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산지에서 바로 먹는 싱싱한 고등어회는 식감이 좋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또한 자부마을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가 있다. 근대역사문화거리 끝자락에 있는 ‘할매 바리스타’가 주인공이다. 이 카페는 평균 나이 70세 이상 된 욕지도 할머니들이 손수 커피를 내리고 서빙까지 도맡아 한다. 이 카페의 추천메뉴는 고구마라떼와 빼때기죽이다. 욕지도는 고등어와 함께 고구마가 예로부터 유명했다. 비탈진 황토밭은 물 빠짐이 좋은 데다 해풍까지 불어오니 욕지도 고구마는 단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빼때기는 고구마를 겨우내 먹기 위해 빼딱하게 널빤지(판때기)처럼 썰어 말린 것으로 통영 사투리다. 여기에 팥, 좁쌀, 강낭콩 등을 넣고 죽을 쑨 것이 빼때기죽이다.
모진 바닷바람에 시달릴수록 단맛이 강해지는 고구마처럼 욕지도 사람들 역시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며 지금껏 지내오고 있다. 그들이 전하는 따뜻한 인심과 아름다운 풍광이 힘든 도시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 여행 정보
자가용을 도선하지 못했다면 마을버스를 이용해보자. 단돈 1천 원으로 욕지도 선착장에서 해안일주도로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버스 기사가 전해주는 알짜배기 해설은 덤이다.

찾아가는 방법: 여객선이 통영 삼덕항에서 매일 7회 운항한다(첫 배 6시 45분, 막배 15시 30분). 문의: 삼덕터미널(055-643-8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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