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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반환점에 선 세계경제, 후폭풍에 대비해야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 2021년 03월호


코로나19의 상흔이 아직 곳곳에 남아 있고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서도 세계경제는 팬데믹을 딛고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백신이 보급 중이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도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코로나19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대응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도 연이어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IMF 등 국제기구들은 세계경제가 올해 5% 내외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가 3% 중반 수준으로 위축됐으니 GDP 규모 측면에서는 위기 전 수준으로 복귀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회복 전망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위기대응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다소 무리하다고 할 정도로 과감한 정책들을 폈고, 그 결과 시장이 정책에 중독됐다고 할 만큼 정책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위기 이후 주요국이 푼 유동성만 보더라도 전 세계 GDP의 4분의 1을 넘었으며, 중앙은행은 그동안 금기시되던 회사채 매입에 더해 정크본드 매입에까지 나섰고, 가계 및 기업의 부채상환을 일시 유예해주는 모라토리엄 조치도 시행됐다. 이러한 정책들에 힘입어 세계경제는 파탄의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이상 징후들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실물경제와 괴리돼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은 많은 전문가의 우려 속에서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특성상 변덕이 심한 주식시장은 차치하고라도 실물경제 역시 정책에 의한 착시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얼마 전 발표된 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기업파산 건수는 지난해 오히려 2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위기 시 파산 건수가 큰 폭으로 급증한 것과 대비되기도 하지만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라고 불리는 시기에 상식과 전혀 맞지 않는 현상이다. 팬데믹이 없었더라면 퇴출됐어야 할 기업들이 역설적으로 팬데믹 때문에 (보다 정확하게는 팬데믹으로 인한 무차별적 정책지원 때문에) 생존하게 됐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정책의존도가 높은 환경하에서 그간의 정책들을 지속하지 못하는 때가 곧 닥치게 된다는 점이다. 팬데믹이라는 암초에 걸려 좌초될 위기에 처했던 세계경제는 막대한 유동성을 쏟아부어 현재 가까스로 물 위에 떠 있는 상황이다. 풍부한 유동성은 세계경제의 침몰을 막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부채 확대, 경제주체들의 재무건전성 악화, 좀비 기업 증가, 금융시장 버블 등 또 다른 암초들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기존에 실행한 정책들을 회수해야한다는 압박이 커질 것이다. 위기국면에서는 관대했던 여론도 여건이 좋아지면 정책에 대해 보다 강한 엄격성을 요구하게 돼 신속한 정책실행도 쉽지 않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급격한 정책전환 등 잘못된 대응을 한다면 새롭게 생겨난 암초들에 걸려 세계경제는 더 큰 곤욕을 치를 수 있다. 팬데믹이 잡히고 경제가 회복되는 시기가 더 위험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아 추가 지원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해야겠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시장의 정책민감도를 최소화하면서 경제와 정책을 정상화시킬 방안에 대해서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단식하는 시기보다 단식 후 보식하는 시기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위기가 왔을 때 이에 잘 대응하는 것만큼 경제 정상화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경제회복 기대감에 들떠 있는 시기에 조용하면서도 세밀하게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시장이 예민한 만큼 정책도 섬세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단지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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