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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1음반
매력적인 선율을 놓치지 않는 음악
배순탁 음악평론가 ,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2021년 04월호
 
무언가를 함부로 단언하면 놓치는 진실이 있기 마련이다. 음악 쪽에서는 다음과 같은 언급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좋은 음악은 언젠가는 알려져.”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 대중음악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닿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의 발표에 따르면 ‘매일’ 업데이트되는 곡만 4만 곡이라고 한다. 그중 과연 몇 개의 좋은 음악이 대중에게 가닿지도 못하고 사라질지 상상해 보라. 부지기수일 게 확실하다.
그래, 맞다. 좋은 음악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걸 알리기 위한 홍보가 있어야 하고 그 음악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섬세함을 기울여야 하며, 무엇보다 뮤지션 본인과 소속사도 예상하지 못했을 천운이 필요하다. 좋은 음악은 저절로 확장되지 않는다. 도리어 좋은 음악일수록 그걸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은 필수다.
물론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 그 어떤 인위적인 과정의 개입 없이 조금씩 인지도를 올리면서 마침내 정상까지 밟은 사례가 전무하지는 않다. 극히 드문 케이스이기에 우리는 이걸 단순한 예외가 아닌 ‘위대한 예외’라고 정의해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잔나비’다.
자, 한번 돌이켜 보라. 잔나비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주목을 받았나? 아니다. 대규모 홍보를 바탕으로 가요 차트 상위권으로 곧장 치고 올라갔나? 마찬가지로 아니다. 그들이 처음 주목받은 건 2019년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하 뜨여남품)’을 통해서였다. 이 곡, 2016년에 발표됐다. 그러니까 3년이 지나서야 빛을 보기 시작한 셈이다. 이 기간 동안 그들이 한 건 ‘라이브’와 〈불후의 명곡〉 출연이 거의 전부였다. 즉 잔나비 성공의 1등 요인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음악’ 그 자체였던 것이다.
‘힙’하지 않거나 ‘쿨’하지 못하면 타박받는 세상, 그럼에도 잔나비의 음악은 정확하게 그 반대를 꿈꾼다. 그들의 음악은 이를테면 ‘클래식 팝·록에 바치는 헌사’다. 비틀즈(The Beatles), 퀸(Queen),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 오아시스(Oasis), 블러(Blur) 등 멤버들의 최애 뮤지션이나 밴드만 봐도 우리는 그들의 이상향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렇다. 잔나비의 음악에서 언제나 중요한 건 ‘멜로디’다. 그 어떤 곡을 고르더라도 그들은 매력적인 선율을 놓치지 않는다.
그렇지 않나? 아무리 최신을 내달리는 음악이 대세라고 할지라도 잔나비처럼 멜로디가 독보적으로 빼어난 곡에는 절대 못 당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음악을 올드하다고 곡해해서는 안 된다. 잔나비는 레트로를 지향하는 와중에 현재라는 시제를 잃지 않는다. 밴드의 상징이라 할 ‘뜨여남품’이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들어보라. 1980년대를 연상케 하지만 ‘구리다’는 느낌 따위는 전혀 없다. 그들의 음악이 어린 세대에게도 먹힐 수 있었던 가장 큰 바탕이다.
탁월한 라이브 실력도 언급해야 마땅하다. 그대, 혹시 잔나비의 공연을 본 적 있나? 장담할 수 있다. 잔나비의 라이브를 한번 보면 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명 시절부터 갈고닦은 연주 하모니는 기본이요, 타고난 무대 장악력 또한 굉장하다. 하긴, ‘라이브’라면 마땅히 앨범으로 듣는 것보다 ‘더’ 좋은 게 당연하다. 이 당연한 걸 잔나비는 어렵지 않게 성취해 낸다.
결론이다. 언젠가 코로나에서 해방되는 날이 온다면 잔나비는 수많은 라이브를 통해 더욱 높게 비상할 것이다. 온라인으로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감동이 거기에 머물러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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