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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변화의 시작, ESG와 디지털 변혁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2021년 04월호


처음 시작될 때 단순한 전염병 극복 이슈로 끝날 것 같던 코로나19가 장기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사람들에게 기후와 환경 문제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혁신 혹은 ESG 투자를 가속화하면서 기업들에게 사회와 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ESG 투자는 2016~2019년 7조8천억 달러에서 13조8천억 달러로 연평균 약 21% 증가했다. ESG 투자 급증은 공적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공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높은 잠재적 성장가치를 보고 운용자산을 확대하면서 나타나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세계 각국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규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코로나19는 또한 비대면 기술 사용을 극대화하면서, 지난 십여 년간 지속돼오던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도 온라인 중심 비즈니스들, 특히 디지털서비스 기업들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0대 기업 순위를 보면,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등 디지털 기업이 다수다. 과거엔 단순한 비즈니스 지원 수단이던 디지털 기술이 이제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자원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ESG와 디지털 변혁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흐름을 수용하고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두 부문 모두 많이 뒤처져 있어 이런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경쟁력을 잃고 도산하게 돼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두 문제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실제로 이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한 관계가 있다. ESG 혁신을 실천하는 것은 상당히 많은 투자를 요구한다. 제품·서비스의 구조뿐 아니라 운영시스템 그리고 비즈니스모델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ESG 혁신에 투자한다고 해서 금방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을 가진 대기업조차도 투자가 어렵다.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좀 더 이론적으로 말하면, ESG 혁신에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가치–원가 딜레마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를 하고자 하나 원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안은 디지털 변혁이다. 이미 세계경제는 제품 중심의 경제에서 지식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온디맨드경제(고객이 원하는 시점·장소에 원하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상품·서비스 거래가 이뤄지는 경제)로 이행하고 있다. 이 변화를 이끄는 핵심은 가치–원가 딜레마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변혁이다. 비즈니스 구조를 디지털로 바꾸지 않고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
디지털 변혁은 그냥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문제를 중심으로 사업의 본질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사업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자원과 프로세스를 표준화·모듈화해 디지털로 변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할 수 없었던 온디맨드서비스나 ESG 혁신을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업 대부분이 아직 디지털 변혁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법·제도, 규제, 투자 가이드라인 등을 제정하고 정책자금을 투입해 기업이 디지털 변혁과 ESG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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