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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환경 그리고 미래는
돌봄과 치유의 도시농업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2021년 04월호


최근 도시농업이라는 용어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도시와 농업은 잘 어울리지 않는 용어다. 도시는 공업이나 서비스업이 주산업이고 농업은 농촌에 어울리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당초 도시농업은 전쟁 중 식료품이 부족한 도시에서 채소 등을 공급하기 위해 출발한 활동이다. 대표적인 도시가 독일이다. 독일에서는 1차 세계대전 중 도시지역 저소득층에게 채소를 공급할 목적으로 도시농업이 시작됐다. 이런 도시농업 공간을 분구원이라고 부른다. 작은 구획으로 나눠준 텃밭이라는 의미다. 독일에서는 아직도 많은 분구원이 운영되고 있다. 분양대상은 도시지역에 사는 취약계층이다. 지금은 분구원에서 채소 농사만을 짓지 않는다. 분양받은 분구원을 세 부분으로 나눠 채소 경작지, 꽃과 나무를 키우는 공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중이 아닌 상태에서는 분구원이 도시경관을 이루고 시민들의 휴식장소로 활용되도록 이런 규정을 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도시농업인 주말농장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지자체 차원의 주말농장은 1992년 서울시에서 시작했다. 주말농장은 농촌에 뿌리를 둔 도시민들이 주말에 교외 경작지에서 채소를 가꾸고 여가를 보내는 장소다. 채소 값을 아끼기 위한 경제적인 목적보다는 여가 활동과 농약을 치지 않은 안전한 농작물을 원하는 도시민들의 욕구가 결합돼 만들어진 활동이다.
소수의 여가 활동으로 진행되던 도시농업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활성화됐다. 지방자치제와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여가 활동에 대한 지원으로 도시농업 정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농업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일부 농민의 경우 도시에서 채소를 자급하게 되면 농민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 농촌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염려한다. 또 어떤 도시민들은 부족한 녹지를 확보하지 않고 특정인에게만 도시농업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갖기도 한다. 농한기인 겨울에는 텃밭들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정책이든 호불호가 있다. 도시농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사례처럼 채소와 함께 꽃이나 나무를 가꿔 도시경관과 농민 소득 문제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단순한 농업 활동의 범주를 넘어, 도시농업을 통해 환경개선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어린이들은 농촌환경을 이해하고, 폐기물이나 물순환과 같은 환경 문제 해결방법을 배울 수 있다. 또 어르신이나 노약자들은 여가 및 건강증진 활동을 할 수 있다. 노인정이나 요양병원에서 소일을 하는 것보다는 농작물을 키우거나 가축을 돌보는 것이 정신과 육체 건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경쟁사회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어진 도시민에게 치유와 휴양 효과를 준다.
이제는 도시농업을 농업적 측면보다 환경, 돌봄, 치유와 같은 사회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실내에 거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상자 텃밭 등을 활용해 집 주변에서 하는 소규모 도시농업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과거와 같이 자유로운 활동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점에서 노인과 어린이들이 함께 활동하면서 돌봄과 치유 기회를 갖고, 도시가 가진 환경 문제 해결방법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도시농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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