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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선점 위한 무한 경쟁, AI로 승부하는 캐나다
노한상 KOTRA 캐나다 토론토무역관 과장 2021년 04월호


캐나다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전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해왔다. 경제 수도인 토론토를 비롯한 온타리오주 남부는 5대호를 사이에 두고 디트로이트, 시카고 등 미국의 러스트벨트 지역과 함께 북미 자동차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빅3(포드, GM, FCA)를 포함해 총 5개의 완성차업체가 클러스터 내에 10개의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동차 핵심부품과 모듈을 생산하는 1차벤더(Tier–1) 200여 개, 일반 부품을 생산하는 2·3차 벤더 1천여 개가 밀집돼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주요 자동차 생산거점으로 자리잡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쟁력 우려 제기
캐나다는 미국·독일·일본 등 완성차 강국들과 직접 브랜드로 경쟁하기보다는 일찌감치 전략적으로 부품산업을 육성했다. 또한 주요국가의 지리적·관계적 이점을 활용해 제조공장을 유치, 주요 생산거점으로 자리매김하며 자동차산업의 근간을 다져왔다.
캐나다는 제조업 비율이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낮은 편이지만, 자동차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국가 전체 GDP의 10%, 총 제조업 수출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대표 기간산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BIS에 따르면 시장규모는 약 150억 캐나다달러(약 13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캐나다의 자동차 생산량은 저임금 제조거점으로 부상한 멕시코에 추월당했으며,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 투자 이전 등으로 인해 성장 불확실성도 점차 증가돼 왔다.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캐나다 내 자동차 생산량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해도 생산량은 총 191만 대에 그쳐 5년 전인 2014년에 비해 20% 감소했다. GM 생산공장 1기 폐쇄에 이어 도요타 생산라인의 멕시코 이전, 최저임금 인상, 디젤엔진 수요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지에서는 전통 자동차산업이 이제는 성숙기를 넘어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친환경차 증가, 자율주행기술 상용화 등 모빌리티 혁명이 진행되면서 주요국 정부가 기술개발 촉진, 제도 인프라 정비 등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저마다 시기와 방법에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미래 자동차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미래형 자동차로의 전환은 기업들에 더 이상 새로운 과제가 아닌 당면한 현안이다. 애플카 사례에서도 보듯 IT와 같은 이종 기업들이 시장 경쟁에 참가하며 산업 간의 경계가 급격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이는 완성차 기업들이 구축해 왔던 헤게모니 위기를 불러오게 된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기성 부품을 조달하는 기존의 제조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신차 개발 초기단계부터 소프트웨어·배터리 등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상호 수평적인 기술협업이 필수가 되며, 경쟁력 있는 모듈을 갖춘 1차 벤더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다. 기업 간 인수합병과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어느 때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캐나다 기업들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최근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e–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마그나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세계 3위의 자동차부품 기업으로 북미·유럽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완성차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LG의 전장부품 기술력과 마그나의 네트워크가 합쳐져 향후 전기차 업계의 폭스콘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같은 양국 대표기업의 협력사례는 2차, 3차 벤더에도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전환기에 캐나다가 갖고 있는 강점과 기회는 무엇일까. 바로 인공지능(AI) 분야의 우수한 경쟁력이다. 애초부터 자율주행은 AI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립이 불가능한 개념이다. 도로 위의 다양한 변수들을 고도로 개발된 AI가 인식하고 학습·분석하는 것이 바로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는 일찍부터 AI산업에 전폭적인 투자를 해왔다. 2017년 세계 최초로 AI 국가전략을 설정하고, 토론토, 몬트리올, 앨버타 등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대학과 연구소에 AI 펀드를 지원해 연구자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세계 유수의 인재들을 유치해 왔다. 산학 연계 프로그램도 우수하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나아가 학생들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단단한 토양을 바탕으로 캐나다에서는 오늘날 벡터연구소, 에이미(AMII) 등 세계적인 AI 연구기관과 딥러닝, 강화학습과 같은 AI 개념이 꽃 피울 수 있었다.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R&D 최적지…한국 스타트업과의 협업 등에도 적극적
현지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이었던 지난해 2월, 필자는 수도 오타와 인근의 L5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2019년에 설립된 1,800에이커(약 728만㎡) 규모의 부지에는 캐나다 최대의 V2X(차량–사물 통신) 테스트트랙과 R&D 시설, 기업별 사무공간이 갖춰져 블랙베리, 에릭슨,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율주행차량에 적용될 기술을 개발·테스트하고 있었다.
캐나다가 자율주행차 및 커넥티드카 연구와 개발의 최적지로 꼽히는 것은 바로 이런 우수한 AI 생태계 때문이다. 현재 캐나다에는 AI 분야 스타트업만 650여 개 이상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광역 토론토 지역은 세계적인 AI 허브로 발돋움하며 메이플밸리(캐나다의 상징인 단풍잎과 실리콘밸리의 합성어)로 불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도 줄을 잇고 있다. 일례로 GM은 오샤와 생산공장을 테스트트랙으로 개편하고 첨단기술트랙 건설에 추가로 13억 캐나다달러(약 1조2천억 원)를 투자하며 자율주행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타리오주 정부가 2017년부터 운영 중인 미래차 스타트업 혁신펀드(AVIN)도 성과를 내고 있다. 토론토(AI), 오타와(자율주행차), 윈저(사이버보안) 등 지역별 주요 대학과 이노베이션 센터가 각기 특화된 전문 분야별로 미래차 혁신기업에 R&D 환경과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캐나다자동차부품협회(APMA)와의 협업을 통해 시험주행과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업계와의 네트워킹 기회도 제공한다.
캐나다 정부는 ICT 인프라와 경쟁력이 잘 갖춰진 한국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2019년 정부 주관으로 방한 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한국의 우수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위해 정기적인 교류를 계획하고 있다.
토론토무역관에서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미래차 협력사업에도 한국의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왔다.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만들어 양국 기업의 공동 R&D 파트너십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북미 미래차 초기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목표다.
양국 정부와 기업 간 교류가 늘어나며 협업사례도 들려오고 있다. 라이다(LiDAR)용 3D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서울로보틱스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 혁신상을 수상한 캐나다 레다테크와 최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레다테크가 개발한 라이다인 레다픽셀의 인지솔루션 공동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래차 R&D의 골든타임은 향후 5년 내외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혁신기술이 캐나다의 우수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용해 세계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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