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모바일 대메뉴명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칼럼

글, 고쳐쓰기의 기적
자나 깨나 우산-비-하늘
송숙희 글쓰기 코치,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끌리는 단어 혹하는 문장』 저자 2021년 04월호


잘 쓴 글은 독자를 설레게 한다. 필자가 하자는 대로 하고 싶어진다. 그것도 바로 당장 해야 할 것 같고,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지? 다음 내용이 궁금해진다. 그러니 계속 읽을 수밖에. 잘 쓴 글은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읽게 하고, 읽은 다음 반응하게 한다. 반면 못 쓴 글은 반응은커녕, 끝까지 읽히지 않는다. 읽으면 읽을수록 헛갈린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가 분명치 않거나, 말하는 내용의 앞뒤가 맞지 않고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기는 한데 그마저도 무슨 소린가 싶다. 이런 글은 논리성이 결여돼서다.
잘 쓴 글은 논리가 탄탄하기 때문에 빨리 잘 읽힌다. 잘 읽히는 글은 결론이 분명하다. 결론이 분명하면 왜 그래야 하는지, 합리적 이유를 댈 수 있고 이유에 대한 근거 또한 타당하게 붙일 수 있다. 그러니 주장에 힘이 실려 빠르게 잘 먹힌다. 논리성 강한 글은 이처럼 ‘주장한다(결론을 분명히 내세운다)’와 ‘증명한다(주장에 대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한다)’라는 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메모할 때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보다 손으로 메모하면 뇌 기능이 향상된다. 종이에 쓰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종이에 손으로 메모하는 것이 뇌 인지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주장하는 바가 분명치 않고 이유 또한 어설프다. 이유에 대한 근거도 없다. 증명에 실패했으니 주장도 실패다. 이 글이 논리성을 확보하려면 먼저 주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마도 필자는 이런 주장을 하고 싶었을 것 같다.

뇌 기능을 향상시키려면 손으로 글을 써야 한다.

매킨지(McKinsey)에서는 신입 컨설턴트에게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글 쓰는 능력을 길러주고자 ‘우산–비–하늘’ 포맷 연습을 시킨다. ‘우산’은 주장(우산을 가져가는 게 좋겠어), ‘비’는 이유(비가 올 것 같아), ‘하늘’은 근거(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잔뜩 꼈어)를 나타낸다. 따라서 앞 예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장이 먹히려면 다음과 같은 데이터들을 동원해 이유와 근거를 대야 한다. 직접적인 연구 결과, 당신의 연구와 흡사한 실험과 테스트들, 관련 공식기관의 승인 및 인증, 해당 분야 전문가의 의견, 신뢰할 만한 체험의 기록.
자, 이제 앞 예문을 고쳐쓰기한 글을 보자. 주장–이유–근거가 분명하게 제시돼 설득력 높은 글로 바뀌었다.

(주장) 뇌 기능을 향상시키려면 디지털기기 사용보다 손으로 메모하기를 권한다.
(이유) 손을 사용하면 뇌가 자극돼 뇌가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근거) 미국 워싱턴대 버지니아 베르닝거 교수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펜을 쓰는 아이들이 키보드를 쓰는 아이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정확한 문장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른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논리정연한 글을 쓰면서 의외로 많은 이가 이유와 근거를 구분하기 힘들어한다. 그동안 진행한 논리적 글쓰기 수업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하소연이기도 하다. 어느 분야에서든 고수들은 잘하려면 힘부터 빼라고 말한다. 글 잘 쓰는 일에도 힘 빼기가 우선이다. 잘 쓰겠다고 들어간 힘을 빼려면 제대로 써야 한다. 의도한 대로 독자를 반응하게 만드는 것이 제대로 쓰기다. 제대로 쓴 글은 밀도가 높고, 적게 말하고 많이 얻는다. 쓰면 먹히는 설득력 높은 글, 논리정연한 글을 쓰려면 주장–이유–근거라는 논리 법칙을 사용해 보자. 헛갈리는가? 그렇다면 기억하자. 우산–비–하늘을!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