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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라이프 #키워드아찔한 롤코세대의 ‘롤코라이프’
임지영 칼럼니스트 2021년 05월호

 
줄을 선다. 그리고 사뿐히 올라탄다. 스릴이 큰 만큼 재미도 크다. 롤러코스터가 멈추면 미련 없이 내린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선 디지털 보헤미안, ‘롤코족’이 몰려오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남다른
삶의 속도와 재미를 즐기는 이들의 ‘롤코라이프’ 속으로 들어가봤다.

 

너도나도 몰려들어 함께 탄다. 사람들은 짜릿하고 예측 불가한 속도의 오르내림을 즐기지만 재미는 이내 곧 끝이 나고 만다. 롤러코스터 얘기다. 그런데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리듯 삶을 즐기는 세대가 있다. 바로 Z세대다. Z세대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이르는 말로, 밀레니얼 세대인 M세대의 뒤를 잇는 인구 집단을 가리킨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가 혼재된 환경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와 달리 Z세대는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도 불린다.

역동적 변화와 속도를 즐기는 신유목민
Z세대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예측 가능하거나 반복되는 것을 지루해한다. 집착은 없다. 미련도 없다. 하나의 유행이 끝나면 뒤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방금 내린 롤러코스터를 떠나보낸 이들은 아쉬움을 느낄 틈도 없이 새로운 놀거리와 재미를 찾아 빠르게 이동한다. 이 모습이 마치 짧은 시간 짜릿한 재미를 안기는 롤러코스터와 비슷해 ‘롤코라이프’라는 이름이 붙었다. 역동적 변화와 속도를 즐기는 도시형 신유목민인 이들을 일컬어 ‘롤코족’으로 부르기도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유행하는 이벤트나 챌린지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그런 성향을 잘 보여준다. ‘디지털 역마살’이다. 대표적으로 한창 유행했던 ‘아무노래 챌린지’와 ‘1일 1깡’이 있다. ‘아무노래 챌린지’란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추는 영상을 SNS에 공유한 활동이다. 하루에 한 번은 가수 비 ‘깡’ 뮤직비디오를 시청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1일 1깡’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17년 발표 당시에는 외면당했던 비의 ‘깡’ 뮤직비디오는 2020년 댓글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재해석되며 3년 만에 음원차트 역주행에 성공했다. ?‘가로로 보면 비극, 세로로 보면 희극.’ ‘깡’의 유튜브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이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뉘여 전체 화면으로 영상만 감상했을 때는 재미없지만, 세로로 세워 댓글과 함께 보면 재미있다는 뜻이다. 뻔한 것도 뒤집고 비틀면 재미있는 것이 된다.

가로로 보면 비극 세로로 보면 희극, 비틀고 뒤집기…
‘엄근진’은 NO, 기–승–전–재미!

롤코라이프가 젊은 세대들의 변덕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일반적 트렌드가 되면서 ‘숏케팅’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숏케팅’은 숏(short)과 마케팅(marketing)의 합성어로 단기간 내 화제성을 이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말한다. 이를테면 Z세대에게는 다소 생소한 브랜드인 대한제분 ‘곰표’의 마케팅 전략을 예로 들 수 있다. 곰표는 다양한 컬래버 상품을 출시해 낯선 조합에 환호하는 Z세대를 사로잡았다. CU와 협업한 ‘곰표 밀맥주’는 출시 일주일 만에 30만 개가 완판됐고, 클렌징폼, 핸드크림 등 곰표 관련 굿즈는 SNS에서도 인기가 상당하다. 예능 프로그램도 젊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나 혼자 산다〉의 ‘여은파’, 〈맛있는 녀석들〉의 ‘오늘부터 운동뚱·댄스뚱’,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난리났네 난리났어’ 등의 스핀오프 프로그램들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틀을 유지한 채 길게 이어지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보다 변주를 시도한 스핀오프 예능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도 롤코라이프의 영향이 크다.
삶의 속도가 롤러코스터에 맞춰져 있는 만큼 유행은 빠르게 소비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이런 현상이 더 빠르게 생기고 더 빠르게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고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다양하게 소비하며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Z세대. 새로운 소비층의 새로운 트렌드를 겨냥한 스타벅스의 레디백이나 할리스의 멀티 폴딩카트, 던킨도너츠의 노르디스크 폴딩박스는 덕분에 ‘핵인싸 아이템’으로 등극하며 한정판 굿즈 전성시대를 열기도 했다.
기성세대와 달리 Z세대는 디지털 기술을 당연한 것으로 접하며 자란 세대다. 이전 세대에 비해 부족함 없이 자라나 삶의 기대 수준은 높은 반면,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으로 더 큰 불안을 안고 사는 세대라는 점이 중요하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세르주 라투슈가 그의 저서 『낭비 사회를 넘어서』에서 지적했듯, 끊임없이 상품이 출시되는 공급과잉 상황에서 이른바 ‘진부화 경제’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주요인이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평범한 일상까지 위협받게 되자 정체된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 소비에서만큼은 짜릿한 재미를 느끼고자 한다. 그뿐만 아니라 기성세대가 추구하는 이른바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에 대한 반감도 내재돼 가볍고 재미있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기–승–전–재미’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빠른 속도와 재미를 느끼며 삶을 재충전하는 디지털 보헤미안 세대. 인기 있는 놀이공원에 롤러코스터가 있듯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트렌드 리더라면 디지털 보헤미안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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