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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쳐쓰기의 기적
단어 하나 바꿨을 뿐인데
송숙희 글쓰기 코치 2021년 05월호


‘사람은 사실이 아니라 단어에 영향을 받는다’고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이반 파블로프가 말했다. 정말 그렇다.
미국 금융회사 JP모건에서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다음과 같은 광고문 두 가지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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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문장은 사람 카피라이터가, 뒤 문장은 인공지능 카피라이터 퍼사도(Persado)가 쓴 것이다. 사람들에게 둘 중 어느 문장을 선호하는지 물어봤더니 후자의 반응이 훨씬 좋았다. JP모건사는 이 문구를 만든 인공지능 카피라이터를 5년 계약으로 채용했다. 퍼사도는 마케터들이 창조한 100만 건 이상의 광고 문구를 학습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마케팅 성공은 단어에 달렸다’.
일과 일상에서 글쓰기가 필요한 순간은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파는 마케팅의 시간이다. 그러므로 글쓰기의 성공은 단어에 달렸다. 보고서든 SNS든 글쓰기로 원하는 바를 얻고 싶다면 당신이 쓴 글의 단어들을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고쳐쓰기 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지도하는 윌리엄 반스 예일대 교수는 잘나가는 비즈니스 리더들은 이미지가 뚜렷이 각인되는 단어를 골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면서, 이런 단어를 ‘승자의 단어’라 부른다. 그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주요 경제 전문지에서도 승자의 단어가 자주 사용된다. 가령 ‘문제’는 ‘장애물’로, ‘생각하기’는 ‘전망하기’로, ‘말하다’는 ‘내용을 공유하다’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승자의 단어로 표현하면 듣는 사람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탁월한 설득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게다가 승자들이 쓰는 단어는 따뜻하다. 차가운 말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예를 들어 승자라면 ‘우리 사무실은 오후 6시에 문을 닫습니다’라는 문장에서 ‘닫는다’라는 말이 폐쇄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므로 ‘우리 사무실은 오후 6시까지 열려 있습니다’라고 고쳐 쓸 것이다. 또한 독자를 얼어붙게 만드는 부정 접속사도 쓰지 않는다. 앞에 어떤 좋은 내용이 있더라도, 뒤에 어떤 근사한 메시지가 있더라도 부정접속사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예문) 글을 읽기는 쉽다. 그러나 쓰기는 어렵다. 연습이 필요하다.
(고쳐쓰기 1) 글을 읽기는 쉽지만 쓰기는 어렵다. 쉽게 쓰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고쳐쓰기 2) 글을 읽기는 쉽다. 그리고 쓰기 또한 연습하면 어렵지 않다.


첫 문장은 맞는 말이나 너무 단호해 냉정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부정 접속사 때문이다. 이 문장에서 ‘그러나’를 빼면 다독이는 느낌의 문장으로 바뀐다. 거기다가 이번엔 ‘그러나’를 ‘그리고’로 바꿔본다. 자, 어떤가. 단어를 두 번 고쳐 쓰니 ‘온기가 느껴지는’ 훨씬 편한 문장으로 변했다.
우리의 뇌는 ‘달린다’라는 단어를 읽으면 저도 모르게 달리려고 준비한다. 이처럼 어떤 단어는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해서 저도 모르게 행동하게 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단어 고쳐쓰기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일터에서 의도한 대로 핵심을 빠르게 전달하는 글쓰기의 마법과 같다. 글을 쓰면서 단어 하나하나 골라 쓰려 하면 글이 잘 나가지 않는다. 일단 글을 쓴 다음 고쳐쓰기 과정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살펴 바꾸는 것이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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