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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순탁의 셋리스트21세기를 상징하는 올드 팝?
배순탁 음악평론가 2021년 05월호


얼마 전 어떤 걸그룹 멤버가 자신의 음악 취향을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멤버는 “올드 팝을 좋아한다”면서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웨스트라이프(Westlife) 를 최애로 꼽았다. 솔직히 처음엔 충격받았다. 내게 올드 팝이란 주로 1960~1970년대 음악을 뜻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곧 생각을 고쳐 잡았다. 나는 1977년생이다. 그리고 저 발언을 한 걸그룹 ‘여자친구’의 멤버 엄지는 1998년생이다. 우리 둘 사이에는 20년이 넘는 세월의 공백이 존재한다. 그래. 맞다. 엄지에게 올드 팝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 인기 있었던 음악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저 언급으로 추측해 보건대 엄지는 다음 가수의 음악도 꽤나 들었을 확률이 높다. 바로 내가 가장 애정했던 엔싱크(N Sync)다.
아직도 기억난다. 2000년이었고, 당시 나는 신촌에 위치한 음악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음악도 배우고, 돈도 벌기 위함이었다. 이 카페는 음악 좋아하는 내 친구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서 음악을 신청하면서 술을 마셨다. 가게가 문 닫으면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음악 카페에 가서 또 술을 마셨다. 그 가게가 문 닫으면 누군가의 하숙집에 가서 음악을 틀어놓고 술을 마셨다. 나는 지금 음주를 권장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술 마시면서 음악 듣고, 떠들썩하게 얘기 나누던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 역시 없었을 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음악을 미친듯이 듣던 시절, 한 친구가 카페로 들어와 제법 흥분한 어조로 다음과 같은 말을 외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드디어 21세기를 상징하는 팝이 나왔다!” 처음엔 ‘얘가 낮술을 많이 했구나’ 싶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친구는 나에게 CD를 건네주면서 바로 들어보라고 말했다. 커버를 살펴보니 팝그룹 엔싱크의 신곡 ‘Bye Bye Bye’의 싱글 CD였다. 여기서 잠깐. 음악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싱글 앨범’이라고 표기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완벽한 오기(誤記)다. 이 세상에 싱글 앨범이라는 건 없다. 1곡에서 3곡 정도를 싱글, 5곡 정도를 EP(Extended Playing), 그 이상을 앨범이라고 하는 게 맞다.
솔직히 이전까지 엔싱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괜찮은 팝 음악을 발표하는 아이돌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Bye Bye Bye’는 달랐다. 정말 달랐다. 일단 타격감이 굉장했다. 그러면서도 귀에 팍팍 박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스트링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얼마나 근사했던지. 이 곡을 계기 삼아 엔싱크의 곡을 전부 탐험하기 시작했다. 딱 내 취향이었다. 나는 지금도 당시 5대장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 엔싱크, 웨스트라이프 중 최고로 엔싱크를 꼽는다.
그래서일까. 엔싱크 멤버였던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에 대한 애정도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는 아이돌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대중예술가의 경지에 오른 뮤지션으로 인정받는다. 과거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이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K팝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그 중에서도 ‘My Love’, ‘Sexyback’, ‘Like I Love You’ 등은 팝과 일렉트로닉, 힙합 등을 절묘하게 섞어 찬사를 획득한 걸작으로 손꼽힌다. 무엇보다 나는 ‘Sexyback’을 통해 비트에도 색깔이 있고, 다채로운 색깔의 비트 연출을 통해 비트가 마치 멜로디처럼 들리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엔싱크의 음악은 선택할 것 투성이다. 길지 않은 활동 기간 동안 달랑 3장의 음반을 발표했지만 싱글 커트된 거의 모든 곡이 사랑 받았다. ‘Bye Bye Bye’는 무조건 들어야 마땅하고, 이 곡만큼이나 환상적인 비트를 만끽하고 싶다면 ‘It’s Gonna Be Me’를 플레이하면 된다.
엔싱크는 20대 시절 록만을 탐하고, 록만이 진짜 음악이라고 여겼던 나의 편견을 와장창 깨부숴 준 뮤지션으로 앞으로도 기억될 것이다. 이 지면을 빌려 카페 문을 박차고 들어온 뒤 ‘Bye Bye Bye’를 소개했던, 내 친구 박상진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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