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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도농상생 지역혁신 구상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2021년 05월호


우리나라는 근대화에 박차를 가해 단시일에 경제성장을 이뤘다. 대규모 이촌향도(離村向都) 흐름이 수십 년 이어졌고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대도시 중심 국토 공간구조가 형성됐다. 경제성장과 함께 대도시 집중에 따른 문제도 심화돼 왔다. 특히 수도권 집중에 따라 서울 및 수도권 도시들은 집값 급등과 혼잡 비용 증가 등의 문제를 안게 됐다.
최근에는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청년 실업이 증가하고 주거비 부담이 겹쳐 대도시의 젊은층 상당수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출산율은 2020년 기준으로 0.9명대 아래까지 떨어져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고령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가장 두터운 연령층인 베이비부머 세대 상당수는 준비 없이 은퇴를 맞고 있다. 인생 이모작을 실행할 기회를 갖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일부는 빈곤층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는 배경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파생하는 난관에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국토 불균형 문제까지 겹쳐 나타나고 있다. 지방 대도시 인구의 수도권으로의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영호남 지역 대학 중 다수가 입학 정원 미달로 나타나 ‘벚꽃 피는 순서로 지방대학이 망한다’는 이야기도 현실화되고 있다.
문제의 해법을 찾기가 요원해 보이지만, 그 가운데 희망도 있다. 우리 사회의 가치가 조금씩 바뀌어 탈도시화를 지향하는 사회 트렌드 형성을 알리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오랜 세월 이어진 이촌향도 흐름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도시화, 산업화 이래 줄곧 줄어들던 농촌 인구가 2015년 무렵부터 증가 추세로 바뀌었다. 과거 인구 유입 마을은 일부 근교 농촌에서 한정적으로 나타났는데 요즘은 원격지역 마을에서도 이런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국민 상당수가 농촌에서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5년 내에 버킷리스트 실행을 준비하는 도시민이 31%였고, 그중 45%는 농촌을 무대로 희망을 실현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도시민의 14%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러한 흐름이 중장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청년들에게도 농촌이 새로운 활동 무대임을 알려주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경북 의성군은 도시청년시골파견제를 통해 창업과 살아보기 체험을 지원하는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조성사업’을 시행해 100명 넘는 청년을 유치했다. 청년 창업도 10곳이 넘었다.
농촌의 혁신 잠재력이 실현되는 사례들은 이웃 일본에서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시코쿠의 산골 가미야마에서는 창조인력 유치, 창업 지원 등 혁신적 실험이 진행돼 대도시에 본사를 둔 16개 기업의 위성사무소가 설립됐으며, 유사한 시도가 다른 지역에도 확산되는 추세다. 농촌에 거주하며 일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도농상생 관점을 가미해 그동안 추진해 온 국가균형발전정책에 새로운 전환점을 찾을 때가 됐다. 지금까지 주로 수도권과 지방 광역권 간 문제로 다뤘던 균형발전정책에 농촌의 관점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촌을 무대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를 희망하는 국민들에게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부처 협업으로 주거, 의료, 교육, 문화의 질을 높여 농촌의 문턱을 낮추는 일도 요청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전반적 삶의 질을 높이면서 수도권 인구 분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인구 공동화로 침체를 겪어온 농촌 지역사회에 활력을 창출하고 지역혁신의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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