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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머무름이 쉼이 된다”···스테이폴리오에서 만나는 특별한 공간
임정욱 TBT 공동대표 2021년 05월호




“머무는 것만으로 충분히 여행이 되는 숙소를 우리 나름의 관점으로 골라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테이폴리오 이상묵 대표는 단조롭고 규격화된 한국의 숙박 여행산업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있는 건축가 출신의 창업자다. 개성 있는 디자인, 호스트의 운영 철학, 지역성 등 특별한 가치와 스토리를 지닌 숙소를 골라 스테이폴리오 홈페이지에서 멋진 사진과 맛깔나는 글을 통해 알리고 예약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는 규격화된 여행보다는 남다른 체험을 원하는 밀레니얼세대 고객을 겨냥한 것이다.

독특한 가치와 스토리 지닌 숙소 골라 독창적 여행 경험 제공해
스테이폴리오의 숙소는 다른 예약 사이트에서는 찾기 어려운 특별한 곳들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숙소부터 부티크호텔과 전통 리조트까지 스테이폴리오의 관점으로 선별하고 리뷰해 소개한다. 필요하면 호스트와 협의해 공간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을 돕기도 한다. 마치 자체제작으로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와 비슷하다. 맛있고 건강한 먹거리를 세심히 골라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줘 성공한 마켓컬리와 비슷한 측면도 있다.
이 대표의 권유로 서촌의 스테이폴리오 ‘한옥에세이’라는 숙소를 예약해 머문 일이 있다.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오래된 한옥이 가득한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한옥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즈넉한 마당과 함께 현대적으로 개조된 예쁜 한옥 공간이 반겨줬다.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푸근한 난로와 의자가 마련된 공간에 고요히 앉아 차를 마시며 오롯이 나만을 위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오래되고 낡은 골목 안에 버려진 한옥이었는데, 조선시대의 선비나 문학자가 갖고 있는 풍류의 관점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리모델링으로 구현하려고 했습니다.”
주로 어떤 사람이 오는지 물어보니 “30대 여성들이 혼자 와서 쉬고 가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남들과는 다른 독창적인 여행 경험을 추구하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 친숙한 MZ세대의 취향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스테이폴리오에 대한 MZ세대의 팬덤이 만들어지고 있는 덕분인지 숙박비가 결코 싸지 않은데도 이들 한옥스테이의 예약은 짧게는 반년, 길게는 일년씩 가득차 있다.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외국 관광객에게도 대단한 인기를 얻을 것 같았다.
또 흥미로운 것은 이 대표가 만든 ‘수평호텔’개념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프런트, 식당과 바를 오가는 호텔과 달리 마을의 골목을 통해 동네의 음식점과 카페가 연결되도록 해 호텔의 편의시설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호텔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닙니다. 그 지역을 경험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마을의 골목이 엘리베이터 역할을 해 동네의 카페, 식당, 상점을 연결하도록 했습니다.”
서촌에 있는 8곳의 한옥스테이에 묵는 고객들은 스테이폴리오가 운영하는 ‘한권의 서점’에서 체크인을 한다. ‘한권의 서점’에서는 고객들이 서촌을 더 잘 경험할 수 있도록 스테이폴리오의 라운지, 창착 공간 등과 더불어 골목골목 숨어 있는 맛집, 작은 서점, 디자인 숍 등을 스토리와 함께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낮은 건물들이 수평적으로 예쁜 골목들로 연결된 서촌의 진짜 매력을 더 많은 사람이 발견하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바람이다. 필자도 한옥스테이 1박을 통해 변모하고 있는 서촌의 매력에 새로 눈을 뜨게 됐다. 스테이폴리오가 서촌의 도시재생에 일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건축가인 이 대표가 어떻게 이런 개성 있는 파인스테이(fine stay) 큐레이션 플랫폼을 만들게 됐는지 궁금했다. 해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숙박 예약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건축과를 졸업하고 2008년 한 건축사무소에 들어가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북촌, 명동 프로젝트 등을 했어요. 스토리 관점을 갖고 도시계획을 하는 일을 하는 회사였습니다.”
그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한옥마을을 보존하고 잘 개발해 후대에 물려주는 것보다 고층빌딩 등을 개발해 돈을 벌기 원하는 지역의 분위기에 실망했다. 그러면서 도시의 가치를 올리는 ‘마이크로 도시 재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보통 도시재생이나 재개발, 재건축은 낡은 것을 모아서 부수고 새로 짓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냥 낡은 것들을 모아서 하나하나의 필지마다 새롭게 펼치듯 개선해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을 위해서도 새로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붙여 보고 싶었습니다.”

정성들인 공간 직접 소개하고자 시작···현재 200여 숙소 입점한 플랫폼으로 성장
이런 아이디어를 처음 적용한 곳은 이 대표 부모님의 건물이었다. “부모님이 서산 해미에서 20년간 운영한 ‘영가든’이라는 식당을 카페와 숙박시설이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자 했습니다. 머무름이 쉼이 된다는 철학을 담아 2013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의 ‘제로플레이스’라는 숙박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개관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성들여서 만든 공간을 소셜커머스나 호텔·모텔 예약 사이트에 올려 홍보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나 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오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네이버블로그 기자단이 돼 직접 전국의 개성 있는 숙박 공간을 찾아 인터뷰를 하고 공간에 얽힌 스토리를 소개했다. 블로그는 1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인기블로그로 성장했다. 이 블로그가 스테이폴리오의 전신이다.
“처음에는 숙박 예약 사이트가 아니고 제가 좋아하는 멋진 숙박 공간을 소개하는 미디어 사이트였습니다. 여기에 숙박 예약 기능을 적용하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2015년 설립된 스테이폴리오는 이제 10만 가입자를 가진 숙박 예약 사이트로 성장했다. 전국에 있는 200여 곳의 개성 있는 숙소가 입점해 있고 스테이폴리오에만 있는 독점 숙소도 50여 곳에 이른다. 올해 거래액은 300억 원이 목표다. 코로나19가 해결되면 동남아시아의 파인스테이를 중심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이런 개성 있는 숙박 공간을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데 열정을 갖고 있다. 그는 “한옥뿐만 아니라 문화재급은 아니지만 역사성을 가진 전국의 공간 유산, 적산 가옥 등을 숙박 공간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유럽에 가면 오래된 고성들이 멋진 숙박 공간으로 관광객에게 제공되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유서 깊은 건물들이 숙박 공간으로 다시 만들어진다면 지역재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스테이폴리오는 이런 숙박 공간 콘텐츠를 다국어화해 외국인에게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해 한국을 체험하고 싶어하는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올 때가 되면, 스테이폴리오가 한 차원 다른 한국의 숙박 공간과 지역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선보이는 중요한 채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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