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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인도 읽기
박영선 KOTRA 인도 콜카타무역관장 2021년 05월호


인도는 유구한 역사와 광활한 영토 그리고 많은 인구를 가진 대국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나라다. 지역별 다양성도 매우 커 하나의 나라로보다는 유럽처럼 여러 나라가 모인 하나의 대륙으로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적합할 수 있다. ‘누군가 인도에 대해 확신을 갖고 어떤 사실을 이야기하면 반드시 그 반대의 경우도 진실이다’라는 경구가 있다. 인도의 복잡하고 다양한 특징을 잘 대변해 주는 말이다.
인도에 살다 보면 떠오르는 무수히 많은 의문이 있다. 왜 이들은 최근 200년간 식민지배한 영국은 미워하지 않으면서 까마득히 먼 옛날 무슬림들의 침략과 지배에는 적개심을 갖고 있는가? 현대를 사는 오늘날에도 왜 카스트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가? 왜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가? 이 같은 현대 인도사회에 대한 많은 의문의 답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왕조의 흥망성쇠 속에도 독특한 문화 지속적으로 유지·발전
인도는 20세기 초 독립운동 시기와 더불어 많은 위인을 배출했다. 그중에서도 인도 건국의 아버지로 꼽히는 간디, 네루, 암베드카르는 글을 통해 당대와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대 인도를 이해하는 데 이 세 사람을 뺄 수는 없다. 간디는 한국인들에게도 널리 읽힌 자서전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The Story of My Experiments with Truth)』를 통해 그가 주장한 비폭력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려줬다.
네루는 인도 초대 총리를 지낸 정치인으로, 간디와 함께 독립운동을 전개하면서 오랜 시간 옥고를 치렀다. 그가 옥중에서 쓴  자서전 『자유를 향하여(Toward Freedom)』, 『세계사 편력(Glimpses of world History)』, 『인도의 발견(The Discovery of India)』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특히 네루는 『인도의 발견』을 통해 인도가 유구한 역사와 다양한 왕조의 흥망성쇠 속에도 독특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암베드카르는 천민으로 태어나 인도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인도 헌법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평생을 카스트제도로 차별받는 천민을 대변하는, 주류사회에 대한 투쟁에 바친 그는 많은 저작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카스트의 말살(Annihilation of Caste)』은 최근 다시 출판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동안 간디, 네루의 명성에 가려 빛을 못 보던 암베드카르는 이 책의 출간으로 인도인들에게 새로이 조명돼 해방 이후 인도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에 뽑히기도 했다.
역사학자 라마찬드라 구하의 방대한 저서 『간디 이후의 인도(India after Gandhi)』는 해방 이후 인도의 현대사를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저자는 현대 인도정치에 대해 ‘50% 민주주의’라고 했는데, 이는 의회 민주주의의 형태는 갖췄지만 실제적으로는 결함이 많은 인도정치의 현실을 보여준다.
오늘날 인도 정치인 중 특이한 이력과 준수한 외모, 뛰어난 언변과 필력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사람은 샤시 타루르다. 그는 평생을 유엔 직원으로 근무했는데 사무총장 선거에서 반기문 전 총장에게 패한 후 인도정치에 투신했다. 유엔 근무 시기부터 현재까지 샤시 타루르는 인도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는 책을 출판했다. 사회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픽션 『위대한 인도소설(The Great Indian Novel)』, 해방 50년을 맞아 인도사회를 해부한 명저 『자정부터 밀레니엄까지의 인도(India: From Midnight to the Millennium)』, 영국 지배의 수탈과 착취를 고발한 『암흑의 시대(An Era of Darkness)』, 힌두트바로 일컫는 현대 힌두우경화를 경계한 『왜 나는 힌두인인가(Why I am a Hindu)』 등의 베스트셀러가 있다. 샤시 타루르는 일반 대중이 잘 모르는 어려운 영어 단어를 쓰는 것으로도 유명해 그의 이름 타루르(Tharoor)와 동의어사전(thesaurus)의 합성어인 ‘Tharoorosaurus’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반대 의견 용납 않는 힌두우경화에 우려 제기되기도
인도 P&G 사장을 지낸 구르차란 다스가 쓴 3부작 『풀려난 인도(India Unbound)』, 『인도는 밤에 성장한다(India Grows at Night)』, 『코끼리 패러다임(The Elephant Paradigm)』은 인도 독립 이후 현재까지 인도경제의 여정을 다룬 책들로, 사회주의적 경제체제와 관료들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참고로 인도가 밤에 성장한다는 제목은 관료들이 모두 잠든 밤에만 비즈니스가 정상적으로 행해지며 경제가 성장한다는 인도의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저자의 또 다른 저서 『올바른 삶의 어려움(The Difficulty of Being Good)』은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법도, 즉 다르마의 길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책이다.
한편 후생경제학에 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은 『논쟁을 좋아하는 인도인(The Argumentative Indian)』에서 인도인들은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갑론을박을 벌여 문제를 해결하는 전통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킴과 동시에 최근 진행되는 힌두우경화는 반대의견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많은 외국인이 인도에 관한 책을 저술했는데 그중에서도 프랑스 작가 도미니크 라피에르는 인도 독립 시기 분단의 혼란과 간디의 삶을 다룬 책 『자정의 자유(Freedom at Midnight)』 그리고 콜카타시 빈민들 삶을 소설로 표현한 『시티 오브 조이(City of Joy)』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콜카타에서 빈민구제에 헌신하는 사람들을 지켜본 저자는 가난한 학생들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시티오브조이 재단을 만들어 출판 인세를 모두 기부했을 뿐만 아니라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저택까지 팔기도 했다.
인도에 특파원으로 근무한 서양인의 시각으로 현대 인도의 사회상을 기록한 책으로는 에드워드 루스의 『떠오르는 인도(In Spite of the Gods)』, 제임스 크랩트리의 『억만장자 라지(The Billionaire Raj)』가 있다. 러스킨 본드는 히말라야 산자락에 위치한 데라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영국계 인도인으로서 『파란 우산(The Blue Umbrella)』, 『러스티의 모험(The Adventures of Rusty)』 등 서정성과 향수가 가득한 자전적 소설을 다수 출판해 인도의 색다른 측면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인도는 살만 루슈디와 같이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를 많이 배출했다. 그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는 소설 『작은 것들의 신(The God of Small Things)』으로 1997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아룬다티 로이다. 이 작품은 42개 언어로 출간된 이후 800만 부 이상 판매를 기록해 아룬다티 로이에게 부와 명성을 안겨줬다. 첫 작품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그녀는 소설을 쓰는 대신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칼럼을 신문, 잡지 등에 게재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권력자들에 맞서는 대표적 인물로 변신했다.
최근 출간한 『나의 반역자의 마음(My Seditious Heart)』은 지난 20년간 아룬다티 로이가 기고했던 글들을 모은 책으로, 여기에는 정글 속에서 공산주의 반군들과 함께 생활했던 기록을 담은 『동지들과의 행군(Walking with the Comrades)』, 우리에게 알려진 것과는 다른 간디의 삶을 파헤친 『박사와 성인(The Doctor and the Saint)』, 분쟁지역 카슈미르 주민들의 고통을 다룬 『자유(Azadi)』 등 인도사회를 뒤흔든 유명한 글들이 담겨 있다. 아룬다티 로이는 모순적인 인도정치, 사회상을 신랄하게 비판해 많은 인도인 사이에서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나의 반역자의 마음』이라는 책 제목은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개의치 않고 신념대로 살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나열한 작가와 책은 현대 인도를 이해하기 위한 첫 여정에 쉽게 맞닥뜨리는 익숙한 동반자들이다. 물론 이들이 인도의 구석구석 모든 곳까지 다 안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새로운 가이드를 만나거나 스스로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인도를 이해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보편적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축소판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러분도 인도로 가는 여정에 동참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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