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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
“망하지 않는 창업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돈 받고 팔아보는 겁니다”
임정욱 TBT 공동대표 2021년 06월호




삼성전자 사내벤처 출신 창업가가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도 받았다. 스마트폰에 멜로디만 흥얼거리면 인공지능(AI)으로 음악을 멋지게 편곡해 만들어주는 신기한 앱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관심을 받은 것은 물론 글로벌 스타트업 대회에 나가서도 우승했다. 또 실리콘밸리의 러브콜을 받아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아주 미래가 밝은 스타트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 화려한 조명을 받는 것이 꼭 스타트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잘나가는 것은 다릅니다.” 쿨잼컴퍼니 최병익 대표의 말이다. 최 대표는 “고객이 내 제품을 계속 사용하고 돈을 내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그것을 깨닫는 데 12억 원을 쓰고 3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3년의 시간
최병익 대표의 창업스토리는 창업자가 ‘이른 성공’이라는 교만에 빠지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착실히 만들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한지 알려준다.
최 대표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학과 공부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것보다는 해보고 싶은 것을 원 없이 하고 싶었다. “거의 프로게이머 수준으로 게임을 많이 했습니다. 또 어릴 적부터 다양한 악기를 다뤘는데요. 대학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서는 비올라 수석을 했습니다.”
입학할 때는 전액장학금을 받을 정도였던 성적이 나중에는 학사경고를 여러 번 받을 정도가 됐다. 성적이 나빠 취업에 어려움이 있을 법도 한데 그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뽑아준 회사가 있었다. 삼성전자였다. 더구나 학교 다닐 때 잘 못했던 전자회로를 연구하는 팀에 들어가게 됐다. “운이 좋았죠. 그런데 몇 학기를 들어도 이해가 안 되던 것이 회사에서 일로 하니까 일주일 만에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는 원래 삼성전자를 3년만 다니고 창업을 하고 싶었다. “좋아하고 잘하는 ‘음악’과 전공인 ‘전자’를 융합하면 독특한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창업 전에 역량을 더 키우고 싶어 유학을 준비했다. 때마침 2015년 삼성전자에 사내벤처 제도가 생겼다. 회사 안에서 자율적으로 일하며 새로운 아이템 개발을 해볼 수 있는 ‘C랩’이라는 제도였다. 원래 유학과 함께 퇴사를 생각했던 최 대표는 C랩에 지원했다.
1년 동안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프로그램이 끝나면 원래 부서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팀이 분사해 창업할 수 있는 스핀오프 제도가 생겼다. “그렇다면 유학 갈 필요 없이 바로 창업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2016년에 삼성전자에서 5명이 같이 나와서 쿨잼컴퍼니를 공동창업했습니다.”
쿨잼은 AI 음악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주목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창업하고 일년 동안은 나가는 대회마다 상을 받았다. 각종 지원 프로그램에 뽑혀 일본과 유럽 등을 다녀왔다. 2017년 유럽에 갔을 때는 한국팀 최초로 세계 3대 음악박람회 ‘미뎀랩’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미디어에도 자주 소개되고 투자자들의 연락도 많이 받았다. “창업한 지 1년도 되기 전에 대부분의 상을 다 받았습니다. 일단은 제품을 이슈화시켜서 많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신기한 음악앱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인 사용과 매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투자를 받기도 어려웠다. “투자를 못 받으니 혼란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잘못 생각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인정받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우리를 알아주는 투자자가 없구나 했거든요.”
그래서 실리콘밸리에 도전하기 위해 UC버클리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스카이덱’에 지원, 한국팀으로는 최초로 합격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안 됐으면 더 일찍 현실을 깨달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역시 실리콘밸리에서 우리를 알아봤어’라고 생각한 겁니다.”
이를 계기로 2018년 최 대표는 쿨잼컴퍼니의 본사를 실리콘밸리로 옮기고 미국에서
1년 반을 일했다. “막상 가본 실리콘밸리는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일에만 집중하는 곳이었어요. 한국팀에서 떨어져 혼자 있으면서 사업의 핵심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현실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버클리 스카이덱도 쿨잼의 기술은 좋지만 음악앱으로 성장하기에는 시장이 크지 않다고 사업방향 전환을 주문했다. 그래서 유튜브 영상을 위한 AI 배경음악 제작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방향을 두고 한국에 남아 있는 팀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결국 공동창업자 4명이 모두 퇴사했고, 창업 3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공동창업자들의 지분을 혼자 인수했고, 회사 빚과 연대보증으로 인한 빚을 갚아야 했다. 이 과정에 12억 원 정도 들어갔다.

에딧메이트 출시 1년여,
월매출 1억 원 바라보며 투자 유치 준비

이렇게 하며 새로운 출발을 한 것이 영상 편집서비스인 에딧메이트다. AI 배경음악 제작서비스를 하며 유튜브 영상 편집자들을 접하다 보니 새로운 시장의 문제를 알게 됐다. “유튜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고품질의 영상편집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숙련 영상편집자를 찾고 같이 협업하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이 발달한 한국은 특히 자막과 애니메이션 효과 등이 들어간 영상편집 수요가 상당하다. 하지만 편집 일을 맡기는 쪽에서는 좋은 영상편집자를 찾기도 어렵고 가격도 들쭉날쭉하다는 문제가 있다. 일을 의뢰하고 완료할 때까지 납기 관리, 업무 조율, 피드백 등의 협업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영상편집자를 상시 직원으로 뽑기도 어렵다.
최 대표는 2019년 말 이런 문제를 감지하고 잠재고객 20명을 인터뷰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뒤 개발요소를 빼고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MVP(최소기능제품)를 만들어서 내놨다. 에딧메이트가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쳐 검증된 에디터풀을 확보하고 고객의 의뢰를 받아 연결하고 프로젝트 관리를 해주는 마켓플레이스를 만든 것이다.
“홈페이지는 시중의 홈페이지 제작도구로 하루 만에 만들고 고객과의 소통은 카카오톡으로 하는 등 최대한 힘을 빼고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시장의 니즈는 거기에 있었다. 2019년 12월에 첫 달 매출이 287만 원이 나왔다. 기존 AI 음악앱인 ‘험온’보다 매출이 더 높았다. 고객 중 90% 이상이 매달 돈을 내고 영상편집을 의뢰한다. 서비스 시작 1년 반이 된 지금은 월매출 1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고객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으니 더 빠른 성장을 위해 투자도 유치할 참이다. “망하지 않는 창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돈 받고 팔아보는 겁니다. 이것을 깨닫는 데
3년이나 걸렸습니다.”
하지만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전전하며 3년이 지나도 애매한 상황에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창업가도 많다. 이런 창업가들이 최 대표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을 지원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업 성공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짜 창업의 어려움을 뚫고 성공한 창업자 선배가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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