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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의 혁신토크
교사혁신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021년 06월호


광복 후 75년, 우리는 교육의 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내고 선진국의 문턱에 도달했다. 그러나 학생의 정신건강까지 위협하는 입시 지옥, 서민의 허리를 휘게 하는 사교육비 부담, 계층이동 교육사다리의 붕괴, 인구변화로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 등 많은 교육 문제가 해를 거듭해 쌓여가고 있다. 엄청난 교육 난제들을 말끔히 해결하고 다시 교육의 힘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해법은 없을까?
 

교사의 수업 바꾸지 못하면 어떠한 제도나 정책도 효과 없어
문제가 꼬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교육의 근본은 학생의 학습이며 교사의 수업이다. 교사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핵심이다. 최근 선진국의 많은 교육정책 전문가가 하나같이 강조하는 것은 무자비할 정도로 교사의 수업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사의 수업 모델이 시대에 크게 뒤처져 있어 낡은 것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는 한 정책의 효과성이 크게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나라에서 교사의 수업을 바꾸지 못하면 다른 어떤 정책이나 제도의 변화도 효과가 없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도 수업방식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보니 학생들이 교실에서 잠자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이 학원에 다니느라 책 읽을 시간, 놀 시간, 잠잘 시간도 부족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기 위해 입시제도나 교육과정을 개편하거나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부딪히는 가장 넘기 힘든 도전은 교사들이 기존의 주입식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학습을 지도하는 동시에 창의성과 인성 등 보다 고차원적이며 인간적인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새로운 수업방식을 어떻게 도입하느냐는 것이다. 이제 교사의 수업을 바꾸지 못하면 어떠한 제도와 정책의 도입도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인정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도 교사가 수업을 혁신하려면 잡다하고 과중한 업무 부담을 하나씩 ‘빼줘야’ 한다. 기존의 업무를 그대로 두면서 혁신적 수업을 ‘더하라고’ 하면 교사들은 수업 혁신에 등을 돌린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을 교사의 수업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AI 개인교사가 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에는 근거가 없다. 오히려 AI가 과중한 교사의 업무를 대폭 ‘빼줄 수’ 있기 때문에, 교사가 AI를 잘 활용하면서 주인의식을 갖고 수업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리드하는 AI 교육혁명이 가능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교육의 힘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백년대계는 인간 교사가 AI 개인교사와의 최적의 협업을 통해 수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AI 교육혁명을 리드함으로써 모든 아이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데이터·테크놀로지·인문적 소양은 물론이고 창의성과 인성을 키워주는 맞춤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교사혁신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교사혁신가(teacher-preneur)는 교사(teacher)와 혁신가(entrepreneur)를 결합한 단어로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다. 교사혁신가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의 바넷 베리 교수가 정의하듯이 ‘교단을 떠나지 않고 평생 수업 혁신을 리드하는 현장 교사’를 의미한다. 교사가 다른 전문가들이 이미 디자인한 교육과정을 단순히 전달해서는 좋은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교사가 AI와 같은 신기술을 도입해 학생 한 명 한 명의 특성과 요구에 맞춰 최적의 수업을 디자인해야 한다. 교사혁신가를 길러내고 지원하는 국가 간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영국·호주, 바우처 지급 등으로 교사의 수업 혁신 지원
이스라엘의 비영리 NGO인 MindCET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사들을 에듀테크 기업가로 변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는 교사들에게 에듀테크산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서 기업가적인 생각과 수단을 경험하고 익히게 한다. 교사들은 강의 및 워크숍을 통해 교육 및 신기술 분야의 최신동향을 접할 수 있으며, 혁신적인 학습 및 개발 프로세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에 선발된 교사들은 이스라엘 에듀테크 커뮤니티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전국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교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게 된다. 또한 선발된 교사들은 자신의 업무 경험을 토대로 교육적 과제를 해결하는 에듀테크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개발하게 된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최근 매우 흥미로운 설문을 했다. 초중고교 교사 1,0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4.3%가 ‘공교육에 AI 교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교사들의 AI 개인교사에 대한 수용도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76.8%는 ‘현재 학교 수업에서 에듀테크를 활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고 ‘에듀테크를 접목한 교수학습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15.5%에 불과했다. 교사들이 AI와 같은 에듀테크를 수업에 도입하고자 하는 관심과 열망에 비해 수업의 여건과 교사의 역량은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AI 개인교사를 교실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교사혁신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영국과 호주는 교사에게 코스웨어나 에듀테크 디바이스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해 교사의 수업 혁신을 지원하는 동시에 간접적으로 에듀테크시장을 키워주고 있다. 호주의 매쓰 패스웨이(Maths Pathway) 같은 기업은 337개 학교를 대상으로 수학 과목에서 학생 평가와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교사를 위한 컨설팅과 교육훈련 서비스까지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교사 양성 체계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처럼 교육전문대학원 체계로 탈바꿈시키고 AI로 어떻게 수업해야 하는지 등을 배우는 실습 시간을 전체 교육시간의 30~40% 수준으로 도입해야 한다. 교사 선발과정도 대학 졸업 후 노량진 학원가에서 시험 과목만 달달 외워서 교사가 되는 구조를 하루빨리 바꿔 교육전문대학원을 졸업하면 수습 교사를 거쳐 임용되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한다.
* 본 글은 2021년 5월 20일 매일경제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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