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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1음반
다채로운 면모를 품에 안은 음반
배순탁 음악평론가 2021년 06월호

 

 
아이유다. 노래를 잘 모르는 고령층이라도 어쩌면 이름은 알고 있을 그 가수다. 거의 전 국민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신곡은 발표할 때마다 차트를 쥐락펴락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장광설을 늘어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솔직히 아이유 정도 되는 뮤지션을 놓고 부기하는 건 약간 허망한 일이다. 그녀에 관한 정보는 나무위키에 빼곡히 서술되고 있고, 분석 글은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이 글이 써져야 하는 이유를 찾자면 다음과 같다. 대략 1년 전, 나는, 대한민국에서, 아이유와 일대일 인터뷰를 했던, 몇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거다.
‘아, 이 친구는 진짜다.’ 결론은 이거였다. 섬세한 언어로 자신을 두르면서도 자기 주관이 분명했다. 쓸데없는 논란은 피하려는 와중에 자신의 음악과 인생에 대한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할 줄 알았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니까, ‘성장’, 그것도 대규모의 성장을 했다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2011년 3월 아이유는 내가 일하고 있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잔소리’, ‘좋은 날’을 통해 커리어 사상 처음 인기를 얻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별 인상을 받지 못했다. 혹시 누가 나에게 “저 가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아요?”라고 물어봤다면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라며 대답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나도 안다. 내 눈썰미가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진실을. 그러나 그때 당시 누가 과연 예상했을까 싶다. 누가 나서서 ‘앞으로 저 친구가 대한민국 가요계를 씹어 먹는 존재가 될 거’라고 주장했으면 반응이 어땠을지 싶다. 모르긴 몰라도 ‘저 사람이 점심에 뭘 잘못 먹었나’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이제 모두가 안다. 아이유가 맞았고, 우리는 틀렸다.
결정적인 순간은 너무 많다. ‘잔소리’, ‘좋은 날’을 폭발적인 기점으로 삼아 발표하는 곡마다, 앨범마다 센세이셔널한 성취를 일궈냈다. 상징하는 곡이 너무 많은 탓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그녀가 정상으로 치고 올라간 게 벌써 10년도 훌쩍 넘었다는 거다. 그럼에도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정규 5집 앨범 〈LILAC〉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각종 차트 최상위권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내가 가장 애정하는 아이유의 곡은 무조건 ‘밤편지’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까지 듣자마자 게임 끝났다고 확신했다. ‘이건 무조건 된다’고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큰소리로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아니다. 이렇게 쉽게 흥분하면 안 된다. 심장에 안 좋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 곡이 실린 앨범 제목, 즉 〈Palette〉를 봐야 한다. 〈Palette〉는 제목 그대로 아이유의 다채로운 면모를 품에 안은 음반이었다. 팝 멜로디를 기반으로 재즈, 신스 팝, 알앤비, 포크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장르를 자기화하는 재능이 만개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 아이유는 장르라는 도구를 단지 관습적으로만 다루지 않는 뮤지션이다. 관습이란 고찰을 허락하지 않는 공고한 성이다. 이걸 고집하다 보면 속된 말로 고인물 되기 쉽다. 아이유는 그렇지 않다. 장르를 가져와서는 그걸 절묘하게 비틀고 구부려서 자기 음악의 체형에 딱 맞게 디자인할 줄 안다. 요컨대, 자기중심이 분명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얼마든지 유연해질 수 있는 뮤지션인 셈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앨범 〈LILAC〉에서도 아이유는 여러 장르를 자기화하는 동시에 대중적인 설득력을 놓치지 않는다. 내 주관을 양보하면서까지 대중적으로 만들려는 의지 따윈 없음에도 이렇듯 대중적이라는 건, 어쩌면 본능의 영역이다. 아이유가 변함없이 정상을 지킬 수 있는 비결 역시 이와 관련 있을 것이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까지 게을리하지 않는 인간을 당해낼 수 있는 도리란, 그 어떤 영역에서든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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