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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정학적 동맹보다 지경학적 동맹이 중요하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2021년 06월호


바이든 정부 들어서면서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불장군 ‘슈퍼맨 스타일’이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으로 그물을 쳐서 중국을 잡으려는 ‘스파이더맨 스타일’이다. 바이든의 미국이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쿼드(Quad) 정상회담을 계기로 쿼드동맹을 통한 중국 포위작전에 들어갔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이 한국만 쏙 빼고 반중동맹을 구축한다라든지, 한국은 미국의 2류 동맹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식의 주장이 있지만, 미중의 변화된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는 이를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때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썼다. 일본·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를 잇는 제1도련선, 혹은 최악의 경우라도 괌과 사이판을 연결하는 제2도련선 안에 중국을 묶어 두는 전략을 썼고, 중국도 제1, 제2 도련선의 방어와 돌파를 목표로 했다. 그래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가 전쟁터였을 때 한반도는 미중의 전략 전쟁 선상에서 보면 동북쪽의 축으로 중요했다. 그러나 중국이 일대일로, 해양실크로드 전략을 펴면서 태평양과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를 지나 유럽으로 진출하자 미국의 대중국 방어망도 자연스럽게 제1, 제2 도련선에서 태평양, 인도양으로 확장됐고, 미국·일본·호주·인도를 잇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미중의 전쟁터가 바뀌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아시아 외교동맹에서 한국이 소외된 것을 이 같은 미중 전략 경쟁의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보면 비관할 일이 아니다. 또한 중국이 우리 수출의 30%, 무역흑자의 8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아시아 외교동맹에서의 상대적 소외는 반대급부로 중국의 사드보복 같은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은 바이든의 경제동맹에서 힘쓰면 된다. 미국의 동맹 전략은 경제, 기술, 자원, 네트워크 전 분야에서 광범하게 추진되고 있다. 마치 삼국지 제후국들의 회맹처럼 미국이 중국을 둘러싼 주변국들에 대한 동맹을 주도하고 있지만, 문제는 동맹국들 각자의 속셈이 다르다는 데 있다. 아시아 국가 입장에서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미국의 주먹이 무섭기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100년 만의 최악인 경제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에 참여해서 얻는 경제적 이익이 중국으로부터 받는 불이익보다 크다는 당근이 없다면 동맹의 성공 가능성은 낮다.
전 세계적으로도 무역에서 1위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고, 중국이 최대 큰손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고민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동맹뿐만 아니라 당장 시급한 미중 무역 전쟁의 2단계 전략으로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 동맹을 구축하자고 나섰다. 문제는 세계시장에서 중국이 배터리 38%, 반도체 15%, 희토류의 58%를 공급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배터리 0%, 반도체 12%, 희토류는 7%에 그친다. 한국은 반도체에서 21%, 배터리는 35%나 공급한다. 미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동맹에서 한국을 빼면 큰 구멍이 생긴다.
미중 전쟁은 이젠 기술 전쟁이고 그 안을 살펴보면 반도체와 전기차 전쟁이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고 배터리는 ‘전기차의 쌀’이다. 중국은 지금 세계 최대의 핸드폰과 전기차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이 중국을 제압하려면 핸드폰과 전기차에서 중국을 고사시키지 못하고는 답이 없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 경제동맹에서 실리를 챙기면 된다.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한국. 우리끼리 싸우면서 굴러 들어온 호박을 발로 밟아 깨는 일을 벌이지 말고 미중의 전쟁 속에서 파이 키우기를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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