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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
디지털이 바꾸는 모스크바의 일상과 비즈니스
박건원 KOTRA 러시아 모스크바무역관 차장 2021년 07월호
몇 년 전까지 러시아어를 못하는 한국 사람들이 모스크바에서 택시를 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기사와 요금을 흥정해야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5월 현재 모스크바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서울에서보다도 편리해 보인다. 몇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코로나19로 이커머스 급성장···온라인 전시회·상담회도 급증
그 사이 얀덱스고(Yandex Go) 앱이 생겼다. 앱으로 목적지를 지정해 택시를 호출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스베르방크(SberBank) 계좌에서 택시비가 이체된다. 택시 기사와는 ‘도브라예 우뜨라’ 하며 인사만 나누면 된다. 택시 안에 기사와 승객이 같이 있지만 앱을 통해 모든 걸 처리하는 비대면 거래가 이뤄지므로 러시아어를 못하는 사람도 마음 편히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정보화로 인한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한 건 코로나19였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모스크바시는 전 주민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긴급히 의료지원을 받아야 하거나 집에서 가까운 상점과 약국에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에 머물러야만 했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전자상거래 규모는 급증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와일드베리즈(Wildberries)의 경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96%,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79% 성장했다. 또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 오존(Ozon)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5% 성장한 742억 루블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자상거래가 확산되면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소비가 러시아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아르 소콜로브(Artem Sokolov) 러시아 전자상거래협회 회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전자제품 매장인 엠비디오(M.Video)나 대형 의류매장인 더스노우퀸(The Snow Queen) 등의 인기상품을 와일드베리즈나 오존 같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인기 브랜드들이 저가상품 판매처로 여겨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제품을 유통시키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제품도 오존에서 가격을 비교해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 매장에서 하는 쇼루밍(showrooming)은 소비채널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간 거래를 위한 전시회 등에서도 비대면 비즈니스가 확산됐다. 러시아 최대 냉난방 기술 및 수처리 기술 전문 전시회인 ‘아쿠아썸 모스크바(Aqua-therm Moscow)’의 경우 오프라인 전시회 규모는 지난해 782개사 참가, 2만8,902명 참관에서 올해 113개사 참가, 9,693명 참관으로 급감했으나, 온라인 전시회인 ‘아쿠아썸 2021 라이브’를 통해 기업 간 비대면 거래를 추가로 지원했다. 아쿠아썸 2021 라이브 참가 기업은 전시 기간 중 24시간 제품을 전시할 수 있으며 방문객과 일대일 커뮤니케이션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컨퍼런스를 통해 제품설명회 등도 개최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온라인 전시회는 웹사이트 내 콘텐츠 전시, 화상상담 등의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지만, 최근에는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환경에서 개최되는 온라인 전시회도 등장했다. 향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이 발전한다면, VR 디바이스 등을 활용한 콘텐츠를 통해 많은 전시회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러시아 간 비즈니스도 오프라인이 위축되면서 기존 비즈니스 미팅, 포럼 및 세미나 등이 화상상담, 웨비나 등 비대면 비즈니스로 전환됐다. 오프라인 미팅을 위해서는 모스크바로 출장을 가야 했지만, 온라인에서는 한국 기업과 러시아 기업 간에 미팅 일정만 합의되면 언제 어디서든 미팅을 개최할 수 있다. 최근 한국 기업과 러시아 기업의 화상상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 특별한 경험 통한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

하지만 이러한 계량적인 성과가 정성적인 만족도로 이어질까? 러시아 기업들과의 온라인 상담회에 참가한 한 한국 기업 담당자는 바이어들의 몰입도가 예전 오프라인 상담회보다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과의 온라인 상담이 연중 계속 이어지다 보니 비슷한 콘텐츠에 노출되는 빈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대면 관계에서는 몰입도가 낮아지기 쉬운 만큼, 온라인 비대면 비즈니스가 확산될수록 바이어,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무역사절단, 해외전시회 등의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는 해외 기업과 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직접 테이블에 마주하고 앉아 진행하는 상담은 같은 시간 동안 진행하는 온라인 상담보다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첫 상담에서 양측 모두 호감이 있는 경우 상담 후 식사를 같이 하거나 그 다음날 바이어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의 조치들이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대면 환경에서 고객과의 관계 형성이 용이한 이유 중 하나는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비대면 비즈니스에서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특별한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까?
5G 통신과 결합한 VR·AR 등의 신기술이 온라인에서의 특별한 체험을 전달해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모스크바에서 동시에 가상세계에 접속해 서로 만나 상담하고 제품을 같이 보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트렌드는 게임에서 시작해 각종 공연행사로 확산됐으며, 최근에는 여러 산업에도 적용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수출 중소기업이 IT 선도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력, 예산, 기술, 조직 등 많은 부분에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급속하게 바뀌어가는 환경에서 많은 수출 중소기업은 온라인 비즈니스의 이상과 실제 영업 현실과의 틈새를 느끼게 된다. 그 틈새는 코트라 모스크바무역관 현지 직원 등이 이어줄 수 있다. 한국 기업이 비디오 컨퍼런스를 통해 만났던 러시아 기업을 코트라 현지 직원이 전시회를 통해 다시 한번 만난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현지 직원은 러시아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전달한다.
앞으로도 코트라 모스크바무역관은 이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한국 기업이 러시아시장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DB 분석에서 온·오프라인 연계 비즈니스까지 이어지는 것이 단골고객 지원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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