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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의 혁신토크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개혁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021년 07월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정부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개발 연대부터 유지했던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과 교육 및 과학기술 정책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공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제 구체적으로 우리 정부를 협력적 정부, 혁신적 정부, 전략적 정부로 만드는 실천방안을 디자인하고 실행할 때다.

협력적 정부 위해 공무원의 부처 간 이동 의무화 필요
첫째, 협력적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부처 사이에 높게 쳐진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혁신생태계를 관장하는 통합 부처인 (가칭)혁신전략부를 설치해야 한다. 물론 초대형 부처가 등장한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과거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초중등 교육 기능을 떼어내는 대신 기업 지원 기능을 붙이는 것이라고 보면 교육과학기술부 정도의 규모로 (가칭)혁신전략부를 만들 수 있다.
협력적 정부를 위한 또 다른 개혁은 개방형 국가인재관리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한 부처에 평생 소속되는 현재의 체제에서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부처의 이익과 힘을 키우는 데 기여해야 부처 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왜곡된 유인을 갖게 할 수 있다. ‘고위공무원단 제도’ 등을 통해 부처 간 공무원 이동이 시도되고 있지만 이미 한 부처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공무원들을 부처 이익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공무원이 처음 입직할 때 부처 소속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부처 간 이동을 의무화하되 한 보직에서 근무해야 하는 기간을 3년 이상으로 하면 지나친 보직 이동의 부작용도 피할 수 있다. 공무원의 초기 경력 15년 동안 적어도 3개 이상 부처에서 3년 이상씩 근무하도록 하고, 서기관 및 과장부터는 한 부처에서 근무하도록 하되 그 이후에는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당초 취지에 따라 부처 간 고위공무원의 이동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의 초기 15년 및 고위공무원단 진입 이후 경력 기간 동안 부처 간 이동을 의무화하는 ‘공(工)자형 경력개발체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부처 이기주의를 혁파하고 협력적 정부를 구축해 정부 부처 간은 물론 산업계, 학계, 정부 간의 협력과 경쟁을 조화롭게 이끌어낼 수 있도록 네트워크와 소통에 기초한 현장밀착형 행정을 추구해야 한다.
둘째, 혁신적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관료적이고 시장은 혁신적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정부도 얼마든지 혁신적일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국립과학재단(NSF), 국립보건원(NIH) 등은 4차 산업혁명의 진원지라고 할 만큼 많은 고위험 혁신을 주도하거나 민간의 고위험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연구재단과 같은 연구관리 전문기관이나 테크노파크와 같은 각종 지역기구 및 산업 협회 등은 중앙부처의 통제 아래 현장을 규제하거나 직접 지원하는 업무를 대행하고 있을 뿐 미국의 중간기구들처럼 혁신을 주도하거나 지원하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중간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정부가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기획·평가·관리를 위해 9개 부처 산하에 있는 12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을 3~4개 기구로 통합해야 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 등이 지역 혁신생태계를 관장하기 위해 운영하는 연구개발특구, 테크노파크, 사이언스파크 등도 ①클러스터, 기술창업 지원 ②지역산업 진흥 및 지자체 에이전시와 같이 2개 유형의 조직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이렇게 조직을 정비한 후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던 기능을 (가칭)혁신전략부의 설치와 함께 전략·기획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 현장과 관련된 혁신 및 지원 업무는 중간기구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
혁신적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지원 위주의 정책들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대신 고위험·고가치의 혁신을 주도하고 민간의 혁신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는 등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정책들로 전환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혁신바우처, 중소기업혁신연구지원, 혁신조달, 혁신매개자 등의 정책을 우리 실정에 맞춰 도입해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업무 슬림화하고 정책 개발에 집중하길
셋째, 전략적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가칭)혁신전략부는 기존의 많은 규제와 통제 중심의 업무를 중간기구에 이양하거나 슬림화시키는 한편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개발과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로의 대전환을 이뤄낼 수 있느냐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정부의 역할과 정책의 급격한 변화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꾸준히 강화되고 집중되면서 오히려 혁신생태계의 조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감한 정부개혁 없이는 멀지 않은 미래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낙오자가 되면서 성장이 멈추고 양극화가 심화되며 일자리 문제가 극심하게 악화될 우려가 높다. 그동안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던 기능을 하루빨리 중간기구 혹은 시민사회, 지방정부, 시장, 국회 등으로 분산시키면서 동시에 개방형 국가인재관리 제도를 도입하고 중앙정부의 전략·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상에서 제안한 바와 같이 협력적 정부, 혁신적 정부, 전략적 정부를 만들어서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은 다소 과격해 보일 수도 있으나 이러한 고강도의 정부개혁 없이는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로의 대전환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제안한 방안들도 당연히 여러 가지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보다 세밀한 개혁의 디자인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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