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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에서 경제학의 역할
인소영 스탠퍼드 프리코트 에너지연구소 책임연구원 2021년 07월호


2006년 「스턴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현상이자 장기적 문제인 데다가 그 여파가 지속적이고 비가역적이며,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에 인류가 직면한 다른 문제에 비해 그 해결이 더욱 어렵다. 부언하자면 전 지구적 현상이기 때문에 외부경제로 인한 무임승차의 문제가 존재하며, 기후변화의 효과가 지역 간, 계층 간 상이하게 나타나는 분배의 문제도 있다. 즉 「스턴 보고서」가 지적한 기후변화의 특징에는 외부효과, 불확실성, 분배 등 경제학자들이 천착해 온 중요한 주제들이 망라돼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학제 간 협력, 특히 경제학(자)의 역할을 강조한 윌리엄 노드하우스의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업적도 넓은 범위에서 본다면 ‘의도하지 않은 인간 행위가 장기 성장과 후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성장론 연구로 볼 수 있다. 이 주제는 자연스럽게 경제발전, 경제활동과 에너지 소비, 불확실성, 외부효과, 환경을 고려한 경제·회계 등 경제학의 여러 분야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경제학자 사이에서 기후변화는 주로 이공계 과학자들의 연구 분야이며 먼 미래에 대한 연구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이 글에선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경제학(자)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상기시키고자 탄소세, 기후리스크, 기후금융 등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기후변화와 거시경제 간 상호작용 설명하는 모형 불완전
기후변화 대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다수의 경제학자는 탄소가격 또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SCC; Social Cost of Carbon)을 꼽을 것이다. 2021년 6월 기준 28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해 3,589명의 경제학자가 서명한 기후 리더십 위원회(Climate Leadership Council)의 기후변화에 대한 경제학자 성명서는 탄소세가 규모와 속도 측면에서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편이라 주장한다. 이처럼 다수의 경제학자가 탄소세를 지지하고 있지만 제도 실행 측면에서 탄소세를 얼마나, 어떻게 부과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얼마의 탄소세를 부과할 것인가는 탄소가격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탄소가격은 대기에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경제와 생태계에 미치는 효과를 화폐 단위로 표시한 것으로, 통상 통합평가모형(IAM; Integrated Assessment Model)을 이용해서 계산한다. 문제는 기후변화의 효과 측정이 불확실한 것과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배출량 예측 → 기후에 미치는 영향 계산 → 경제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계산 → 영향을 할인율을 이용해 현재 가치로 계산’ 등 각 단계마다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탄소가격의 추정치 분산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할인율이나 지역 단위에 따라 값이 크게 변할 수 있다.
노드하우스의 2013년 논문은 기온 상승을 2.5도 이내로 막기 위해 필요한 탄소가격을 보여 주는데, 연구들의 평균값을 보더라도 2030년에는 톤당 50달러를 상회하는 탄소가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급격한 탄소세 부과는 경제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일단 탄소세를 낮은 수준에서 부과하고 점차 인상해 나가며 재생에너지 개발에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이 다수의 학자가 주장하는 바다.
할인율, 외부효과, 연구개발(R&D)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은 경제학자들이 줄곧 연구해 온 분야다. 적절한 탄소가격의 추정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관련해서 경제학자들의 참여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영란은행 총재를 역임한 마크 카니는 기후변화의 여파로 자산가격이 급격하게 변화할 경우 탄소집약도가 높은 활동에 의존하는 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그 결과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는 ‘기후 민스키 모멘트(climate Minsky moment)’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구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저탄소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 잠재된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이를 고려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며 대처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는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시산한 뒤 개별 산업, 금융기관 순서로 분석하는 하향식 방식, 개별 금융기관에 먼저 초점을 맞추는 상향식 방식이 있는데, 가용한 데이터·모형 여부에 따라 접근방법이 상이하다.
그러나 기존 금융권에서 행했던 통상적인 스트레스 테스트와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먼저, 분석 목적에 적절한 수준의 자세한 데이터가 아직 부족한 상태다. 예를 들어 산업별, 신용등급별 기후 위험에 대한 노출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상품 단위의 주식·채권 보유 관련 데이터가 확보돼야 하며 동시에 탄소 위험 노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둘째, 거시경제, 금융시스템, 기후변화와 환경정책 간 동태적 상호작용을 포괄하는 지난한 모형화 작업 또는 이 작업을 우회하기 위한 단순화 가정이 필요하다. 달리 표현하면 현 단계에서 만족할 정도로 기후변화 부문, 거시경제 부문 그리고 두 부문의 상호작용을 만족스럽게 묘사하는 모형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녹색금융협의체(NGFS)의 2020년 보고서는 현 단계에서 불만족스러운 단일 모형보다는 여러 모형을 내적으로 일관성 있게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노드하우스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공로 중 하나인 IAM에 기반한 모형들 그리고 거시경제학의 동태적·확률적 일반균형(DSGE; Dynamic Stochastic General Equilibrium) 모형 방법론을 이용한 모델링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으나 여전히 기후변화 관련 자연과학적 연구들을 어느 수준까지 추상화해서 모형에 담을지에 대한 문제, 기후변화 효과의 분배적 특성을 고려한 이질적(heterogenous) 경제주체 모형화 등 모형 관련 연구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경제정책 연구 긴요
기후변화 대응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민간 분야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것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환경적 측면을 고려한 투자가 실제 재무적 성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확실한 근거와 합의가 없어 민간 부문의 투자가 더딘 상태다.
학계에서는 기업의 ESG 성과를 비재무적 성과로 보는 기존의 입장과 달리 기업의 사회, 환경 등에 대한 기여도가 재무적 가치를 지니는 변수들을 선별해 투자를 결정하는 개념을 도입, 민간 분야의 인센티브 측면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ESG의 재무적 가치에 대한 많은 실증적 연구가 진행 중이나 표본, 분석기간, ESG 성과 측정 기준, 방법론 등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보고하고 있어 ESG 성과와 재무적 성과와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ESG 성과가 어떤 기제를 통해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지, ESG 성과가 높은 기업들의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과 함께 2025년까지 총 100조 원 규모의 디지털 및 그린 뉴딜 분야 기업에 대한 대출, 투자, 보증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탄소배출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대응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를 늦게 시작했다는 점, 석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좌초자산의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점, 국경 간 탄소조정(BCA; Border Carbon Adjustment)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부뿐 아니라 기업, 소비자 모두의 적극적인 대응과 협조가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나라 경제학 분야에서도 정부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거시변수 예측 모형 개선, 탄소세 수입을 고려한 최적 재정정책, 기후리스크를 고려한 통화정책, 거시건전성 정책, 기후변화의 분배적 측면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 본 원고는 한국경제학보 2021년 28권 1호에 게재된 인소영, 박기영(2021) 「기후변화의 경제학」의 일부를 바탕으로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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