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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라이브’로 소통하는 쇼핑, 라이브커머스 전성시대
임지영 칼럼니스트 2021년 07월호


세상에 아이폰도 없고 인스타그램도 없고 쿠팡도 없던 시절, 침대에 누워 하루에 1시간 정도 꼬박꼬박 홈쇼핑을 시청하곤 했다. 홈쇼핑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쇼호스트가 나와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형식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가끔은 게스트와 쇼호스트의 시연을 보고 호기심에 상품을 주문하기도 했다. 필요한 상품이 아닌 경우가 더 많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실컷 홈쇼핑을 시청한 나는 브라운관을 통해 그들의 수다에 동참한 즐거운 참여자였으니까. 그들이 홍보하는 상품에 마음이 기우는 건 시간문제였던 거다. 그 시절 홈쇼핑은 채널을 돌릴 수 없을 만큼 충격적으로 재미있었다. 그때 산 물건들은 언제, 어떻게 사용하다 폐기 처분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홈쇼핑을 보던 순간 내 몰입도만큼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론 홈쇼핑을 끊고 잠시 ‘핫’했던 해외 직구에 빠져들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라이브커머스 열풍이 불붙기 시작하면서 다시 홈쇼핑을 ‘덕질’하는 마음으로 라이브커머스 방송들을 훑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뉴노멀’ 쇼핑
라이브커머스는 라이브스트리밍과 이커머스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 라이브나 유튜브 라이브 등에 익숙한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의 필요에 의해 생긴 새로운 쇼핑 방식이다. 상품을 판매하는 도중 이용자들과 실시간 채팅을 통해 ‘라이브’로 소통한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판매자는 휴대전화에 특화된 타이트한 앵글과 방송 화면으로 상품판매를 진행하고, 소비자는 실시간으로 댓글을 남긴다. 홈쇼핑이 TV채널이라는 제한된 접근을 취했다면, 라이브커머스는 모바일로 자유로이 접속할 수 있어 접근성이 훨씬 뛰어나다.
기존 홈쇼핑에선 볼 수 없던 ‘탈방송’의 친근함과 현실감은 라이브커머스가 지닌 매력이다. “어떤 소비자가 새로 나온 청바지에 관심을 가질 때, 라이브커머스는 실제 핏감은 어떻고 재질은 어떤지 그리고 어떤 상의나 아우터와 코디하면 어울리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한 쇼핑채널의 라이브커머스 방송 프로듀서는 말한다. 이 과정에서 판매자가 단골 시청자의 아이디를 불러 인사하고, 제품과 아무 상관없는 일상적 질문에도 답하고, 심지어 다른 시청자가 또 다른 시청자의 질문에 답변을 대신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실시간 소통은 홈쇼핑이 제공하던 ‘간접 체험 효과’ 그 이상이다. 이용자들의 만족감은 물론, 구매 전환율도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택트 경제가 일상화되면서 라이브커머스의 인기는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뉴노멀’ 쇼핑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시장에서 라이브커머스가 적극 도입돼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9년부터 성장하기 시작한 중국의 라이브커머스 산업은 ‘온·오프라인과 실물소비’라는 디지털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며 최근 1~2년 사이 괄목상대할 성장을 이뤘다. 2020년의 라이브커머스 전자상거래 이용자 수는 약 3억8,800만 명으로, 전체 전자상거래 이용자의 66.2%를 차지했다. 판매하는 상품도 간단한 생필품부터 자동차, 부동산, 로켓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2020년 기준 중국 라이브커머스시장의 규모는 9,610억 위안, 약 164조6,500억 원에 달한다.
국내시장은 어떨까. ‘그립’ 등 라이브커머스 전문 플랫폼은 물론 네이버·카카오 등 IT 플랫폼에서부터 신세계·CJ·롯데 등 유통 업체, 배달의민족 등 배달 전문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업계를 불문하고 앞다퉈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선두주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다. 네이버의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2020년 3월 베타서비스를 출시한 이래 현재까지 누적 시청횟수 1억7천만 뷰를 돌파했고, 지난해 5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의 ‘카카오 쇼핑라이브’는 누적 시청횟수 5천만 뷰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배달앱 최초로 라이브쇼핑서비스를 시작하며 첫 방송 한 달 만에 평균 시청자 수 4만 명을 넘어선 배달의민족의 선전도 라이브커머스의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주 시청자는 2030세대로, 퀴즈쇼와 먹방, 사장님 스토리 등 배달의민족의 강점을 극대화한 방송 콘텐츠 구성, 방송 중 구매한 상품권으로 곧바로 음식을 주문하는 이벤트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MZ세대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가 많았다는 평이다.

다양한 포맷과 콘셉트, ‘재미’와 ‘소통’이라는 공통분모 
제품의 이미지로 승부하던 시대를 지나 비하인드까지 탈탈 털어 재미있는 스토리로 구성해야 팔리는 시대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국내 라이브커머스시장 규모를 거래액 기준 약 4천억 원으로 추산했다. 또한 2023년경이면 거래액 10조 원가량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2019년 6대 홈쇼핑사의 총매출이 5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 온 것이다. 중소 규모의 쇼핑 플랫폼 역시 앞다퉈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라이브 송출과 실시간 응답이 가능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로 연결만 가능하다면 언제 어디서나 멍석은 깔 수 있는 셈이다. 라이브커머스는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엔터테인먼트의 기능을 하지만 동시에 제품 구매의 유용성 면에서도 확실한 장점이 있다. 방송 채널 중에는 〈6시 내고향〉 같은 콘셉트도 있고, 말쑥한 정장 차림의 진행자가 나와 제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제법 세세하고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있다. 포맷이 무엇이고 지향하는 콘셉트가 무엇이든 제품 스토리를 구구절절 풀어낸다는 점에서는 같다. 자꾸 지갑이 열리는 건 눈앞에서 쇼호스트의 설명을 듣는 것 같은 장치를 통해 다각도로 소비를 자극하는 라이브커머스의 특징 때문이다.
기사를 쓰기 위해 하루 평균 한두 시간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시청했다.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라이브커머스에 소비하는 이용자가 많으리란 사실보다 더 놀라운 것은
1시간짜리 잡담을 동반한 소통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그것을 시간 낭비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라이브커머스로 소통하며 소비가 일상이 되고, 소비를 전제로 한 소통이 놀이가 되는 시대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소통하는 라이브커머스가 온라인 유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비자의 피드백이 활발하게, 실시간으로 직접 전달되는 새로운 소비생태계, 바야흐로 라이브커머스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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