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역시 바다가 진리다. 눈부시게 푸르른 바다와 뭉게구름 뜬 하늘을 가로지르는 수평선의 질주. 새하얀 물보라가 부서지는 파도의 일렁임. 은빛으로 빛나는 백사장의 모래알. 상상만 해도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코로나19 탓에 해외여행이 힘든 요즘, 외국의 어느 해변을 보는 듯 이국적인 양양의 해변으로 달려가 보자.
몇 년 사이에 해변의 풍경이 확 바뀌었다. 해변을 끼고 이국적인 빈티지 서핑 숍이 이어진다. 가게 입구에는 형형색색의 서핑보드가 손님을 맞이하듯 서 있다. 흥겨운 레게리듬이 흐르고, 야외 오픈 바에서는 커플들이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킨다. 청춘들은 삼삼오오 래시가드를 입은 채 서핑보드를 옆에 끼고 거리를 오간다. 그늘 밑 해먹에 누워 단잠에 빠진 사람들은 여유롭기 짝이 없다. 한낮의 태양이 지고 밤이 돼도 열기는 이어진다. 파도와 하나가 돼 온몸을 던진 서퍼들이 밤 산책을 나온다. 바비큐와 해산물의 향연, 리드미컬한 남국의 음악, 일렁이는 젊음의 물결. 외국의 해변 휴양지에서나 봄직한 풍경이다.
서핑, 해변의 풍경을 바꾸다
이곳은 다름 아닌 양양의 죽도해변이다. 여름 한철 북적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사계절 내내 사람들이 찾는 해변이 되기까지는 ‘서핑’의 위력이 컸다. 대나무가 많은 섬을 의미하는 죽도를 접하고 있어 죽도해변으로 명명된 이곳이 서핑 명소가 되기까지 일등 공신은 자연환경이다. 방파제와 죽도가 해변을 안고 있어서 서핑에 최적의 파도를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바람이 많고 수심이 얕은 해변이 서핑에 안성맞춤. 수심이 얕을 때 작은 바람에도 적절한 파도가 자주 발생한다.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집채만 한 파도는 아니지만, 초급자와 중급자 모두가 역량껏 파도를 즐길 수 있다. 서핑에 알맞은 파도와 더불어 아름다운 주변 풍경까지 가세했다. 덕분에 죽도해변은 서퍼들의 성지로 통한다.
하조대 서피비치도 서핑 바람을 타고 떠오르고 있다. 군사보호 지역으로 40년간 묶여 있다가 몇 년 전 민간에 최초로 빗장을 풀었기에 청정환경은 보증수표다. 하조대 내 1km 서핑 전용 해변이 지정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서로 부딪힐 염려가 없다. 하조대해변은 주변에 섬이 없어 파도가 깨지지 않고 고르게 밀려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다양한 메뉴의 푸드트럭과 맥주 컨테이너, 캠핑 카라반 시설까지 서핑 여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서핑의 매력이 무엇일까. 서핑은 파도가 깨지기 직전, 밀려드는 파도를 골라 타고 균형을 잡는 ‘찰나’의 스포츠다. 온몸으로 부딪히는 파도의 살결을 느끼고 그 위를 날아가듯 보드를 타고 뛰어넘는다. 사람 키 이상의 오버헤드급 파도가 들어오면 시속 50~60km의 속도를 내는데 그 짜릿함은 상상 이상이란다. 몸에 멍이 들 정도로 파도에 속수무책인 익스트림 스포츠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탈 수 있는 것도 서핑의 매력이다. 한 번도 서핑을 경험하지 못했는가? 도전할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양양의 죽도해변이나 하조대 서피비치 서핑 숍을 방문해 보자. 친절한 서핑강사들이 서핑의 A부터 Z까지 알려줄 것이다. 코로나 시대, 거리두기가 가능한 야외에서 즐기는 최적의 해변 스포츠가 될 것이다.
해변 캠핑의 낭만은 이곳에서
바다에서 서핑이나 해수욕을 즐기고 해변에서 캠핑한다면 어떨까. 코로나19로 여행문화가 바뀐 요즘, 일반 숙박업소가 아닌 캠핑장에서 가족 단위로 오붓하게 지낼 수 있기에 더욱 좋다. 양양에서 서핑과 캠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세 곳을 소개한다.
우선 양양에서 서핑 숍이 제일 먼저 들어서기 시작했고 현재도 그 수가 가장 많은 죽도해변이다. 수심이 깊지 않아 서핑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들과 가족 단위 서핑객이 많이 찾는다. 해변에 인접한 오토캠핑장은 사이트 바로 옆에 주차가 가능해 각종 캠핑 장비를 신속하게 이동·구축할 수 있어 편리하다. 캠핑 장비가 없다면 모든 시설이 갖춰진 캠핑 카라반을 이용해 보자. 죽도해변에서 해수욕이나 서핑을 즐긴 다음 캠핑장으로 와서 젖은 몸을 씻고 쉴 수 있어 동선이 편리하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인구해변도 가볼 만하다. 죽도해변에서 죽도암을 지나 걸어서 갈 수 있다. 특별히 인구해변의 여러 가게가 힘을 합쳐 이곳에 ‘양리단길’을 조성했다. 서울에서 직통버스를 운행하고 낮에는 서핑 강습, 밤에는 숙소 제공과 바비큐 파티, 밴드 공연으로 원스톱 서핑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패키지가 마련돼 있다. 감각적인 서핑 숍과 이국적인 맛집, 분위기 좋은 카페, 독특한 가게가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서핑 로드로 활기차게 변신 중이다. 인구해변에는 소규모 야영장시설이 마련돼 개수대와 샤워장,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해변이 넓지 않아 캠핑 카라반 시설은 없다.
양양에서 제일 뜨는 서핑 포인트인 하조대 서피비치는 동남아 어느 해변 풍경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하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지금, 남국의 바다로 휴가 온 기분을 느끼려면 이곳이 제격이다. 서피비치에서는 서핑 체험 패키지와 패들 보드 이용권, 펍과 라운지 바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시설을 운영한다. 이용권을 온라인으로 예매하거나 현장에서 구매한 후 입장할 수 있다. 굳이 서핑하지 않더라도 비치 바에서 칵테일을 주문하고 선베드에 누워 여름 바다를 즐길 수 있어 해외여행이 부럽지 않다. 하조대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캠핑카 사이트가 있다. 미국 본토에서 직수입한 럭셔리 트레일러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카라반 안에는 원목 씽크대와 거실 가구, 침대와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 카라반 앞에는 그릴과 해먹, 테이블이 있어 바비큐하기 좋다.
바다를 관조하는 곳, 죽도정과 하조대
열정적인 서핑 타임 이후 바다의 내면을 관조하며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죽도 산책로로 향해 보자. 죽도는 섬 둘레가 1km 남짓 되는 작은 섬이다. 사시사철 송죽(松竹)이 울창해 죽도라 한다. 이곳에서 대나무보다는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섬을 지키고 있다. 정상부에는 자그마한 정자인 죽도정이 있다. 죽도정으로 가는 길에 바위를 따라 조성된 철재 산책로 양쪽은 파도가 깎아 만든 각양각색의 바위 진열장이다. 예술가의 창의적인 손길로도, 기술자의 섬세한 손놀림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위가 들쑥날쑥 길을 막아섰다가 다시 길을 내어준다. 바위 구경이 끝나고 계단을 걸어 정자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인다. 푸른 바다 위로 점점이 떠 있는 어선과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의 모습이 여유롭다. 저 멀리 파도를 가르며 질주하는 서퍼들의 향연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