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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주의는 고령화사회의 적이다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2021년 07월호


연령주의(ageism)는 노인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연령을 기준으로 능력과 태도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연령주의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며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되게 인식하는 것임에도 우리 사회에 심각하게 만연해 있다.
연령주의는 비노인층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노인층에서도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령주의는 노인(고령자) 차별, 비하·혐오, 학대, 회피 등 많은 사회문제를 자아내며, 연령주의가 가장 대표적으로 반영된 것은 바로 정년(퇴직)제도다.
연령주의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연령증가에 따라 생산성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생산성에 연령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 특성(개인차)의 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 과학적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개인 특성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직업능력이나 생산성을 유지·향상시켜 온 정도를 말한다.
즉 연령주의에서는 생산성을 좌우하는 지능, 기억력, 학습능력이 나이 들수록 떨어진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성인 지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결정화(結晶化) 지능은 생후 교육, 훈련 및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으로 귀납적 추리력, 어휘력 및 언어적 의미 이해, 종합적 판단력 등이다. 결정화 지능은 나이 들수록 그리고 학습 노력이 많을수록 점점 더 높아진다. 기억력도 훈련하면 유지·증진이 가능하다. 학습을 주관하는 뇌 기능도 배우려 노력하면 새롭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이 들어 머리가 둔해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려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머리가 둔해진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 의지와 노력 정도는 연령과 거의 관계없다. 결국 생산성은 연령보다는 개인 특성의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퇴직 여부 결정 요인은 연령이 아니라 개인 특성, 즉 개인 능력이 돼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연령주의를 배격하는 의미에서 정년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은 1986년에, 뉴질랜드는 1999년에, 호주·캐나다·영국 등은 2000년대에 정년을 폐지했고, 정년을 폐지하는 국가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노동시장의 일자리가 한정돼 고령층이 퇴장하지 않으면 청년층이 들어갈 수 없다는 주장도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맞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고령자 일자리가 증가하면 청년층 일자리도 증가하는 상생의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에 세계 최고속 수명연장이 진행되는 고령화사회 한국에서 60세 이상 인구는 2050년이면 거의 5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년 60세를 넘어 일하고자 하는 고령자 대부분이 고용절벽을 넘어 겨우 만날 수 있는 것은 연령차별 속의 질 낮은 일자리 아니면 임시 일자리가 고작이다. 60세 정년은 60세 이상을 사실상의 노인인구로, 피부양인구로 만들고 있다. 이 많은 피부양인구를 끝없이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현재의 15~59세)가 어떻게 부양할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는 급속하게 다가오는 고령화사회에 대응해 60세 이상을 새로운 성장동력(생산가능인구)으로 삼을 장기적 계획, 즉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등을 확실히 수립해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년제도를 하루아침에 폐지할 수는 없기에 정년을 일단 상향 조정한 후 빠른 시일 내에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근로자에게 계속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더불어 능력주의 인사제도를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년 폐지는 인권보장의 중요 대책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고령화사회로의 발전에 가장 큰 적이 되는 연령주의를 하루속히 배격하지 않는다면 고령화사회는 큰 재앙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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