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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변화의 현장을 가다
오송과 바이오가 만나다
이지은 『나라경제』 편집장 2021년 07월호


우리나라 지역경제 발전 경로는 국가 주도 산업화에서 시작됐다. 지역경제의 중추 역할은 지역에 특화된 산업이 수행해 오고 있다. 그런데 산업화에서 정보화·지능화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지역별 성장은 차이가 확연하다. 상당수 지역은 산업화 이후 단계로의 이행이 정체되며 인구감소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나라경제』는 지역경제의 전환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초점을 맞춰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현장을 발굴해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지역의 내생적 발전’, ‘지역상생’의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부상한 것도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한 계기가 됐다.

대한민국 보건의료산업의 허브, 오송
1990년대 이래로 정부는 기술 개발과 제품 생산, 비즈니스 서비스 등이 한곳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해 운영해 왔다. ‘대한민국 보건의료산업의 허브’를 표방하는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오송첨복단지)도 그중 하나로, 바이오 분야의 핵심시설이 한곳에 구축돼 있다. 오송첨복단지에는 기업, 연구소, 지원기관이 모여 있고 실험과 제품 생산 등의 전 과정이 총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여 있어 좋은 점은 기술이나 인력, 장비 인프라에 대한 지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질병관리청 외 다수의 보건의료 국책기관이 소재하고 있어 바이오 신약 연구결과의 임상 진입과 인·허가를 위한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 개별 회사가 모든 장비나 설비를 다 갖추고 있기는 힘든데, 정부기관의 첨단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러한 집적 이득으로 인해 많은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연구기관이 속속 자리 잡았다. 현재 약 34만 평의 부지에 126개 기업·기관 등이 모여 있다. 입지환경이 좋기 때문에 단지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높은 경쟁과 사전검증을 거쳐야 한다. 한편 충청북도는 도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규제개혁위원회와 협의해 이를 해결해 주는 일도 한다. 최근 오송 내 바이오 회사 20~30개가 모여 협의체를 구성했는데, 이들은 도내 과제 참여 기회를 우선 제공받고 각 회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협의체 내 교류 등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
첨단의료, 바이오, 생명공학 등 어렵게만 느껴졌던 영역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 전반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활발히 나서며 백신 생산 능력이 뛰어난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위탁생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주목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큐라티스다. 우리도 세계에 내놓을 만한 코로나19 백신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기대 속에서 백신 개발 전문회사와의 만남은 새로운 희망을 갖게 했다. 

백신 전문 기업, ㈜큐라티스를 만나다
㈜큐라티스는 2016년 7월 15일 설립된 백신 전문 기업으로, 주력 품목은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이다. 결핵은 세계 10대 감염병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천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연간 약 2만여 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해 OECD 34개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유일한 결핵백신은 BCG로 효능 지속기간은 영유아기 접종 후 약 10년이라는 분석이다. 접종 후 약 10년이 경과하면 예방효과가 급감하는 특성이 있어 BCG 백신을 보완할 수 있는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 개발이 필요하다. ㈜큐라티스가 개발하고 있는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은 지난 5월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했고, 올 하반기 후기 임상 진행을 거쳐 2025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약 개발과 마찬가지로 백신 개발도 통상 15~20년이 소요된다. 우선 어느 감염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할지 목표를 설정하는 데서 백신 개발은 시작된다. 다음은 항원 및 면역증강제 발견 단계다. 항원 외에도 항원을 항원전달세포까지 전달하고 항원전달세포를 활성화하는 면역증강제를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 이렇게 개발된 백신은 동물과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치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상업화를 위한 생산기반 및 제품 허가 취득[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인증 및 품목 승인]이다. 코로나19의 경우 단 1년 만에 백신이 상용화됐는데, 백신으로 인한 혜택이 위험성보다 훨씬 크다는 판단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매우 예외적으로 신속히 처리한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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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조관구 ㈜큐라티스 대표



우리 제약 기업의 백신 개발·생산 역량을 어떻게 보나?
국내 백신시장은 2019년 약 6,200억 원 규모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1% 성장했다. 하지만 국가필수 예방접종 백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급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백신시장은 화이자, GSK 등 4개사가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백신은 임상시험에 큰 비용이 소요돼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로 국가의 보건복지 경쟁력 개발과 대량생산 인프라 구축을 통한 자급능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백신 생산 관련 노하우 및 시설 측면에서 국내 기술은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오랜 기초연구를 통한 신규 플랫폼 기술에 기반해 허가되는 제품의 개발 역량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하다. 기초 기술 개발에 대한 보다 많은 투자 및 경험 축적이 필요하다. 최근 다수의 기업이 백신·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고 정부 차원의 지원 등으로 개발 환경 및 역량이 상당부분 개선되고 있다. 국내 다수 기업이 개발을 위한 임상을 진행 중에 있는 만큼 머지 않아 국내 개발 백신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효과적인 결핵백신이 아직 없다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가?
기원전 7천년경에 만들어진 미라에서도 결핵이 발견된다. 인간의 몸속에서 수만 년을 진화하다 보니 결핵은 인간의 면역체계를 다 파악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면역체계가 이렇게 고도로 발달된 가장 큰 이유는 결핵이다’라는 말까지 한다. 결핵균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초강력 균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매년 15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코로나19는 2주 안에 눈에 띄지만, 결핵은 눈에 안 띄고 천천히 돌아다니며 감염시킨다. 과학자들이 100년 전쯤에 BCG라는 것을 개발했지만 BCG를 접종해도 10~15세가 넘으면 급격히 감염률이 올라가 청소년·성인 대상의 백신이 필요해진다. 전 세계에서 30년 전부터 새로운 결핵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제 나올 때가 됐다.

결핵백신 개발에 뛰어든 계기는?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결핵백신은 초기에 빌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은 미국의 작은 비영리기구에서 시작했다. 후기에 상업화나 자금 문제로 당시 연구에 함께 참여했던 연세대가 연구를 이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연세대는 백신을 개발할 회사를 만들었고 그것이 ㈜큐라티스가 됐다. 그때부터 경영자로 참여했다. 초기 도입 기술은 지금 우리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가 세계 최고다. 뉴욕타임스에서 “코로나 시대에 더 위험한 것은 결핵이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코로나 광풍은 2~3년이면 없어질 테지만, 결핵은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발병률, 사망률이 22배나 높다. K방역, K메디컬은 세계 최고인데 결핵으로만 보면 후진국이다. 처음 글로벌 백신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할 때 ‘백신주권을 위해선 한국에 공장을 지어야 하고 우리 기술로 국산화해야 한다’고 다짐했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큐라티스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공정에 차별점이 있다. 바이오는 공정 관리가 어렵다. 일반 상용화를 위해선 연구소 공정 외 별도의 능력이 필요한데 그것만도 5년이 걸린다. 임상 개발 능력도 필요하다. 벤처들은 주로 초기 연구개발을 해서 기술을 파는 형태가 많다. 기술이 제품화되려면 비임상·임상 단계를 거쳐 생산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대체로 이 부분이 굉장히 약하다. 우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보다 규모는 작지만 그런 기술들을 도입해 직접 개량하고 제품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과감하게 투자를 유치해 지난해 8월 최첨단 공장을 오송에 완공했다. mRNA백신의 DNA 템플릿 생산, mRNA 합성, LNP 생산, 완제품 생산 및 포장에 이르는 전 공정을 한곳에서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cGMP 자동화 라인을 보유했다는 점이 큐라티스만의 큰 차별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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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백신 자급화에 적극 나서면서 백신 개발을 위한 R&D 투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기술력은 있으나 연구개발비가 부족한 수많은 벤처기업이 있다. 백신 기술 개발의 높은 실패위험을 감안해 성실실패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장기간 지원을 통해 기술 개발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망한 바이오 벤처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장기간 대출이 가능하도록 실질 임상비용 지원, 생산시설 구축 등의 투자 지원, 연구인력 확보 등의 정책이 지속돼야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백신 허브 지원 TF’의 정부, 대기업, 벤처기업 간 상호협력 활동이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오송의 산업현장 그리고 기업활동을 통해 『나라경제』가 보고자 했던 것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린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이었다. 그 모델의 형태는 지역이 주체가 돼 선순환 사이클이 작동되는 지역공동체일 수도 있고, 지역에서 새로운 소득원과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들을 불러들이는 형태일 수도 있다. 혹은 생태나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꾀하면서 상생하는 비즈니스도 가능할 것이다. 오송에 자리 잡은 첨단의료복합단지가 해외에서 벤치마킹하는 대표적 클러스터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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