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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크게 멀리 가고 싶으면 스타트업에서 먼저 경험하길”
임정욱 TBT 공동대표 2021년 08월호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주로 젊은 세대를 먼저 파고든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 이상 세대는 아무래도 스타트업의 주 고객층이 되기 쉽지 않다. 그런데 발상을 전환, 4050 여성들의 불편을 해결해 폭풍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퀸잇’이라는 모바일 패션쇼핑앱 서비스를 내놓은 라포랩스다. 지난해 5월 회사를 설립해 10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출시 10개월 만에 앱 다운로드 수가 160만 회에 이르며 매달 두 배 이상 성장해 올해 거래액 700억 원을 바라보
고 있다. ‘한국의 중년 여성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비전을 가진 라포랩스의 창업자 홍주영, 최희민 대표를 만났다.

로스쿨·대기업 나와 스타트업으로…
‘학교’로 선택한 그곳에서 기업의 생장 배워

서울대 경영학과 08학번인 홍주영, 최희민 대표는 학창시절 단짝 친구였다.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2012년 대학재학 시절 ‘비즈톡’이란 이메일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취업준비생과 대학생을 겨냥해 경제, 비즈니스 뉴스를 큐레이션해서 보내주는 서비스였다.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시도해 구독자를 무려 10만 명까지 늘렸다. 그런데 그것이 한계였다. “돈을 벌 방법이 없었습니다. 영속적으로 사업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큰 시장을 겨냥하고 돈 버는 사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첫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창업의 짜릿함을 느꼈다. 그리고 부족한 역량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기술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부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선택했다. 그 덕분에 지금도 홍주영 대표는 직접 코딩을 하고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계속 창업에 도전했던 홍 대표는 창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자 로스쿨에 진학했다. 최 대표는 SK텔레콤에 입사해 모바일서비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로스쿨이 적성에 맞지 않아 한 학기만 다니고 나왔다. 둘은 창업에 필요한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기업보다는 좋은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배워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홍 대표는 어웨어라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한국시장 담당자로 입사하고, 최 대표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하이퍼커넥트라는 스타트업을 선택해 입사했다.
이들이 기대했던 대로 스타트업은 창업사관학교였다. 홍 대표는 어웨어의 한국지사를 맡아 사무실을 계약하고, 직원을 채용하고, 월급을 지급하는 등 스타트업 창업자처럼 일하는 경험을 1년 넘게 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와 조직문화도 배울 수 있었다. 최 대표는 하이퍼커넥트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영상채팅앱 ‘아자르’의 글로벌 사업개발을 맡아 회사의 폭풍성장에 기여했다. 홍 대표도 어웨어를 나와 하이퍼커넥트에 들어갔고 ‘하쿠나’라는 새로운 라이브 영상서비스를 맡아 성장을 이끌었다. 이번에는 최 대표가 토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로 이직했다. 그리고 토스의 핵심 기능을 기획·개발하는 일을 맡아 활약했다. 이들이 ‘학교’로 선택한 두 스타트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하이퍼커넥트는 지난 2월 미국의 매치그룹에 무려 1조9천억 원에 인수됐다. 토스는 이제 8조2천억 원 기업가치의 인터넷은행으로 성장했다.
2020년 초 둘은 “이제 때가 됐다”며 퇴사를 결심한다. “스타트업에서 어떻게 제품을 만들고 성장시키는지 어느 정도 경험을 해보고 이제는 직접 해봐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창업할 즈음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상이 뒤집혔지만 그들은 오히려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창업 아이템을 정하는 것이었다. 둘은 그간의 연이은 창업 실패로 시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홍 대표는 “아주 크면서도 또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그러면서도 경쟁 강도는 약한 곳을 찾았다”고 한다.
요즘은 조금이라도 기회가 있는 시장이 보이면 수많은 스타트업이 나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다. 과연 그런 매력적인 시장이 남아 있을까 싶었다. “결국 글로벌 진출을 하거나 시니어시장을 겨냥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어머니 쇼핑 도우며 얻은 아이디어로
4050 여성 패션쇼핑앱 ‘퀸잇’ 선보여

처음에는 인도시장 진출을 고민하다가 시니어들이 이용하는 오프라인 문화센터를 온라인 플랫폼화해 보기로 했다. ‘동네의 발견’이란 취미앱을 한 달 만에 만들어 내놨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 의외의 포인트에서 창업아이디어를 얻었다. 50대인 최 대표 어머니 덕분이었다. “코로나19로 백화점에 가기 어려워진 어머니가 인터넷에서 옷을 자주 사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의 온라인 쇼핑을 도와드리면서 50대 여성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느끼게 됐습니다.” 기존 패션앱들
과 쿠팡, 네이버 등은 젊은 여성을 겨냥하고 있어 중년 여성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찾기 어려웠다. 또 중년에게 인기 있는 백화점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이나 온라인서비스들은 PC화면에 최적화돼 있어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했다.
여기에 기회가 있겠다 싶어서 본격적으로 리서치를 시작했다. 최 대표가 토스에서 일하며 배운 고객조사와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적용했다. 당근마켓 등에 광고를 내서 40~50대 여성 100명 이상을 모았다. 30분에서 1시간씩 인터뷰를 하며 그들이 온라인에서 옷을 사며 겪는 불편함에 대해서 조사했다. “40~50대 여성이 좋아할 만한 옷들을 편리한 모바일 디자인의 쇼핑몰에 담아서 판매하면 좋겠다는 가설을 세우고 한 달 만에 앱을 만들어서 출시했습니다.” 휴대폰 번호만으로 회원 가입과 로그인이 되도록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었다. 큼직한 글씨와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중년 여성들이 모바일에서 가장 많이 검색하는 브랜드들을 우선 입점시켰다.
예상은 적중했다. 중년 여성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내놓으니 “백화점에 갈 필요가 없다”는 찬사와 함께 입소문을 타며 퀸잇은 급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벤처투자사들이 먼저 투자하겠다고 달려들었다. 지난해 3억 원의 투자를 받아 시작했는데 올 1월 55억 원의 투자를 받고, 반년도 안 된 지난 7월 또 100억 원을 투자유치했다.
홍 대표는 젊은 창업지망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진짜 크게 멀리 가고 싶으면 바로 창업하는 것보다 스타트업에서 먼저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무조건 빨리 성장하는 회사에 들어가야 합니다.” 급성장하는 회사에서는 젊은 나이에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으며 빠르게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하지 않는 회사라고 판단하면 빨리 나오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라포랩스가 창업사관학교 역할을 시작했다. 직원 수도 벌써 60명을 넘었다. 두 창업자는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라포랩스 직원들도 회사와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출퇴근 시간, 재택근무 여부, 휴가 등을 모두 자율에 맡기는 대신 회사의 모든 정보와 목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일에 동기부여가 되도록 한다. 이처럼 성공한 스타트업이 미래의 훌륭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양성해 내는 선순환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에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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