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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1음반
더없이 깊고 감동적인 순간을 일궈내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2021년 08월호


‘태연’이라는 이름 앞에서 태연해지긴 아무래도 어렵다. 미안하다. 아재 개그의 유혹을 이겨내야 할 텐데 어느덧 40대 중반, 인생의 낙이 별로 없다.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다시 시작한다. 태연은 슈퍼스타다. 소녀시대 멤버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히트곡을 세는 것 자체가 수고일 정도로 언제나 최정상을 유지해 왔다. 나는 무엇보다 태연의 솔로 커리어가 놀랍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살펴봐도 아이돌 그룹 멤버가 솔로로 독립 혹은 솔로를 병행하면서 변함없는 인기와 찬사를 얻은 경우는 많지 않다. 심지어 어떤 측면에서 태연을 향한 평판은 소녀시대 시절을 능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당신은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은 어쩔 거냐고.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를 혹시 잊었냐고. 태연이 소속된 SM으로만 대상을 한정해 봐도 우리에게는 고(故) 종현이 있고, 태민이 있지 않느냐고. 내 변호는 이렇다. 언급한 뮤지션들 모두가 ‘위대한 예외’라는 거다. 한번 떠올려 보라. 그동안 얼마나 많은 그룹 출신 가수가 솔로로 나섰을지 대충이라도 계산해 보라.
역사란 곧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과연 그렇다. 속된 말로 ‘잘 안된’ 경우가 ‘잘 된’ 쪽을 압살한다. 잘 안됐기에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인데 현실은 잔인하다. 한겨울 냉동창고보다 더 냉혹하다. 그룹이 잘나가면 솔로로 나서도 어지간하면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따라서 태연은 이 위대한 예외 중에서도 예외에 해당하는 뮤지션이라고 할 만하다. 다름 아닌 그녀가 남긴 근사한 곡들이 이를 증명한다.
꼽고 싶은 노래가 인간적으로 너무 많다. 정규 앨범으로만 한정해도 2017년 발표한
1집 〈My Voice〉에 실린 ‘Fine’은 정말이지 환상적인 오프너였다. 드라마틱한 전개와 압도적인 가창력이 돋보였던 ‘Fire’ 역시 내 플레이리스트에 언제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곡이다. 한데 1집은 도리어 약과였다. 2019년 발표한 2집 〈Purpose〉가 소포모어 징크스 따위 비웃듯 더 크게 히트한 덕분이다.
지금 들어도 세련미 넘치는 ‘불티’와 음반 후반부에 위치한 감동적인 트랙 ‘Gravity’는 태연이라는 뮤지션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해야 할 명곡으로 인정받는다. 나는 아직도 ‘Gravity’와 ‘사계’를 야간 드라이브 중에 듣곤 하는데 온 마음을 다해 강추한다. 둘 중 ‘사계’의 경우, 태연은 툭툭 던지는 듯 무심한 가창으로 더없이 깊고 감동적인 순간을 일궈낸다. 이거 진짜 아무나 해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이 외에 EP나 싱글 형식을 통해 대중에게 사랑받은 태연의 노래는 무진장하다. 이 지점에서 기억하길 바란다. 소녀시대가 데뷔한 해가 2007년이다. 14년이 지났다. 태연이 솔로 곡을 내놓은 지도 어느덧 10년 넘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런데도 신곡을 발표하면 곧장 정상으로 치고 올라가 1위를 찍는다. 최근 태연의 신곡 ‘Weekend’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정도면 대체 그녀의 인기가 언제쯤 하락세를 탈지 궁금할 지경이다. 단,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과거와 비교해 레퍼런스가 너무 훤히 보이는 곡이라는 거다. 빌보드에서 크게 히트한 도자 캣(Doja Cat)의 ‘Kiss Me More’와 비교해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태연의 ‘Weekend’와 이 곡, 표절은 아니지만 분명히 닮았다. 심지어 뮤직비디오 콘셉트까지 영향 받은 걸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뭐랄까. 19금 노랫말을 담고 있는 ‘Kiss Me More’를 청소년 관람가로 확대하려는 게 애초의 목표였던 건가 싶다. 만약 그렇다면 슈퍼스타의 새로운 싱글치고는 다시 한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 점에 있어서만큼은 아무리 내가 태연의 팬이라도 태연해지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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