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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USMCA 딛고 글로벌 자동차 생산 허브로 발돋움
현다정 KOTRA 멕시코 멕시코시티무역관 과장 2021년 09월호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는 멕시코를 소개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다. 그렇지만 이제 멕시코는 중남미뿐만이 아닌 북미, 유럽, 아시아를 아우르는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멕시코의 ‘레벨 업’에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공로가 크다.

멕시코 손실 예상됐던 USMCA···1년 후 결과는 對멕시코 투자 가속화
USMCA가 지난해 7월 1일 발효되고 1년이 지났다. 이 협약은 발효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특히 멕시코는 이 협약의 전신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고 평가됐던 만큼 NAFTA 무효화 및 신통상체제 등장으로 가장 큰 손실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날 불확실성 증폭으로 멕시코는 역대 최고 수준의 환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공개된 USMCA의 주요 내용 중에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유도하는 조항들이 가장 큰 변화로 부각됐다.
특히 새롭게 도입된 부분 중 무관세 혜택 대상을 규정하는 세 가지 내용은 멕시코 자동차 업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됐다. 우선 완성차의 역내가치비율(RVC; Regional Value Content)은 75%로 NAFTA의 62.5% 대비 크게 높아졌다. 또한 자동차 생산용 철강·알루미늄은 70% 이상을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노동가치비율(LVC; Labor Value Content)’이라는 개념도 새롭게 도입됐는데, 요약하면 완성차 한 대에 투입되는 노동자 임금의 45%를 시간당 16달러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시간당 임금이 그 절반 수준인 멕시코에서 생산하면서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사실상 미국에 생산기지를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조항이다.
그런데도 멕시코는 USMCA 3국 중 가장 먼저 비준안을 가결했다. 게다가 상원 찬성 114표, 반대 4표, 기권 3표로 새로운 체제를 적극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멕시코 정부는 새로운 체제가 북미 가치사슬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코트라 멕시코시티무역관(이하 무역관)에서 실감하는 對멕시코 투자 전망은 ‘맑음’이다.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크게 위축된 시점에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 전 세계 3위 국가에 투자라니 너무 위험한 결정이 아닐까? 실제로 지난해는 정부가 3월 조업중단 명령을 내려 몇 달씩 생산시설 가동이 불가했고 정상화 과정에서도 노동자 감염이 발생한 시설의 폐쇄가 이어지는 등 멕시코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렇지만 지난해 멕시코의 거시경제는 안정적인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전년 대비 15% 줄어 2013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지만, 같은 해 전 세계 투자액 감소폭 35%에 비해서는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집계하는 FDI 유입 규모 국가순위가 2019년 14위에서 2020년 9위로 5계단 상승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가장 체감도가 컸던 변화는 국내 자동차 업계 바이어들의 수요였다. 멕시코에는 닛산, 폭스바겐, GM, 도요타, 기아, BMW, 아우디, 벤츠, 포드 등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사 보쉬를 비롯한 다수 메이저 자동차부품 업체가 진출해 있다. 무역관도 우리 기업이 이러한 가치사슬에 진입할 수 있도록 매년 하반기 KAP(KOTRA AUTO PLAZA)를 개최하고 비즈니스 미팅 주선도 상시 지원한다. 그런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는 다수 기업이 신규 구매나 투자를 USMCA의 결과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라며 KAP 참가를 취소해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USMCA가 발효되고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바이어들이 그간 미뤘던 투자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GM은 2023년부터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공급할 전기차를 생산할 목적으로 1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드, 닛산, 르노, 벤츠, 포르쉐 등도 지난해 멕시코 내에서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거나 추가 모델을 들여올 예정임을 발표했다. 도요타와 포드, 아우디는 USMCA를 활용해 북미 수출을 늘리고 멕시코 내수시장 점유율도 높이려는 전략으로 멕시코 생산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보쉬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0%나 감소했음에도 올해 멕시코 신규 제조라인과 디지털화 프로젝트에 최대 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 밝혔다.
한국 자동차부품 생산자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동안 무역관의 전화를 거부했던 바이어들이 새로운 생산자를 소개해 달라며 먼저 연락해 올 정도다. 단, 역내 조달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경향을 보인다. USMCA 발효를 기점으로 생산설비를 이미 북미에 보유했거나 빠른 시일 내에 북미 내에 설립할 계획이 있는 공급 업체가 아니면 미팅을 거절하는 것이다.

리스크 감수한 선제적 투자로 매력 큰 멕시코시장 선점할 필요
이러한 트렌드를 감안해 우리 기업들도 멕시코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 중인 현대제철은 올해 초 멕시코에 제2공장을 설립해 대미 수출 거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스펜션 제조사인 만도에서도 지난 3월 말, 2026년까지 총 1억3천만 달러를 투자해 멕시코 생산라인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내 생산 업체들로부터의 신규 투자 문의도 증가해 무역관은 올해 4월부터 현지 한인로펌과 투자 분야 자문 계약을 체결해 고객사 대상 무료 투자자문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와 같이 미국이 NAFTA를 무효화하고 USMCA를 주창한 초기 목적과는 달리, 멕시코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증가세다. 그렇다면 많은 글로벌 업체가 멕시코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단순한 요인으로는 USMCA에서 무관세혜택 조건을 충족하기는 매우 어려운 반면, 관세는 2%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보다 시야를 넓혀보면 멕시코는 북미뿐만 아니라 남미,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44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어 역외 수출 관세를 최소화할 수 있는 큰 이점을 가진 국가다.
관세 이외에도 멕시코는 미국의 5분의 1에 불과한 임금 수준 대비 숙련된 노동자를 공급하는 매력적인 노동시장을 갖췄고, 지리적으로도 유럽이나 다른 중남미 국가에 해상운송으로 수출하기에 유리하며, 연구개발(R&D) 거점인 미국과 국경을 접한다. 이 때문에 다수 기업이 멕시코 내 생산설비를 늘려 생산능력를 확보함으로써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고 팬데믹 이후 수요에 대비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물론 멕시코 투자가 녹록지만은 않다. 악명 높은 치안도 문제지만, 지금 산업계에서는 아웃소싱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과 전력 비용 상승 및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전력법 개정이 진행 중인 것을 주요 경영리스크로 꼽고 있다.
그렇지만 다수 글로벌 기업이 USMCA와 포스트 코로나로 인한 변화에 대비해 빠르게 신규 투자를 단행 중인 가운데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흐름에 뒤처지길 선택할 것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을 초래할지 알지 못했던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몇 개월 만에 찾아와 삽시간에 글로벌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조금 더 앞서 보고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는 레이스에서 대한민국이 선두를 차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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