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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푸른 황금’ 찾아 나서는 다국적 석유기업들
정윤서 KOTRA 영국 런던무역관 부관장 2021년 10월호
 


영국 해상풍력발전산업은 외국인투자 유치와 사업권 불하 등 외국 기업과의 협업을 활용한 성장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자국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핵심 지식과 혁신 역량을 유지하도록 하는 역량 강화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즉 외국 기업들은 영국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사업권 입찰에 참여해 사업권을 불하받고, 여기에 납품을 추진하는 대형 외국 기자재기업은 영국에 제조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외국 제조법인을 중심으로 영국 내 중소기업들이 특정 지역에 모여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해상풍력산업이 발전해 가고 있다.

토탈·BP·에니 등 다국적 석유기업, 영국 해상풍력발전산업 지분인수 등 참여
이와 더불어 최근 영국 해상풍력발전산업에 대형 다국적 석유기업들의 참여가 크게 늘고 있다. 대형 석유기업들은 기존 프로젝트에 지분참여를 하기도 하고, 신규 프로젝트에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지분참여 사례에는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이탈리아 석유회사 에니의 영국 도거뱅크 풍력발전단지 지분인수가 있다. 도거뱅크 풍력발전단지는 3.6GW 규모의 영국 최대 풍력발전단지로, 노르웨이 석유회사 에퀴노르와 영국 전력회사 SSE의 합작투자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도거뱅크풍력발전단지 건설은 3단계로 진행되는데 에니는 1단계와 2단계에 해당하는 도거뱅크 A와 도거뱅크 B의 지분을 확보했다. 에니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80% 감축 및 풍력발전 용량 5GW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지분인수는 에니가 북유럽 해상풍력시장에 진출하는 데 시발점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규 프로젝트 참여 사례는 지난 2월 발표된 영국의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위한 제4차 해저 임차 입찰 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입찰은 2010년 제3차 입찰 이후 10년 만에 있던 것으로, 영국 왕실 재산을 관리·운영하는 크라운 에스테이트가 진행했다. 크라운 에스테이트는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의 해저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총발전규모 8GW에 달하는 6개 프로젝트가 진행될 지역에 대해 수주기업(혹은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RWE 리뉴어블스는 각각 1,500MW 규모로 두 개 지역에,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토탈 컨소시엄은 1,500MW 규모로 한 개 지역에, EnBWBP 컨소시엄은 각각 1,500MW 규모로 두 개 지역에, 오프쇼어 윈드는 480MW 규모로 한 개 지역에 낙찰을 받았다.
입찰에 성공한 4개 기업(혹은 컨소시엄) 중 2개에 대형 다국적 석유기업인 토탈과 BP가 포함돼 있다. 2010년 제3차 입찰은 총발전규모 32GW에 달하는 9개 지역에 대해 진행됐는데 참여기업이 대부분 전력·가스 회사였고 대형 석유회사는 없었다. 이후 10년 만에 대형 석유회사들이 영국 풍력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이제는 석유회사들도 탄소배출 절감에 기여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와 투자자들의 기대와 압력 때문이다. 
한편 석유회사들이 본격적으로 풍력발전에 뛰어들면서 풍력발전산업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회사들은 풍력발전시장에서 후발주자지만 자금력은 막강하다. 이에 기존 전력회사들과는 달리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려는 의사가 있다. 이번 제4차 입찰의 경우 기존에 없던 옵션 요금(option fee)이 생겼다. 낙찰 받은 해저에 풍력발전단지를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확정할 때까지 최대 10년간 매년 영국 정부기관인 크라운 에스테이트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이들은 풍력발전단지가 실제로 운영을 시작하면 매출의 2%를 임대료로 지급하게 된다. 이번 6개 프로젝트의 옵션 요금은 약 8억8천만 파운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옵션 요금은 개발기업이 감내해야 하는 비용인 한편, 풍력발전단지 개발비를 상승시켜 해상풍력발전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옵션 요금으로 개발비가 35%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력수요자, 프로젝트 개발기업, 풍력발전 기자재 납품기업 모두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1GW당 풍력발전단지 건설비는 대략 18억 파운드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8GW 규모의 발전단지 건설에 144억 파운드가 필요한데 옵션 요금 때문에 투자비용이 200억 파운드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것이 전력가격의 25%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같은 비용 상승은 기존 화석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이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비용 상승은 기자재 납품기업 선정 시 가격 경쟁을 심화시켜 영국 해상풍력 기자재기업 육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영국은 발전단지 부지부터 발전 차액까지 경쟁 입찰로 수주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입찰 방식인 만큼 원가에 민감해 기업 국적과 관계없이 가격경쟁력이 있는 기자재업체가 선정되게 된다. 영국은 자국 해상풍력 기자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부품 및 설치 부문에서 자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60%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비용 상승으로 이러한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염려도 있다.
특히 사업비용이 많이 증가할 경우 석유회사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기존 풍력발전 사업자들은 사업에 참여하기가 어렵게 된다. 즉 비용 증가는 전력기업이나 중소 에너지기업의 풍력발전시장 참여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고 이는 건전한 경쟁을 저해하게 될 수도 있다.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자금력으로 밀어붙이면 현재 주요 풍력발전 사업자인 이베르드롤라, 오스테드, SSE 등이 풍력발전 사업에서 밀려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석유기업들의 탄소배출 감소 기여 vs 비용 증가로 해상풍력발전산업 악영향
영국 신재생에너지협회 리뉴어블UK는 이번 입찰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협회는 새로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나 발전단지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지역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입찰가격이 상당히 높게 형성됐고, 특히 제4차 입찰규모인 8GW는 2010년 제3차 입찰의 32GW보다 훨씬 작은 점에 주목했다. 크라운 에스테이트는 향후 입찰 시기 및 규모를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지속 가능한 경쟁과 가격은 소비자, 기업, 공급사슬 유지에 매우 긴요하다고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4차 입찰에 대해 석유기업의 풍력발전산업으로의 본격적인 진출로 보는 시각과 일회성 투자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전자는 석유회사도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감소에 기여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에 근거하고 있고, 후자는 제4차 입찰과 같은 과정을 통해 수익성이 낮아지면 해상풍력발전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주게 돼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에 기반하고 있다. 
영국은 2030년까지 풍력발전규모를 40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2020년 말기준 10GW는 이미 가동 중이고 30GW는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에 있다. 향후 대형 석유기업들의 영국 풍력발전 진출 동향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바 이에 대한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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